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조형래 기자] 이제는 안 쓸려고 했도 안 쓸 수가 없다. 주력 선수들이 또 다시 한꺼번에 이탈한 다저스 입장에서는 ‘슈퍼 유틸리티’ 선수로 거듭날 수 있는 김혜성의 존재가 고마울 수밖에 없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도 “아주 훌륭했고 신뢰했다”라고
다저스는 28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 스타디움에서 열린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경기, 4-1로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개운치 않은 승리일 수밖에 없다. 이날 6번 좌익수로 선발 출장한 테오스카 에르난데스가 2회 첫 타석 유격수 땅볼을 치고 1로 전력질주 하는 과정에서 왼쪽 햄스트링을 부여 잡았다. 구단은 곧바로 테오스카의 햄스트링 부상 소식을 발표했다.
다저스는 테오스카 에르난데스를 대신할 좌익수로 이날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던 김혜성을 투입했다. 카일 터커가 선발에서 제외됐고 투입도 할 수 있었지만 김혜성이 대신 기회를 받았다.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처음으로 좌익수 출장. 타석에서는 4회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중전안타를 때려냈고 득점까지 성공했다.
수비에서 모습이 더 중요했다. 김혜성은 7회초 선두타자 윌리 카스트로의 파울지역으로 흘러나가는 뜬공 타구를 담장 앞에서 감각적으로 잡아냈다. 담장을 의식하면서 팔을 뻗었고 공이 빨려 들어갔다. MLB 공식 SNS 계정도 김혜성의 수비 장면을 게시하며 ‘정말 대단한 수비다. 이번이 김혜성의 메이저리그 첫 좌익수 출장이었다’고 공유했다.
이미 유격수와 2루수 자리에서는 충분히 수비력을 검증 받고 있었던 김혜성은 중견수 포지션에서 나아가 좌익수까지 소화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처음으로 좌익수를 봤지만 KBO리그에서는 2020년 좌익수로 44경기(32선발) 291⅔이닝을 소화한 바 있다. 완전히 낯선 포지션은 아니다.
완전체가 되는 듯 했던 다저스였지만, 다시 부상 악령에 휩싸이게 된 다저스다. 전날(27일) 경기에서 홈런과 2루타로 장타쇼를 펼쳤던 키케 에르난데스가 또 다시 이탈했다. 지난 비시즌 팔꿈치 수술을 받고 부상자 명단에서 돌아온 지 2경기 만에 다시 왼쪽 내복사근 부상을 당해 부상자명단에 올랐다. 왼쪽 복사근의 완전한 파열로 최소 6~8주 간 결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여기에 테오스카 에르난데스까지도 햄스트링 부상으로 당분간 로스터에 없을 전망이다. 마이너리그에서 라이언 워드, 제임스 팁스 3세 등의 외야 자원이 준비하고 있고 백업 외야수로 알렉스 콜이 있다. 하지만 내야와 외야를 오갈 수 있는 키케 에르난데스의 이탈로 슈퍼 유틸리티 자리가 비어있다. 김혜성으로서는 이날 좌익수로 자신의 경쟁력을 검증하는 게 상당히 중요했다.
이미 김혜성은 5월 부진으로 마이너리그 재강등 위기에 놓였다. ‘디애슬레틱’에 따르면 ‘프리랜드는 부진에 빠진 김혜성의 입지를 재평가하기 위해 이미 로스앤젤레스로 이동 중이었다’고 전했다. 만약 키케 에르난데스의 부상이 없었다면 김혜성이 마이너리그로 내려가는 것이었다.
역설적으로 동료들의 부상으로 김혜성은 다시 메이저리그 생존 기회를 받게 됐다. 발목 부상으로 재활 중인 토미 에드먼이 복귀할 때 김혜성은 다시 재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키케와 테오스카, 두 명의 에르난데스가 빠진 상황에서 김혜성의 로스터 내 입지는 커질 수밖에 없다. 현재 다저스 로스터상에서 내야와 외야를 오가면서 4개의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는 김혜성 뿐이다.
로버츠 감독은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의 부상에 대해 “얼마나 심각한 지는 아직 모른다. 1차 테스트 결과는 괜찮았지만, 내일 정밀 검사를 받는다. 부상자 명단에 오를 것은 확실하다. 최소 몇주는 걸릴 것이다. 잘해주고 있는 선수이고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선수인데 그런 선수를 잃는 것은 정말 실망스럽다”고 낙담했다.
그러면서도 공백에 대해서는 “일단 내일 쉬는날이지 결정할 시간이 있을 것이다. 다 같이 얘기해볼 것이다”라면서 “알렉스 콜이 다른 선수들과 플래툰으로 기용할 가능성이 높다. 완전히 딱 떨어지는 플래툰 시스템은 아니겠지만, 알렉스 콜이 더 많은 타석 기회를 얻을 것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혜성의 외야수 기용에 대해서도 “고려 대상”이라고 밝혔다. 이날 좌익수 투입에 대해서는 “오늘 멋진 플레이를 몇 차례 보여줬다. 아주 훌륭했다. 그가 외야에 나가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며 “오늘 카일(터커)에게 완전한 휴식을 주고 싶었다. 김혜성을 신뢰했다. 외야에 나가서 좋은 수비를 몇 차례 보여주고 안타까지 쳐서 보기 좋았다”면서 김혜성의 존재와 활용도를 재신임했다.
어쨌든 여러 상황들이 겹치면서 김혜성은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오래 남을 계기를 마련했다. 다저스가 김혜성을 안 쓸 수 없는 상황이기에, ‘슈퍼 유틸리티’로서 존재감을 다시금 부각시켜야 한다. 일단 첫 단추는 잘 끼웠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