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사 번스타인은 최근 '패시브 투자가 마르크스주의보다 자본주의에 더 나쁘다'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펀드매니저 재량에 따라 종목을 선택하는 액티브 투자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생산적인 곳에 자본을 분배하는 기능을 수행하는데 최근 확산된 패시브 투자는 이같은 기능을 마비시킨다는 내용이다.
올 들어 국민연금이 패시브 전략을 표방하며 액티브 펀드를 인덱스 펀드로 돌리자 증시에서 중소형주가 맥을 못 추고 있다. 하반기 들어 외국인이 코스피200 위주의 대형주를 매수하는 가운데 국민연금같은 큰 손이 인덱스 투자로 돌아서자 중소형주는 수급적 열세가 불가피하게 됐다.
그 결과 7월 이후 코스닥은 700대에서 650대까지 하락했다. 코스닥 하락의 주 원인은 기관 매도인데 기관 중에서도 연기금과 투신이 주요 매도 세력이었다.
상반기 연기금은 수익률 제고를 위해 벤치마크 복제율을 높이고 인덱스 투자를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지난해 액티브 펀드의 수익률이 인덱스에 비해 형편없자 비용과 투자 면에서 효율적인 인덱스 투자를 택한 것이다. 또 인덱스 투자를 늘리는 것이 최근 글로벌 연기금의 트렌드이기도 하다.
하지만 의도와는 별개로 연기금의 손바뀜에 의해 코스닥을 비롯한 중소형주가 급락하자 투자자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국민의 자금으로 투자하는 국민연금이 중소기업은 외면하고 대기업에만 투자하고 있다'는 책임론이 불거진 것이다.
인덱스 투자가 수익률 제고를 위한 선택이라지만 결과적으로는 대기업에만 자금을 집중시켜 중소기업 주가는 하락하게 된다. 주가가 하락하면 자금조달에 차질을 겪게 되고 이는 실적 부진과 추가적인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게 된다. 의도하지 않았다 해도 패시브 투자가 자본주의의 효율적 배분을 저해하는 것이다.
패시브 전략은 수익률 제고를 위한 것이겠지만 결과적으로 시장에 충격을 준 것에 대한 원망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 국민의 자금이 국민의 90%가 근무하는 중소기업을 외면하고 있다는 책임론에서 국민연금은 과연 자유로울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