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에 시장 출렁…불확실성 속 투자자들은 실적 가시성 높은 반도체로 '피난'

중동발 지정학적 불확실성으로 국내 증시가 흔들리는 가운데 실적 기대감이 높은 반도체 ETF(상장지수펀드)로 6조원이 넘는 자금이 몰렸다. 실제로 7일 삼성전자(196,500원 ▲3,400 +1.76%)는 시장 기대치를 훨씬 상회하는 1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하며 실적 성장성을 입증했다. 증권가에선 앞으로도 반도체 중심의 매수 전략이 유효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날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2월28일(현지시간) 중동 전쟁 발발 이후 최근 5주간(3월2일~4월3일) 반도체 산업 ETF에 6조5180억원이 유입됐다. 특히 삼성전자의 1분기 잠정실적 발표를 앞둔 주간(3월30일~4월3일)에는 2조1076억원이 집중적으로 유입됐다. 해당 주간은 종전 기대감이 부풀던 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을 향한 강경 발언을 쏟아내자 투자심리가 급격하게 얼어붙은 시기였다. 매수 사이드카와 매도 사이드카가 연일 발동되는 등 극심한 변동성 장세가 나타났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중동 전쟁으로 변동성이 확대된 구간에서 투자자들이 실적 전망치가 상향된 반도체 중심으로 대응했다고 분석했다. 윤재홍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중동 전쟁이 마무리되는 상황을 대비한다면 이익 추정치 상향과 ETF를 통한 자금 유입이 동반 중인 반도체 산업에 대한 관심이 앞으로도 필요하다"며 "반도체 산업의 12개월 선행 PER(주가수익비율)은 8.5배로 지난해 주가 랠리 시작 수준까지 내려와 저렴한 상태"라고 말했다.
반도체 ETF로 수요가 몰리면서 개별 ETF 상품의 순자산 규모가 커지고 관련 상품들도 잇달아 나오고 있다. 이날 미래에셋자산운용은 TIGER 반도체TOP10(31,480원 ▲600 +1.94%)가 전날 종가 기준 테마 ETF 중 최초로 순자산(AUM) 10조원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또 이날 상장한 KODEX 삼성전자SK하이닉스채권혼합50(10,750원 ▲130 +1.22%)을 비롯해 SOL AI반도체TOP2플러스(9,980원 ▲160 +1.63%), PLUS K제조업핵심기업액티브(9,305원 ▲75 +0.81%), ACE K수출핵심TOP10산업액티브(9,485원 ▼35 -0.37%) 등 지난 3월 이후 상장한 국내 ETF 20개 상품 중 4개 상품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합산 비중을 최소 15%에서 최대 50%까지 담았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코스피 이익 추정치 상향의 대부분이 반도체 산업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의 관심이 많은 곳에 운용사들이 집중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날 삼성전자의 1분기 잠정 실적 발표 이후 기업 펀더멘털(기초체력)이 뒷받쳐주는 만큼 앞으로도 반도체 중심의 매수 대응이 유효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국내 기업 최초로 단일 분기 50조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영업이익 57조2000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했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현재 메모리 반도체 사이클이 미드(중간) 사이클에 근접했고 올해 4분기와 내년 2분기 사이에 메모리 기업들의 실적이 더욱 폭발적으로 개선될 전망"이라며 "실적 서프라이즈에서 오는 기대감의 선반영을 우려할 구간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향후 실적 개선 가속화 과정에서 오는 △시장 기대치의 상향조정 △이번 메모리 사이클을 통상적인 사이클로 착각한 외국인 지분율 최저치 △올해 잉여현금흐름의 50%에 해당하는 환원 수익률 폭등 등을 감안하면 비중 확대가 권고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