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순간을 많이 기다렸다."
야구 선수의 꿈을 키웠지만 프로 1군 무대에 오르는 건 쉽지 않았다. 프로 7년 차. 낯선 한국 땅에서 이뤄낸 첫 승을 축하하기 위해 대만에서 가족들까지 찾아왔다. 왕옌청(25·한화 이글스)은 한참 동안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왕옌청은 29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2026 신한 SOL KBO리그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5⅓이닝 동안 95구를 던져 4피안타 2사사구 5탈삼진 3실점 호투를 펼쳤다. 팀이 10-4로 이기며 왕옌청은 KBO리그 데뷔 첫 승이자, 프로 1군 무대에서 최초의 승리를 따냈다.
왕옌청은 2019년 일본프로야구(NPB) 라쿠텐 골든이글스에서 육성선수로 시작했는데 대부분의 커리어를 2군 리그에서 보냈다. 올 시즌부터 신설된 아시아쿼터 제도가 기회가 됐다. 한화는 발 빠르게 움직여 가장 먼저 계약을 발표했다.
1년 10만 달러(약 1억 5000만원)라는 프로 선수 치고는 그리 크지 않은 금액에 사인을 했지만 왕옌청에게 한국 땅은 새로운 기회의 무대였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시속 150㎞에 육박하는 직구와 함께 커브와 슬라이더(스위퍼), 포크볼까지 섞으며 연이어 호투를 펼친 그는 시범경기에서도 3경기에서 12⅓이닝 동안 평균자책점(ERA) 2.92로 활약해 결국 선발 로테이션 한 자리를 꿰찼다.
전날 11회 연장 혈투 승리로 8명의 불펜 투수를 소모한 상황. 왕옌청이 최대한 긴 이닝을 소화해야 했다. 그는 2회 2점을 내줬으나 이후 3회부터 5회까지 삼자범퇴로 잘 막아냈다.
김경문 감독의 바람처럼 5회를 채웠고 다시 6회에 마운드에 오른 왕옌청은 1사를 잡고는 흔들리며 김도빈에게 공을 넘겼다. 희생플라이로 실점이 3으로 늘었지만 후속 타자들을 잘 처리해 승리를 따낼 수 있었다.
최고 시속 148㎞의 두 가지 종류의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위주로 공을 뿌렸으나 날카로운 제구와 스위퍼급 궤적을 뽐내는 슬라이더로 키움 타자들을 제대로 제압했다. 5개의 삼진 중 루킹삼진이 3개였을 정도로 수싸움에서도 키움 타자들을 압도했다.
경기 후 김경문 감독은 "왕옌청이 리그 데뷔 첫 선발 무대라 부담도 컸을 텐데 자기 몫을 다해주고 내려왔다"고 칭찬했다.
경기 후 수훈선수 방송 인터뷰를 마친 왕옌청은 더그아웃을 찾은 가족을 발견하고는 눈물샘이 폭발했다. 할머니와 누나, 여자친구까지 자신의 첫 승을 보기 위해 먼 길을 왔다는 사실에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눈물의 의미를 묻자 왕옌청은 "가족이 오시기도 했고 이 순간을 많이 기다렸다. 프로 생활이 7년 째인데 1군에서 첫 승리"라며 "아까 가족을 봤을 때부터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포수 최재훈과 제대로는 처음 호흡을 맞추지만 경기 전부터 공격적으로 던지자고 약속했다는 왕옌청은 계획대로 경기를 운영해갔다. 그럼에도 이날 투구에 대해선 6.5점~7점 정도라고 말한 그는 "6회에 올라 갔을 때 첫 타자에게 몸에 맞는 공을 던진 것과 6회를 채우지 못한 부분을 더 고쳐야 할 것 같다. 앞으로 더 많은 이닝을 책임지겠다"고 평가했다.
왕옌청은 "원래 눈물이 많다"면서도 "다음에 우는 건 한국시리즈가 될 것"이라는 당찬 포부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