이혼을 앞둔 부부가 합의 과정에서 '이혼 후 서로 재산분할을 청구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각서를 작성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혼한 뒤 마음이 바뀌어도 각서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없는 것일까.
재산분할을 청구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작성했다는 이유만으로 재산분할청구권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법원은 각서의 문구만 형식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각서를 작성할 당시 부부 사이에 재산분할에 관한 구체적인 합의가 있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그 효력을 판단한다.
대법원은 이혼하기 전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정해지지 않은 재산분할청구권을 미리 포기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이 성립하면 발생하며 구체적인 분할 대상과 범위, 각자의 기여도, 분할 방법 등은 당사자 사이의 협의나 법원의 심판을 거쳐 구체화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혼 전 재산분할과 관련한 합의가 모두 무효인 것은 아니다. 부부가 장차 협의이혼을 하기로 하면서 아파트·예금·차량 등 재산을 구체적으로 특정하고 각 재산의 귀속관계와 채무 부담, 상대방에게 지급할 금액이나 분할 방법 등을 정했다면 해당 합의는 유효한 재산분할 협의로 인정될 여지가 있다.
'서로 위자료와 재산분할을 청구하지 않는다'고만 적힌 각서와 '아파트는 남편이 갖고 예금 5000만원은 아내가 가지며 각자 자신의 채무를 부담하기로 하고 이것으로 재산분할을 모두 마친 것으로 하며 추가 청구를 하지 않는다'고 구체적으로 정한 합의서는 법적으로 평가가 다를 수 있다. 전자는 재산분할청구권의 사전 포기로 후자는 실제 재산분할을 마무리한 합의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이혼에 합의하면서 '위자료를 포기하고 재산분할을 청구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서면을 작성한 사건이 있었다. 대법원은 부부가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의 규모나 각자의 기여도, 구체적인 분할 방법 등에 관해 진지하게 논의했다는 사정이 없다면 해당 서면은 단순한 재산분할청구권의 사전 포기에 불과하다고 봤다. 이 같은 각서가 작성됐다는 사정만으로 재산분할청구를 제한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법원은 당사자들이 공동재산의 범위와 재산 정산의 결과를 충분히 인식하고 협의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이혼 전 재산분할 관련 합의의 효력을 결정한다. 실제로 특정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하고 나머지 재산은 현재 명의대로 귀속하기로 한 약정을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로 인정한 사례가 있었다. 또 다른 사건에서도 아파트와 그 담보채무, 점포의 권리금과 보증금 등의 귀속을 구체적으로 정한 합의서를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로 판단한 사례가 있다.
재산분할과 관련해서는 권리 행사 기간도 정해져 있다. 민법상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한 날부터 2년이 지나면 소멸한다. 대법원은 이 기간이 재판 외에서 상대방에게 재산분할을 요구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기간 내에 법원에 재산분할심판을 청구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재산분할을 둘러싼 분쟁이 있다면 이혼 후 2년이라는 기간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