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생태계 악화..투자 더 자유로운 신시장 창출해야"

대담=권성희 증권부장|정리=김성은 기자, 사진=이기범
2015.06.29 03:29

[머투초대석]신인석 자본시장연구원장 "거래소 지주사 개편, 혁신역량 제고 차원서 찬성"

"자본시장은 국제화와 기술 발전으로 인해 생존환경이 악화돼 왔습니다. 기업이든 자본시장이든, 생존환경 악화에 직면했을 때 가장 필요한 것은 혁신역량 제고입니다. 자본시장 선진화는 결국 혁신주체에 의해 일어납니다. 투자자가 규제로부터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사적시장이 창출돼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한국거래소 지주회사 개편문제에서 핀테크 활성화, 자본시장 규제완화까지. 신인석 자본시장연구원장이 최근 쟁점이 되고 있는 이슈를 꿰뚫는 논리는 일관되고 명료했다. 바로 혁신과 진화다. 이를 위해 자본시장 내에 실험을 독려하는 한편 어느 정도의 실패도 용인해 줄 수 있는 문화가 자리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 여의도 자본시장연구원에서 신 원장을 만나 한국의 자본시장이 직면해 있는 현안과 발전 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지난해 4월 자본시장연구원장에 취임한 이후 약 1년3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연구원에는 어떠한 변화가 있었나?

▶자본시장연구원의 사명은 한국 자본시장의 발전을 통해 국민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다. 시장의 직접 참가자가 아닌 자본시장연구원이 할 수 있는 일은 연구를 통해 제도 환경 개선을 이루는 것이다. 이를 위해 중요한 요소로 꼽은 것이 첫째 연구기획이다. 연구원 각 박사들은 각자 연구할 개별 주제를 정해 개별적으로 연구를 진행하지만 이와 별도로 다 함께 머리를 맞대 지금 시장이 요구하는 연구 주제, 다시 말해 연구원의 어젠다를 정한다.

두번째는 연구관리다. 지난 5~6월 한 달에 걸쳐 전 연구원이 중간세미나를 진행했고 연말에는 최종 세미나도 진행한다. 마지막으로 연구주제 및 성과에 대해 외부에 알리고 소통하는 것도 필요하겠다. 이런 과정을 갖추는데 지난 1년 동안 가장 역점을 두었고 이제는 이를 문화로 정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연구의 수월성을 통해 지적 리더십을 확보하는 것이 경영 목표다.

-그렇다면 지금 시장이 요구하는 '상품'은 무엇인지?

▶우리나라 자본시장은 그동안 '개발국가 패러다임'을 통해 발전해왔다. 국가가 선도해 속성 발전해온 셈인데 근래에 와서는 패러다임 전환기를 지나고 있다. 증권사 등 자본시장 참여자가 재량권을 갖고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범위가 더 커지고 있는데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앞으로 10~20년이 지나면 우리나라에도 제대로 된 투자은행(IB)이라고 할 만한 곳이 1곳이 나올 수도, 2~3곳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연구원이 연초에 기획한 4대 연구과제는 모험자본 생태계, 자산운용 산업의 국제화, 역내 금융질서 개편에 대한 대응, 회사채 시장을 포함한 고수익 채권시장 활성화 등이다. 이와 더불어 기업공개(IPO) 분야도 지난해에 이어 더 깊이있게 다룰 생각이다.

-선진시장과 비교했을 때 왜 우리나라에는 제대로 된 IB라고 말할 수 있는 곳이 아직 없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IB는 IPO 인수인 기능에서부터 시작됐다는 것이 학계 정설이다. 국내에서 증권사가 인수인으로서의 제대로 된 인수인 기능을 시작한 것은 2007년부터다. 공모가를 얼마로 할지, 누구에게 어떻게 주식을 배분할지 등에 대한 재량권이 형성됐다. 그 이전까지는 정부 규제에 따라 정해진대로 업무를 수행하면 됐다.

즉 우리나라가 정식으로 IB를 시작한게 10년이 채 되지 않기 때문에 왜 선진 IB가 없는지를 묻는다면 이는 성급한 질문이다. 우리나라는 개발국가 패러다임으로 자본시장이 커왔기 때문에 IB에 의해 시장이 커 온 영미모델과 다를 수밖에 없다.

-최근 코스닥 분리·한국거래소의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 등이 금융투자업계 쟁점이다. 여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혁신역량을 강화하자는 차원에서 거래소의 지주회사 개편에 찬성한다. 자본시장은 크게 공적시장과 사적시장으로 나뉜다. 공적시장은 규제시장으로서 거래소 등이 대표적이다. 사적시장은 이에 비해 규제가 덜 하고 자기보호 능력이 있는 투자자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다. 장외시장이 대표적인 예다.

공적시장은 지난 20년간 생존환경 악화에 직면해왔다. 대표적인 예가 국제화에 따른 경쟁심화다. 기업들도 생존환경 악화에 직면할 때 택하는 방법이 혁신역량 제고다. 최대한 차별화 되도록 부서를 구분하고 이들에 경영 독립성을 준다.

