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 멕시코전에서 뼈아픈 0-1 패배를 당했다. 양 팀 모두 전반전에는 극도의 수비 전술을 펼치며 현장 팬들의 야유가 쏟아질 만큼 지루한 흐름이 이어졌다. 체코전의 기분 좋은 승리 분위기를 이어가지 못한 점이 여러모로 아쉽다.
승부를 가른 결정적 장면은 수비진의 실책에서 나왔다. 수비 상황에서 김승규 골키퍼와 이기혁의 동선이 겹치며 충돌하는 불운한 상황이 결승골 헌납으로 이어졌다. 이 실책만 없었다면 0-0 무승부로 끝날 수 있었던 팽팽한 흐름이었기에 더욱 안타깝다.
전반적인 스리백의 조직력 자체는 경기를 거듭하며 안정을 찾고 있다. 하지만 상대 공격수에게 공간과 슈팅 각도를 내주는 대인 방어 문제는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이날 패배의 근본적 원인은 공격 전개 과정의 세밀함 부족에 있다. 상대가 라인을 깊숙이 내리고 밀집 수비를 섰을 때, 이를 무너뜨릴 창의적이고 정교한 패스 플레이가 실종됐다. 멕시코는 확실히 대비를 많이 하고 나온 모습이었다.
우리 공격 시발점인 이강인과 2선 자원들을 완벽히 통제했다. 이강인의 날카로운 침투 패스들은 번번이 오프사이드 트랩이나 사전 수비에 차단당했다. 중앙에서 풀리지 않으니 측면으로 공을 돌려 크로스를 올리는 단조로운 패턴만 반복됐다.
공격의 활로를 뚫어줘야 할 양 측면 윙백들의 활약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수비가 6, 공격이 4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는 윙백 포지션에서 우리 선수들이 공을 잡았을 때 돌파하지 못하고 백패스를 하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전방으로 치고 들어가며 상대를 흔들어놓을 수 있는 옵션이 부족했다. 측면 자원들마저 안전한 백패스에 의존하다 보니 멕시코 수비진은 체력적 부담 없이 진형을 유지할 수 있었다.
공격진이 고립된 상황에서 후반전 손흥민을 교체한 벤치의 판단은 적절했다. 이미 상대 수비에 완전히 막혀버려 공격수들이 해줄 수 있는 게 없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나마 교체 투입된 조규성은 답답했던 흐름 속에서 위협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단조로운 크로스 공격이 주를 이루는 상황에서 조규성의 압도적인 제공권은 큰 무기였다. 비록 막히기는 했지만, 두 차례의 결정적인 공중볼 경합을 따내며 최전방에서 고군분투한 점은 긍정적인 수확이다.
비록 멕시코전은 쓰라린 1패를 안았지만, 16강 진출의 향방을 결정지을 마지막 남아공전 전망은 무척 밝다고 본다. 남아공은 조별리그 통과를 위해 최종전에서 무조건 승점 3점을 따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따라서 앞선 두 경기에서 만났던 팀들처럼 수비적으로 웅크리지 못하고, 킥오프부터 라인을 끌어올리며 거칠고 공격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
이는 오히려 우리 대표팀에게 좋은 판이 깔리는 것을 뜻한다. 상대가 전진 압박을 시도하며 올라온다면, 수비 뒷공간에 엄청나게 넓은 공간이 형성될 것이다. 우리 공격진의 폭발적인 스피드와 침투 능력이 발휘될 수 있는 환경이다. 멕시코전처럼 촘촘한 밀집 수비를 어떻게 뚫은 것인가에 대한 전술적 고민도 해결된다.
개개인의 기술과 기량 면에서도 우리 선수들이 남아공에 비해 월등한 우위다. 초반 상대의 거센 공세만 침착하게 막아내고 특유의 빠른 역습으로 전환한다면, 그동안 답답했던 득점포를 가동하며 수월하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2승 1패의 성적으로 조별리그를 통과할 것이라 예상한다. 멕시코전의 아픔을 훌륭한 오답 노트 삼아 남아공전에선 대한민국 축구 특유의 역동성을 과감하게 발휘해 주기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