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39)의 한·미 통산 200승이 불펜의 방화에 허무하게 날아갔다. 하필 그 승리를 날린 투수가 5월 내내 자책점 없이 안정적이었던 윤산흠(27·이상 한화 이글스)이어서 안타까움을 더했다.
류현진은 17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정규시즌 KT 위즈와 방문 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5피안타 1볼넷 3탈삼진 2실점을 기록한 뒤 승패 없이 경기를 마무리했다.
프로 커리어 200승이 달린 경기였다. 류현진은 동산고 졸업 후 2006 KBO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2순위로 한화에 지명돼 이 경기 전까지 KBO리그 121승, 메이저리그 78승으로 통산 199승을 달성했다.
류현진은 21년 차 베테랑답게 1회 2실점에도 이후 4이닝을 무실점으로 안정적으로 막았다. 타선도 힘을 내 4회초 1사 2루에서 이진영이 우전 1타점 적시타, 김태연이 좌익선상 2루타, 최재훈이 우익선상 2타점 적시타를 내며 3-2 리드를 안겼다.
6회초 1사 3루에서 김태연의 땅볼 타점과 7회초 2사 2루 문현빈의 중전 1타점 적시타와 상대 실책을 묶어 3점을 추가로 내면서 류현진의 200승은 가까워지는 듯했다.
이때 윤산흠이 등장했다. 윤산흠은 이 경기 전까지 8경기 연속 무자책으로 5월 8경기 평균자책점 0.00, 10⅔이닝 2볼넷 3탈삼진 2실점(0자책)을 기록하며 필승조로 올라선 상태였다. 6회말 2사 1, 2루 위기에 한화 3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윤산흠은 허경민을 1루 땅볼로 돌려세우며 기대에 부응하는 듯했다.
하지만 희망은 한순간에 사라졌다. 7회말 올라온 윤산흠은 다른 사람이었다. 윤산흠은 7회말 유준규, 최원준에게 연거푸 볼 8개를 던졌다. 김민혁에게도 풀카운트 끝에 볼넷을 주면서 순식간에 무사 만루 위기에 놓였다.
KT가 이 틈을 놓치지 않았다. 김현수가 좌익선상 2타점 적시타를 쳐 윤산흠을 마운드 밖으로 내보냈다. 구원 등판한 조동욱마저 김상수에게 좌전 1타점 적시타를 맞으면서 6-6 동점이 됐다. 윤산흠의 자책점이 올라감과 동시에 류현진의 200승도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었다.
그렇다고 윤산흠을 탓하긴 어려웠다. 두산 베어스 육성선수 출신의 그는 방출 후 독립리그를 거쳐 한화에 입단하며 기량을 꽃피웠다. 과거 메이저리그 사이영상을 받은 팀 린스컴(은퇴)을 닮은 투구폼으로 '한화 린스컴'으로 불리며 주목을 받았다.
한동안 불안한 제구로 중용되진 못했지만, 올해는 안정을 찾고 조정을 거쳐 필승조로 올라섰다. 윤산흠의 무자책 피칭으로 인해 한화도 5월 승률 2위(9승 6패)를 기록하며 중위권으로 올라설 수 있었다. 하필 무너진 경기가 류현진의 200승이 걸린 게임이었다는 점이 아쉬울 뿐이었다.
한편 경기는 양 팀이 합쳐 21안타를 주고받는 난타전 속에 KT가 8-7로 진땀승을 거뒀다. 이로써 3연패를 탈출한 KT는 25승 1무 16패로 LG 트윈스(25승 17패)를 2위로 따돌리고 단독 1위를 탈환했다. 반면 3연승에서 끊긴 한화는 20승 22패로 두산 베어스(20승 1무 22패)와 공동 6위로 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