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 부과되는 과징금 규모가 수백억·수천억원대로 커지면서 행정처분에도 엄격한 절차적 통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법조계에서 나온다. 제재가 기업의 존립까지 흔들만큼 무거워졌지만 위법행위를 인정하는 증명 기준과 조사 절차가 형사재판보다 느슨하다는 이유에서다.
기업과 금융회사의 '저승사자'라고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나 금융위원회의 과징금 처분은 형사처벌이 아닌 행정처분이다. 형사재판에서 유죄가 선고돼 벌금을 부과하려면 범죄사실에 대한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돼야 한다. 그러나 행정소송에서의 행정처분 적법성 입증은 그렇지 않다. 처분청이 제재 사유를 증명해야 하지만 형사재판 수준의 증명이 요구되지는 않는다.
과징금 산출 방식도 문제다. 과징금은 근본적으로는 위법행위로 얻은 경제적 이익을 환수하고 행정질서를 유지하는 제재 수단이다. 반면 최근에는 과징금이 영업이익이 아닌 매출액 기준으로 부과돼 실제 부당이득을 넘어가는 등 액수가 커지면서 위반행위 억제를 위한 제재적 성격이 강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대형로펌의 판사 출신 변호사는 "제재가 강해질수록 예방적 효과는 커지지만 어지간한 기업의 경우 폐업에 이르게 할 정도의 강한 조치라 균형이 맞춰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행정처분이 사실상 벌금의 효과를 내는 것"이라며 "벌금의 경우 이렇게 세게 하는 경우는 조세범 처벌 말고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사 단계에서도 논란이 크다. 공정위 현장조사는 행정조사인 탓에 영장이 필요없다. 원칙적으로 현장 조사는 대상 기업의 동의하에 이뤄지는 임의 방식이지만 자료 제출을 거부하거나 조사를 방해하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폭언·폭행 △고의적인 현장 진입 저지·지연 등을 통해 조사를 거부·방해 또는 기피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기업·공정거래 분야 한 변호사는 "업계에서는 공정위의 현장조사가 임의 방식인 이유가 자기들 '임의대로' 해서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며 "압수수색 영장에 적시된 물품·수사범위를 두고 법원의 판단을 어디까지로 봐야하는지 수사기관과 법리적으로 논의를 할 수 있는데, 조사 공문의 피조사 사실이나 기간·범위가 너무 광범위해 사실상 논의가 불가하다"고 했다.
실제 최근 서울고법은 한화가 공정위를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법원이 공정위 자료제출 명령 효력을 정지한 첫 사례다. 조사관이 한화 직원 휴대전화를 직접 열람하고 오랜 시간 보관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법조계에서는 행정처분의 증명 기준과 절차적 통제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공정거래 전문 백광현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통상 행정처분은 형사제재보다 행정청의 폭넓은 재량이 인정된다고 하지만, 공정위의 제재는 전속고발 등을 통해 형사처벌로 직결될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며 "대법원이 침익적 행정처분의 근거 법령을 형벌법규에 준해 엄격하게 해석하고 적용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했다.
백 변호사는 "공정위는 사실상 1심 법원의 역할을 수행하는 준사법기관인 만큼 처분사유에 대한 입증 책임을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며 "위반 행위와 제재 사이 비례의 원칙이 엄격히 준수되고 수범자가 예측 가능한 범위 내에서 과징금이 부과될 때 공정위 처분의 신뢰성이 담보되고 시장의 자율적 법 준수라는 본연의 목적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