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치맥 특수 없지만 북중미 월드컵은 '맥주 월드컵' [★월드컵 비즈 이종성①]

이종성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2026.06.09 03:01
전 세계 맥주 시장이 위축되는 가운데, 2026 북중미 월드컵을 앞두고 맥주 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졌다. FIFA 월드컵 공식 파트너인 AB InBev는 1억 1000만 달러를 후원금과 광고 비용으로 지출했으며, 몰슨 쿠어스도 광고 비용을 60% 이상 추가 지출할 예정이다. 이번 월드컵은 참가국이 48개국으로 늘어나 총 104경기가 펼쳐지므로 역사상 맥주를 가장 많이 마시는 월드컵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공식 스폰서인 카스 맥주의 월드컵 광고. /사진=오비맥주

최근 전 세계 맥주 시장은 위축됐다. 2014년부터 2024년까지 전 세계 맥주 소비량은 3% 감소했고 미국에서는 소비량이 17%나 급감했다. 젊은 세대들은 이전 세대와 달리 술을 많이 마시지 않고 대신 하이볼, 차, 칵테일 등 다른 음료에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음료의 소비는 2019년부터 2024년 사이 54%나 증가했다.

그래서 인지 이번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을 앞두고 전 세계 맥주 업계의 경쟁은 그 어느때보다 치열해졌다. FIFA 월드컵 공식 파트너인 안호이저-부시 인베브(AB InBev)가 월드컵 후원금과 광고 비용으로 1억 1000만 달러(약 1715억 원)을 쏟아붓고 있는 이유다.

1986 멕시코 월드컵부터 대회 후원사가 된 AB InBev는 버드와이저, 코로나와 한국의 카스 등 전 세계에 600개가 넘는 맥주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세계 최대 맥주 제조업체다. AB InBev가 월드컵 후원에 집중하는 이유는 북미를 제외한 전 세계에서 85%의 시장 점유율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해외 시장을 공략하는 데 월드컵과 같은 대회는 없다는 의미다.

미국에서 시장 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는 몰슨 쿠어스도 월드컵을 앞두고 자사 맥주 브랜드 광고 비용을 60%이상 추가 지출할 예정이다. 지난 5월 31일(현지시간)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이는 몰슨 쿠어스가 지난 10년 간 스포츠 경기 광고에 지출한 금액 중 가장 많은 액수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몰슨 쿠어스는 밀러 라이트 맥주 캔 12개를 넣을 수 있는 한정판 축구공 스탠드를 출시해 월드컵 특수를 추진하고 있다.

파편화되고 개인화된 21세기 미디어 환경에서 10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동시에 경기를 시청하는 월드컵은 이처럼 맥주 회사에 매우 중요한 이벤트다.

실제로 지난 6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북중미 월드컵 기간 동안 축구 팬들이 맥주를 평소보다 10억 파인트 더 소비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월드컵은 참가국이 48개국으로 늘어나 총 104경기가 펼쳐지기 때문에 역사상 맥주를 가장 많이 마시는 월드컵이 될 가능성이 짙다.

이 신문은 이번 월드컵에서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 국가들의 맥주 소비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에서 북중미 월드컵을 시청하는 시간 대는 이른바 음주 피크 시간인 오후 5시~11시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이 전 세계 맥주 소비량의 약 55%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맥주 회사로서는 이 지역에서 월드컵 기간 동안 맥주 판매 증대가 중요하다.

이는 월드컵 때만 되면 '치맥 열풍'이 불었던 한국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이번 북중미 월드컵 경기는 한국 시간으로 오전 1시~오후 1시에 펼쳐지기 때문에 월드컵 때마다 나타났던 한국의 치맥 특수는 기대하기 어렵다.

미국 맥주시장 점유율 2위인 몰슨 쿠어스가 밀러 라이트 맥주 캔 12개를 넣어 만든 한정판 축구공 스탠드. /사진=몰슨 쿠어스 홈페이지

하지만 한국의 조별리그 경기가 펼쳐지는 멕시코는 맥주 업계가 크게 주목하는 시장이다. 지난 10년간 멕시코에서는 전 세계적 트렌드와는 달리 맥주 소비량이 무려 48%나 상승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맥주 업계에서는 멕시코의 월드컵 성적에 기대를 걸고 있다. 다만 최근 멕시코 축구 대표팀의 경기력이 그리 좋지 않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멕시코와 함께 최근 10년 간 맥주 소비량이 많이 늘어났던 대표적인 국가는 브라질이다. 이 기간 동안 16% 정도 맥주 판매량이 늘어난 '축구 왕국' 브라질은 2002 월드컵 이후 아직까지 월드컵 우승을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 맥주 업계에서 브라질의 월드컵 우승 가능성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다.

이처럼 각국의 맥주 소비량은 월드컵에서 해당 팀의 성적에 크게 좌우된다. 이런 이유로 글로벌 맥주 회사들은 각국에서 재고를 신속하게 조정해 해당 시장에서 맥주가 품절이 되거나 재고 과잉현상을 피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하지만 정작 북중미 월드컵 104경기 중에 78경기가 펼쳐지는 미국에서의 맥주 판매가 크게 증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기본적으로 월드컵 해외 관광객 숫자는 미국 내 맥주 판매량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비싼 티켓 가격, 이란 전쟁 이후 치솟은 항공료로 인한 높은 여행 경비와 관광객에 대한 까다로운 미국의 비자 발급 정책은 월드컵 관광객 숫자와 맥주 판매량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미국 소비자들도 최근 식료품과 휘발유 가격 상승으로 인해 맥주 구매와 같은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있다는 점도 월드컵을 앞둔 맥주 업계의 고민거리다.

건강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 증대와 좋지 않은 거시 경제의 흐름 속에서 맥주 제조업체들은 무알콜 맥주나 프리미엄 맥주를 출시해 대응해 왔다. 심지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와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의 후원사인 하이네켄은 스마트폰 중독 시대에 맥주 음용을 통한 인간관계와 친목 도모라는 사회적 이점을 강조하는 마케팅 전략을 추진 중이다.

치솟는 비용과 침체된 소비 지출로 위기 상황을 맞고 있는 맥주 업계는 2026 북중미 월드컵을 통해 반전의 기회를 만들 수 있을까. 이는 산업적 측면에서 북중미 월드컵의 최대 관전 포인트 가 될 전망이다.

이종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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