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깜짝배당 이의있습니다

배성민 부장
2016.03.23 06:01

3월이 하순에 접어들면서 주주총회 시즌도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올해는 열몇시간에 달하는 마라톤 주총 얘기도 없고 사실상 경영권을 정면 겨냥한 외인주주들의 도발도 없어 다소 싱겁다는 말도 나온다.

몇몇 대기업 총수들의 들고남(등기이사 선임과 사퇴)을 책임경영으로 포장하고 배당확대 등을 주주환원 강화로 규정하는 흐름 정도가 그나마 두드러진다. 배당 문제에 있어 특히 눈길을 끈 두 장년기업이 있다.

롯데제과(1967년 설립)와 천일고속(1949년 설립). 사람 나이로 치면 지천명(50세, 知天命), 이순(60세, 耳順)에 이른데다 기업의 모태인 지역기반(부산)도 비슷하게 겹치고 깜짝 배당이라는 공통점을 올해는 더 했다.

먼저 천일고속. 본사가 부산에 있지만 전국 주행망을 갖고 있는 고속버스 등 물류업체다. 상장시점 1976년 이후로 40년이 지났지만 올해처럼 주목을 받은 해는 없었다. 지난 3일 발표한 주당 배당금은 6000원. 삼성전자 같은 배당규모(주당 2만원)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2011년 2월 이후로 한차례도 배당이 없었던 천일고속으로서는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또 3월31일 주주를 기준으로 또 한차례 중간배당을 할 작정이다.

기말 배당금 총액은 85억원에 달해 배당 때문에 적자(지난해 1 ~ 3분기 순익 38억원)가 될 수 있다. 배당의 계기는 지난해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천일고속 창업주인 명예회장은 38년간 숨겨왔던 차명주식(회사 지분 68.7%)을 실명 전환해 손자들에게 증여했다.

11월에 명예회장은 91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세금 신고기한을 감안해 보면 차명주식을 넘겨받은 현 대표이사 등이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깜짝배당을 결정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주주 특수관계인 지분이 85.74%에 달하는 만큼 배당금 총액 중 73억원 가량은 대주주들 몫이다.

롯데제과는 어떨까. 어릴때는 쥬시후레쉬, 커서는 자일리톨 같은 롯데껌을 씹고, 지금도 가끔 꼬깔콘이나 가나초컬릿을 먹는다. 1967년 설립됐고 프로야구단 롯데자이언츠로 더 친숙하다. 1974년 상장한 롯데제과 주가가 100만 ~ 200만원을 넘긴다는 걸 안 건 십몇년 전이다.

롯데제과의 기말 배당금은 1만1270원으로 얼핏 보면 높다. 하지만 시가배당율은 0.5%에 그친다. 주가가 주당 250만원을 넘기 때문이다. 배당금 총액은 160억원으로 순익 791억원(지난해 잠정집계치)의 20% 정도다.

진정한 주주환원으로 후한 배당 같아보이진 않지만 ‘롯데가 의외네’라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2014년 결산 배당(5200원)에서 두배 늘었고 증권가 배당금 평균전망치인 5225원도 크게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롯데의 배당을 뜯어보면 지난해 하반기 이후 재계를 뒤흔들어온 신동주 전 부회장-신동빈 회장 형제간 분쟁이 자연스레 겹쳐진다. 0.2 ~ 0.3%대를 횡보하던 시가배당률을 0.5%로 대폭(?) 끌어올리면서 주주들의 환심을 사야할 긴급한 이유가 생겼다는 말도 된다. 신동주 부회장이 한때 맡았던 일본 롯데가 주로 제과부문에 기반했던 만큼 롯데제과는 두 형제 모두에게 탐나는 회사일 수 있는 것.

소비자 입맛과 이용패턴이 크게 변하지 않고 투자가 많지 않은 이들 기업 특성상 순익 변동도 많지 않다. 아무튼 두 회사 모두는 주주환원이라는 대의보다는 대주주들의 필요에 의해 깜짝 배당을 했다는 의심을 받는다. '바보야, 문제는 오너야' 라고 해도 할말이 없는 것.

몇십년 그랬는데 괜찮겠지라고 생각해온 대주주 오너들과 그러려니 해온 침묵의 주주들. 깜짝배당이 필요한 회사 안팎 돌발상황을 ‘감나무 아래서 감 떨어지기만’ 기다릴 수는 없다.

주총에서의 한표와 발언 한마디는 그 첫걸음일 수 있다. 천일고속 버스를 타고 롯데껌을 씹어온 고객과 주주들 때문에 그들의 오늘이 있었다고 알려주자. 마침 두 회사 주총이 오는 25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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