거래소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 역시 부문별로 독립성을 주자는 의미다. 파생상품시장과 코스피, 코스닥이 국제화를 염두에 뒀을 때 전략적 파트너가 다를 수 있고 서로 다른 경영기법이 적용될 수도 있다.

한켠에서는 코스닥 분리방안이 벤처캐피털(VC) 업계의 입김이 작용해 화두로 떠올랐다고 하는데 누가 제기했느냐에 골몰하기 보다는 자본시장 발전이라는 큰 그림에서 이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다만 단순히 VC의 신속한 투자자금 회수를 위해서 코스닥을 분리해야 한다거나 코스닥이 실패한 시장이라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코스닥은 지난 20년간 투자자보호와 벤처자금 조달 사이의 균형점을 그런대로 잘 잡아온 신시장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공적시장과 사적시장 이야기를 하셨는데 그렇다면 우리나라 사적시장은 지금 어느정도로 발전됐나?

▶우리나라 사적시장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은 사적시장이 크게 적격 투자자 시장, 소액 공모시장, 크라우드펀딩 등 3개 시장으로 나뉜다. 적격 투자자란 결국 기관이나 전문성 있는 개인을 뜻하는데 우리나라는 그 기준이 높아서 이에 해당되는 이가 많지 않다. 우리나라는 규제가 먼저 만들어져야 비로소 시장이 존재하곤 했는데 사적시장이 제대로 존립하려면 이에 대한 규제를 좀 더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 사적시장 창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사적시장이 활성화돼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금융시스템에서 진화와 혁신을 담당하는 곳이 자본시장이다. 혁신과 진화는 규제가 가장 덜 한 곳에서 일어난다. 비용이 가장 적게 들기 때문이다. 자본시장 선진화란 결국 누군가 혁신주체가 있어야 하는데 혁신주체의 활동공간이 바로 사적시장이다.

/사진=이기범 기자

-연초부터 핀테크 활성화가 화두인데 이와 관련해 제언하고 싶은 부분은?

▶핀테크와 관련해 금융정책 차원에서 중요한 부분은 인터넷전문은행 인가에 대한 문제다. 그동안 은행업 진입에 대해서는 진입제한을 뒀지만 핀테크와 관련해서는 최대한 유연하게 바라보는게 좋지 않을까. 일각에서는 은행 난립의 문제도 우려하지만 소비자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업계간 경쟁을 통해 더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꼭 나쁜 일이라고만 생각하진 않는다.

-올해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이 발표됐다. 해외 투자 활성화를 위해 '비과세 해외펀드'가 도입된 점이 주목할 만하다. 이에 대한 견해는?

▶그동안 자본시장은 기업들의 자금조달 측면에 대해서만 초점을 맞춰왔다. 최근 고령화·저성장 시기에 진입하면서 사람들이 금융시장에 동참하는 주된 동기 중 하나가 노후 대비가 됐다.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좀 더 효율적으로 노후대비를 할 수 있을까란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국내 또는 해외에 관계없이 투자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러한 관점에서 이번 경제정책은 긍정적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하는 것에 대해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반기를 들면서 공방전이 계속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드러난 것들 중 자본시장연구원에서 연구할 만한 주제도 있을 것 같다.

▶우리나라 자본시장이 개방된 상황에서 외국계 투자자가 법을 어기지 않는 한도 내에서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목소리를 막을 방법은 사실 없다.

이런 상황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차등의결권 제도다. 차등의결권제도란 기업의 지배주주에게 보통주의 몇 배에 달하는 의결권을 줘 경영권을 지킬 수 있도록 한 제도인데 알리바바가 중국이 아닌 미국에 상장했을 때도 잠시 부각이 됐다.

지분율이 낮은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차등의결권제도가 적용되는 미국에서의 기업 상장을 택했다.

이 제도는 관련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잠시 화제가 되고 사라지는데 보다 심도있게 연구할 때가 됐다고 본다. 지배주주를 보호해 주는 것이 정당한지, 보호한다면 얼마나 해줘야 하는지 등에 대한 논의도 함께 다뤄볼 수 있다.

다른 하나는 국민연금의 의결권 문제다. 주식투자를 하면서 의결권 행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모순이다. 국민연금 역시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의무를 행사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는 것이 이 과정에서 정부의 입김이 들어간다거나 여러 환경의 제약을 받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 기금운용 부서를 독립시키는 등의 국민연금 지배구조 개혁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오랫동안 지속돼 오고 있다.

-현 정부 들어 규제완화를 위한 노력이 지속돼 오고 있다. 이에 대해 평가를 하자면?

▶거시적인 차원에서 규제완화가 왜 필요한지 성찰해볼 필요가 있다. 규제완화 자체보다도 자본시장 내에서 금융사고와 실패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용인해주고 실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사후적으로 엄단하는 문화가 형성돼야 한다. 이러한 문화가 정착하려면 규제완화의 방향 또한 투자자들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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