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한 거래는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이득을 취했다는 개념을 넘어 다른 사람이 취할 이익을 뺏어가거나 다른 사람에게 손실을 떠넘기는 심각한 범죄다.
투자자자들의 자본시장의 대한 신뢰도가 낮은 근본적인 이유 중의 하나는 불공정거래의 심각성에 비해 적발이나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불신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시장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2015~2017년 증권선물위원회가 심의·의결한 불공정거래혐의 사건 누적 건수인 1064건 중 미공개정보이용 행위, 시세조종 행위, 부정거래 행위 등 3대 불공정거래 혐의 사건 비중이 72.3%를 차지했다.
하지만 수사통보 또는 고발한 748건 중 지난해 2월까지의 처리율(기소 또는 불기소 처리 비율)은 51.1%에 머물고 있다. 부정거래 사건의 처리율은 33.3%로 가장 낮으며 사건 비중이 가장 높은 미공개정보이용 사건의 처리율도 46.9%로 절반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검찰 처리에서만 평균 1년이 넘다 보니 최종 사법 처리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된다.
전문가들은 형사제재뿐 아니라 다양한 행정제재 수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범죄의 발생시점부터 형사처벌 결정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처벌하더라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쳐 동일한 회사를 한 불공정거래 행위가 재발되는 현상까지 벌어진다"고 지적했다.
남 연구위원은 "불공정거래로 취한 이득은 즉시 환수하고 징벌적 성격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의 다양한 행정제재 수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선진국에서는 불공정거래 사건에 대해 형사제재를 보완할 수 있는 다양한 제재 수단을 활용하는 추세다.
미국은 1984년 내부자거래제재법을 제정하면서 내부자거래에 대해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민사제재금을 부과할 수 있게 했다. 1990년 증권법구제법이 제정되면서 내부자거래 외의 사건에 대해서도 과징금 부과가 가능해졌다.
영국은 2000년 통합금융법인 금융서비스시장법을 제정하면서 시장질서남용규제체계를 구축해 형법에 의하던 금융범죄를 민사적 범죄로 전환해 형사제재가 아닌 행정제재를 통해 규제할 수 있도록 했다.
일본은 2004년 증권거래에 관한 집행수단을 다양화하기 위해 당시 증권거래법(현 금융상품거래법)의 개정을 통해 행정제재의 일환으로 과징금 제도를 도입했다. 일본은 과징금 제도의 실효성이 있다고 평가하고 2005년과 2008년 두 차례에 걸쳐 과징금 부과대상 행위를 대폭 확대했다.
한국은 현재는 형벌부과만 가능해 금융당국이 불공정거래를 적발해도 검찰 통보나 고발 조치만 가능하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업무계획 발표를 통해 미공개정보이용과 시세조종 등 전통적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과징금 제재 신설을 위해 자본시장법 개정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한편 금감원은 허위공시, 외국인 이상매매, 공매도를 올해 중점 조사 대상에 올렸다. 무자본 인수합병(M&A), 해외투자, 신사업 진출 등 허위공시와 관련된 불공정거래가 최우선 타깃이다. 허위공시 등을 이용한 부정거래 적발건은 2017년 10건에서 2018년 27건으로 대폭 증가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상장사의 경영권 변동 직후 신규 사업 추진 보도 등으로 주가가 급격히 상승할 경우 신중한 투자 판단이 중요하다”며 “특히 무자본 M&A 방식으로 상장사를 인수할 경우 단기간에 주식을 매도할 가능성이 있어 지배구조 관련 위험요인을 충분히 검토한 후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외국인의 시장규율 행위도 집중 감시 대상이다. 외국인의 이상매매 동향 분석 등을 통해 고빈도 매매(HFT) 등의 불공정거래 가능성을 모니터링하고 조사한다는 계획이다. HFT는 사전에 설정된 알고리즘에 따라 주문생성을 기계화한 초고속 매매방식이다.
공매도도 요주의 대상이다. 차입 공매도 급증 종목 등에 대해 상시 감시를 강화하고, 만약 불공정 거래로 의심될 경우 기획조사를 실시할 방침이다. 이밖에 상장사 대주주의 미공개정보 이용행위에 대한 조사도 지속한다. 특히 한계기업의 대주주가 손실을 피하기 위해 내부정보를 활용해 매매를 하는 행위 등은 금감원이 주목하는 범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