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 사구에 투수 쳐다보며 "아프다!"→경기 끝나고 곧장 전화부터 했다 '가슴 따뜻해지는' 롯데-두산 두 사나이의 '우정' 뒷이야기

잠실=김우종 기자
2026.05.18 00:16
지난 1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에서 롯데 투수 최준용이 두산 타자 박지훈에게 사구를 던졌다. 박지훈은 최준용에게 "아프다"고 외쳤고, 최준용은 미안함을 표했다. 경기 후 최준용은 박지훈에게 전화해 사과했고, 박지훈은 오히려 고맙다고 말하며 두 사람의 따뜻한 우정이 드러났다.
롯데 자이언츠 투수 최준용(왼쪽)과 두산 베어스 내야수 박지훈. /사진=롯데 자이언츠, 두산 베어스 제공(AI 활용 이어붙이기)

지난 16일 잠실구장.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롯데가 9회초 2사 후 나승엽의 극적인 투런포를 앞세워 승부를 9-9 원점으로 돌렸다.

그러자 롯데는 9회말 곧바로 '클로저' 최준용을 마운드에 올렸다. 그 전날(15일) 1⅔이닝 퍼펙트라는 위력투를 펼친 최준용. 김태형 롯데 감독도 "지금이 가장 좋다"며 최고의 신뢰를 보내고 있는 그 투수였다.

그는 마운드에 오르자마자 윤준호를 4구째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조수행마저 초구에 좌익수 뜬공으로 잡아냈다. 2아웃.

다음 타자는 앞서 15일 롯데전에서 3안타 맹타를 휘두른 박지훈. 초구 한가운데 꽉 찬 속구(150km) 스트라이크가 들어왔다. 그리고 2구째. 아뿔싸. 최준용의 슬라이더(135km)가 그만 박지훈의 등 쪽을 그대로 강타했다.

순간, 매우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은 박지훈. 잠시 숨을 고르는가 싶더니, 그러면서 걸음을 옮기는 데 방향이 1루가 아닌 살짝 마운드 쪽이었다. 원래대로라면 몸에 맞는 볼 이후 타자가 투수의 눈을 쳐다보지 않은 게 일반적이다. 괜한 오해와 충돌을 막기 위해서다.

그런데 박지훈은 투수 최준용을 쳐다본 채로 몇 걸음 옮겼다. 이어 얼굴을 찡그리며 무언가 한 마디를 크게 외쳤다.

"아프다."

이에 최준용은 연신 손을 내민 채 미안하다는 뜻을 전했다. 표정 역시 매우 미안한 얼굴이었다.

경기가 재개됐다. 사구로 잠시 흔들린 걸까. 최준용은 후속 오명진에게 볼넷을 허용하며 1, 2루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위기는 여기까지. 다음 타자 강승호를 1루수 파울플라이 아웃 처리하며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 지었다.

롯데 자이언츠 투수 최준용.(왼쪽)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두산 베어스 내야수 박지훈.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둘은 어떤 사이일까.

2000년 9월 7일생인 박지훈은 김해삼성초-경남중-마산고를 졸업했다.

2001년 10월 10일생인 최준용은 부산수영초-대천중-경남고를 졸업했다.

17일 잠실구장에서 만난 박지훈은 둘의 관계를 묻자 "아. (최)준용이요? 친구입니다. 경남고등학교 동기예요"라고 입을 열었다.

박지훈은 마산고를 졸업했지만, 입학했던 학교는 경남고였다고. 그러다 박지훈은 고등학교 2학년 때 마산고로 전학을 갔다고 한다.

그런데 나이는 박지훈이 한 살 더 많다. 그런데 어떻게 친구가 된 걸까. 사연이 있다. 박지훈이 1학년 때 유급을 했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최준용이 1학년으로 입학했고, 둘은 같은 반에서 동고동락하며 우정을 쌓았다. 1학년은 물론, 2학년 때도 같은 반이었다.

사구 상황을 떠올린 박지훈은 "몸에 맞는 순간 아프길래, 1루로 나가면서 '아프다'고 했다.(웃음) 그런데 속으로는 '감사합니다' 했다"며 뒷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경기 끝나고 준용이한테 전화가 왔더라. 미안하다고 하길래, '아니야 준용아, 고마워'라 했다"면서 "초구를 봤는데 '와. 이건 못 치겠다' 싶었다. 그런 상황에서 몸에 맞는 볼이 나왔다"며 유쾌하게 웃었다. 물론 박지훈의 겸손함이 담긴 말이었다.

그럼 최준용이 기억하는 당시 상황은 무엇일까.

같은 날 잠실구장에서 만난 최준용은 "어릴 때부터 친해서 멋진 승부를 겨뤄보고 싶었다. 그런데 제가 힘이 많이 들어갔던 것 같다. 더욱이 아픈 부위에 맞았다. 저한테 '(사구 직후) 아프다' 이러길래, 경기 후 미안하다고 전화했다. 진짜 미안하다고. 그런데 오히려 고맙다고 하더라. 자기 출루율 올라갔다면서"라며 환하게 웃었다.

이어 최준용은 "어릴 적부터 서로 추억이 많다. 요즘 (박)지훈이가 잘하고 있는데, 괜히 제가 맞혀서, 친한 마음에 페이스에 지장이 있지 않을까 걱정이 됐다. 물론 강한 속구에 맞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잘하고 있는데, 몸에 맞는 볼로 인한 트라우마로 못 치는 경우도 있다"면서 "그래서 바로 전화를 걸었는데, 다행히 괜찮다고 하더라. 저도 한시름 놓았다. 오늘(17일) 잘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했다"며 뒷이야기를 공개했다.

최준용은 "제 친구들이 모두 잘됐으면 한다. 키움의 (이)주형(경남고 졸업)이도 잘했다가 요즘에 안 좋은데, 그래도 잘할 거라 믿는다. KIA에 (장)재혁이도 이번에 1군으로 올라와 공을 던지고 있다. 친구들이 많은데, 일일이 다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통화도 자주 하면서 서로 응원해주고 있다. 다 잘했으면 좋겠다"며 진심을 전했다.

올 시즌 두산과 롯데에 없어서는 안 될 두 보배다.

박지훈은 올 시즌 활약에 관해 "재미있고 행복한데, 그동안 이렇게 계속해서 경기에 뛴 적이 없어서 그런지 힘든 것도 있다. 예전에는 제가 주로 경기 후반에만 나갔기에, 시즌 막바지에 힘이 빠진다는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했는데,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그래도 이렇게 사랑과 관심을 주셔서 즐겁게 야구 하고 있다"며 미소를 지었다.

최준용은 "이제 저도 한 팀의 마무리 투수가 되면서 책임감이 생긴다. 더욱 잘하려고 노력한다. 그렇게 노력한 게 결과로 이어져 더욱 기분이 좋다. 마운드 위에서 자신감 있게 던지려 한다"며 각오를 다졌다.

롯데 자이언츠 투수 최준용.(오른쪽)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두산 베어스 내야수 박지훈.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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