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00억원대 펀드 사기 혐의를 받는 옵티머스자산운용 사태의 주범 5명의 첫 재판이 내달 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개시된다.
이들의 재판은 5년 전 금융위원회 등 당국이 모험자본 활성화를 명목으로 추진한 '전문투자형 사모펀드'(이하 사모펀드) 규제완화 정책의 허점이 어떻게 뚫리고 악용됐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는다. 5년간의 정책 실패가 고스란히 옵티머스 사태에 반영돼 있기 때문이다.
2015년 10월 당국은 △사모펀드 운용사 자기자본 요건을 종전 60억원에서 20억원으로 대폭 낮추고 △전문인력 규제도 대폭 완화했으며 △투자자에 대한 정보제공 등 기존 공모펀드에 부과되던 의무를 모두 없앴다. 개인의 최소 투자금 문턱을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춰 더 많은 개인들이 사모펀드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한 조치도 이 때 나왔다.
규제완화의 효과는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났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015년 47조6500억원이었던 사모펀드 신규설정액은 2016년 87조8900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껑충 뛴 후 지난해에는 128조6800억원까지 치솟았다. 너도 나도 운용사를 만들 수 있었던 데다 낮아진 문턱을 기회로 투자식견을 갖추지 못한 개인들이 대거 시장에 진입했기 때문이었다.
옵티머스 사태의 주범들은 물 들어올 때 노젓는 식으로 이 때를 활용했다. 이들은 2018년부터 관공서·공공기관으로부터 받을 돈(매출채권)이 있는 것처럼 변호사를 통해 위조 서류를 만들었고(주범 중 1명이 변호사다) 위조서류를 들고 판매사들을 찾아가 금융당국의 적격심사를 통과한 것처럼 속였다.
펀드 판매사였던 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 등 대형 증권사들도 작정하고 달려든 주범들에게 속아 넘어갔다. 개인 투자자들은 편의점에서 진통제를 사듯 옵티머스 펀드를 샀다. 결과는 알려진 대로다. 주범들은 돈을 빼돌렸고 5100억원이 넘는 돈은 회수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남은 것은 판매사들과 투자자 사이의 싸움이다. 당국은 이 싸움에서 한발짝 물러나 가끔 훈수를 두는 등 관망세를 취하고 있다.
라임과 옵티머스 등에 이어 디스커버리, 젠투, 팝펀딩 등 사모펀드 사건들이 잇따라 터지며 당국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으로 기존 규제의 구멍들을 막기에 급급하다. 사모펀드 운용사에 대한 판매사·수탁기관의 감시·견제기능을 강화하고 투자자에게 제공되는 정보 내용을 대폭 늘리겠다는 등 내용이다. 라임 판매사들로 하여금 투자자들에게 투자원금 100%를 돌려주도록 압박을 넣어 이를 관철시키기도 했다.
이번 옵티머스 사태가 최종적으로 진정국면에 이르기까지는 장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사태가 지난 6월18일 본지 보도로 최초로 알려진 이후 75일이 지났지만 투자자 피해보전을 위해 누가 얼마나 책임을 부담해야 할지도 명확치 않은 상황이다. 주범들이 숱한 명목회사 성격의 비상장사를 통해 자금을 빼돌려 전국 각지로 뿌려둔 탓에 자금 회수 가능성이 그만큼 낮다.
무엇보다 제2, 제3의 라임·옵티머스 사고를 막으려면 사모펀드 제도 자체의 대수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5년 전 규제완화로 출범한 '한국형 사모펀드'는 사실상'준(準) 공모펀드'로 비(非)적격 투자자들이 아무런 보호 없이 고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밖에 없는 기형적 형태라는 것이다.
이참에 기관들만 참여할 수 있는 기관전용 사모펀드 시장을 따로 분리시켜 본연의 사모펀드처럼, 아무런 보호없이 전문성을 갖춘 적격 투자자들이 실력있는 운용사를 골라 적극적으로 '고위험 고수익'을 추구하도록 하고 일반투자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사모펀드 시장에는 그만큼 규제를 강화하는 등 이원화된 규제체계를 도입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옵티머스 펀드 사건은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 등 주범들이 관공서·공공기관의 매출채권에 투자해 3~4%대 수익을 제공하는 펀드를 만들었다고 판매사들을 속여 개인·법인들로부터 수천억원 대 자금을 조달해 실제로는 부동산 개발업체, 대부업체 등 비상장사 사모사채로 빼돌린 사건이다.
김 대표 및 옵티머스 사내이사이자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 윤석호씨, 옵티머스 2대 주주 이동열씨, 그리고 김 대표 및 윤 변호사와 함께 코스닥 상장사 스킨앤스킨의 고문 유현권씨 등 4명이 구속기소됐고 옵티머스 사내이사 송상희씨가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에게 적용된 혐의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위반(사기), 자본시장법 위반(부정거래행위) 등이다.
이들은 애초 공공기관 매출채권 펀드 판매 초기부터 비상장사 사모사채를 통해 자금을 빼돌려 전국 각지 부동산 등 자산에 투자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사건은 2015년 10월 대폭 완화된 사모펀드 규제가 악용된 대표적인 사건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