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증시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글로벌 증시가 지난해 10월 급락 이후 일제히 반등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국내 주식 시장은 사뭇 다르다. 글로벌 이슈마다 각국 증시가 함께 출렁였지만 한국 시장은 악재에 더 민감했고, 호재에는 둔감했다. 기본적으로 약한 펀더멘탈(기초체력)이 차별화를 만들어낸 것이다.
29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날 기준 코스피 지수는 올 들어 현재(2216.43)까지 약 8.6% 상승했다. 22개월만에 2000선이 붕괴됐던 지난해 10월29일(1996.05)과 비교하면 현재까지 11% 올랐다. 하지만 직전 최고점(2598.19) 이후 저점까지 23% 이상 빠진 것과 비교하면 상승폭이 더디기만하다.
그간 미·중 무역 분쟁과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R의 공포(Recession·불황) 등 이슈가 출현할 때마다 지수가 큰 폭으로 출렁이면서 상승세가 부진했던 탓이다. 최근에는 강달러·고유가 부담에 반도체 업황 개선 지연까지 더해져 지수 하락을 부추겼다. 올 들어 하루 동안에만 지수가 1% 넘게 빠진 날이 7거래일이나 된다.
반면 미국 뉴욕증시와 중국 상하이종합지수, 홍콩 항셍지수, 대만 가권지수 등은 달랐다.
국내 증시와 동조화 현상을 보여왔던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 26일 기준 3086.4로, 올 들어서만 23.7%나 상승했다. 지난해 최고점(3559.47)을 90% 가까이 회복했고, 글로벌 증시가 폭락했던 지난해 10월 최저점(2483.09)보다는 25% 가까이 급등했다.
뉴욕증시와도 차별화된 모습이다. 지난 26일(현지시간) 기준 나스닥종합지수(8146.40)는 올 들어 22.8% 상승했다. S&P500(2938.88)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2만6543.33)도 각각 17.2%, 13.8% 올랐다.
특히 나스닥지수와 S&P500는 지난해 최저점(6192.92·2351.1) 대비 현재 각각 31.5%, 25%씩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다우지수(2만1792.2)도 21.8% 오르며 최고점(2만6828.39) 대비 하락폭을 거의 회복했다. 최고점 경신까지는 1%포인트 가량 남겨둔 상황이다.
올 들어 13~14% 가량 상승한 대만가권지수(1만952.47)와 홍콩항셍지수(29605.01)도 지난해 최저점 대비 각각 15%, 20% 상승했다.
한국 증시와 글로벌 증시와의 가장 큰 차별점은 '기초체력' 이다. 코스피 상장사의 올 영업이익 전망치는 지난해 9월 약 230조원에서 계속 줄어 현재 161조원 수준까지 감소했다. 악재를 버틸 힘이 없는 상황에서 나온 리스크는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강화, 코스피 지수가 글로벌 상승장에선 소외되고 하락장에선 함께 빠질수 밖에 없었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G2(미국·중국)를 비롯해 글로벌 경기가 꺾인다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전 세계 증시가 크게 흔들렸는데 특히 한국은 이들 국가에 대한 경기 의존도가 높아 상대적으로 충격이 더 컸다"며 "그나마 미국과 중국은 각각 나름의 호재가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국내 주식 시장은 충격을 그대로 흡수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과 중국은 예상보다 양호한 1분기 실적 발표에, 견조한 경기 지표 등이 하락 압력을 제한했다. 더욱이 미국의 개선된 경기 전망은 오히려 신흥국 투자 매력을 떨어뜨려 코스피 추가 하락을 불러오기도 했다. 그나마 중국은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지수 추가 편입과 무역 분쟁 갈등 완화 등이 영향을 미치면서 상대적으로 나은 흐름을 보였다.
문제는 미국 증시가 쉬어갈 타이밍에 접어들것이란 점이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이제는 미국 증시도 열기를 식힐 위치에 올랐는데 별로 오르지도 못한 한국 증시가 또 조종을 받는 것이 아쉽다"며 "당장 국내 투자자들에게는 인내가 좀 더 필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