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한 펀드매니저' 아모레 베팅으로 회생한 1조펀드

오정은 기자
2015.02.17 05:50

한국투자네비게이터 박현준 팀장, 아모레퍼시픽 7만주 베팅으로 펀드 수익률 '승승장구'

그래픽=유정수 디자이너

한국투자네비게이터 펀드가아모레퍼시픽한 종목에 펀드 자금의 10%를 '몰빵'해 기사회생했다. 2007년부터 2010년까지 펀드 수익률 1위를 차지했던 왕년의 영광을 되찾으려는 듯 빠른 수익률 회복세가 주목된다.

16일 펀드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으로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한국투자네비게이터증권투자신탁 1(주식)(A) 펀드는 올들어 6.68%의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1년 수익률도 9.48%로 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 0.6%를 훌쩍 웃돌고 있다.

네비게이터 펀드는 '펀드 종가'로 불렸던 한국운용의 간판 펀드다. 한국운용의 대표 펀드매니저인 박현준 팀장이 10년째 책임 운용하고 있다. 네비게이터 펀드는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압도적인 수익률과 자금 유입에 '1조 펀드'로 등극했지만 이후 3년간 다소 고전했다. 한국 증시에 가치주·중소형주 장세가 도래하면서 대형주가 부진했던 영향이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맹렬한 속도로 수익률을 회복하고 있다. 박 팀장의 아모레퍼시픽 '베팅' 덕이다. 박 팀장은 2012년부터 펀드에 아모레퍼시픽을 편입하기 시작했다. 2013년 6월19일 기준 7만3279주를 담았고 평가액은 660억원 가량, 펀드 내 비중은 3.90%였다. 이후 약간의 트레이딩이 있었지만 대체로 7만주 전후로 보유수량을 유지했다. 당시 평균 매수단가는 주당 90만원이었다.

1년3개월 뒤인 2014년 9월19일에 네비게이터 펀드가 보유한 아모레퍼시픽 주식 7만555주의 평가액은 1633억원으로 불어났다. 펀드 내 비중은 11.9%로 올라가 편입비 1위 종목이 됐다. 아모레퍼시픽 주가가 90만원에서 230만원까지 폭발적으로 급등하며 펀드 내 비중이 10%를 넘어선 것이다.

한국투자네비게이터 펀드의 지난해 4분기 기준 주요 포트폴리오

네비게이터 펀드 같은 공모펀드는 보유자금의 10%를 초과해 한 종목에 투자할 경우 당국에 보고한 뒤 비중을 낮춰야하는 '10%룰'을 적용 받는다. 네비게이터 펀드도 아모레퍼시픽의 주가 상승으로 10%룰에 걸렸지만 '추가 매입하지 않을 경우 유예를 준다'는 규정에 따라 추가 매수하지 않는 선에서 아모레퍼시픽을 계속 보유할 수 있었다.

업계에서는 박 팀장이 아모레퍼시픽 주가가 200% 넘게 급등하는 동안 주식을 팔지 않고 버틴 사실이 화제가 되고 있다. 많은 펀드매니저들이 보유종목의 주가가 오를 경우 점진적인 매도로 차익실현에 나서지만 박 팀장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지난해 강사로 참여한 신영증권 가치투자교실에서 "성장주가 강세 국면에 진입했을 경우 주식을 팔지 않고 버티면서 성장의 과실을 다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펀드 운용에서도 고성장 구간에 들어선 아모레퍼시픽을 안 팔고 버티며 결국 주가 상승의 수혜를 온전히 누렸다.

지난해 말 기준 네비게이터 펀드가 보유한 아모레퍼시픽 주식은 5만5565주, 평가액은 1256억원대다. 일부 주식 매도에도 불구하고 펀드 내 편입비중은 삼성전자 다음으로 높은 10.28%를 유지하고 있다. 16일 아모레퍼시픽의 종가는 280만4000원으로 과거 박 팀장이 편입하던 당시 평균단가인 90만원 대비 211.6% 급등했다.

박 팀장은 "펀드매니저는 성장이 계속 이뤄지는 기업, 일단 장기 성장 국면에 접어든 주식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장기 보유할 줄 알아야 성장주가 2배, 5배 오르는 성과를 충분히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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