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조원대의 유령주식을 배당한삼성증권의 '배당사고'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났다. 사상 초유의 사태에 대한 시장의 충격은 컸지만 허술했던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들여다보고 내부통제를 강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내부통제전담부'를 통해 전체적인 프로세스를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지난해 1차 컨설팅받은 내용을 근거로 세부 방안을 만드는 중이다.
전산처리 부문은 재발방지를 위한 시스템 교체와 매뉴얼을 정립했고 현장에서 고객을 만날 때 업무 매뉴얼 등 어디서든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전사적인 세부안을 짜고 있다.
삼성증권의 배당사고는 지난해 4월 6일 삼성증권이 우리사주에 대해 주당 1000원의 현금 배당을 하려다 실수로 주당 1000주를 배당하는 사고를 말한다. 국내 굴지의 증권사인데도 직원의 실수를 통제할 수 있는 내부 시스템이 없었고 일부 직원은 잘못 입고된 주식인지 알면서도 주식을 매도해 시장을 혼란하게 하는 등 낮은 직업윤리의식 수준을 드러내 시장에 충격을 줬다.
이 사고로 삼성증권은 대표이사가 교체되고 유령주식을 내다판 직원들은 검찰고발됐다. 이날 서울남부지법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삼성증권 직원에 대해 1심에서 집행유예와 벌금형 등을 선고했다.
삼성증권은 올 1월 26일까지 신규 주식영업정지라는 제재를 받았지만 고객 이탈과 실적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지난해 삼성증권의 영업이익은 4432억원으로 전년보다 28.8%가 늘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오랫동안 거래해온 고객의 신뢰가 있어서 가능했던 것 같다"며 "제재기간에도 고객자산가의 유입이 늘고 프랑스 LNG터미널 인수 등 해외 IB(투자은행) 사업을 활발히 진행해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의 배당사고가 한국 자본시장의 수준을 보여줘 충격을 준 건 사실이지만 이를 계기로 증권회사 전체적으로 내부통제 강화와 전산시스템을 개선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도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협회 차원에서 내부통제와 주문창고에 대한 모범기준안을 만들었고 각 사별로 시스템을 정비했다"며 "금융사고가 나면 제재를 강하게 할 수 있다는 시그널도 시장에 충분히 전달해 각사마다 내부통제 관리를 철저히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34개 증권사에 대해 주식매매 내부통제시스템 개선 여부를 들여다봤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의 매매시스템 정지, 실무자와 책임자를 분리한 승인 절차, 금액별 전결 과정의 차등화 등 40개 이상의 항목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내부통제 시스템에 구멍이 없는지와 대응 매뉴얼, IT전산, 국내·해외주식 등 두루 다 살펴봤다"며 "대부분 많이 개선됐고 미흡한 부분이 있는 증권사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개선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