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들어 국내 투자자의 해외증시로 이탈이 가속화한 가운데 팔란티어 테크놀로지가 테슬라에 이어 순매수 2위를 차지했다. 올해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을 타고 폭등한 팔란티어 테크는 2기 트럼프 정부의 수혜를 볼 트럼프 수혜주로도 꼽힌다. 다만 단기간에 주가가 폭등한 만큼 곳곳에서 과열 신호가 분명하다. 월가의 주가 전망 역시 밝지 않다.
30일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의 12월 해외주식 순매수 규모는 테슬라 6238만달러, 팔란티어 4292만달러, 뱅가드 SP 500 ETF 3165만달러, 브로드컴 2693만달러, 슈왑 US 배당 에쿼티 ETF 1712만달러 등 순으로 큰 것으로 집계됐다.
기간을 올해 전체로 늘리면 팔란티어 순매수 금액은 5887만달러로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236만달러)보다 2395% 폭증할 정도로 국내 투자자의 최선호주 중 하나로 급부상했다.
올해 팔란티어 주가는 367% 폭등하며 투자자의 기대에 부응했다. 연초부터 꾸준히 급등세를 이어왔는데 9월23일 S&P500 지수에 편입되는 호재까지 터졌다. 국내 투자자의 거래 규모가 컸던 아이온큐 274% 엔비디아 185%, 테슬라 78%, 애플 38%, 마이크로소프트 16% 등 성과를 뛰어넘었다. 팔란티어 시가총액은 1734억달러(약 255조원)로, 코스피 시총 2·3·5위인 SK하이닉스와 LG에너지솔루션, 현대차를 합친 규모와 비슷하다.
2003년 설립된 팔란티어는 AI 빅데이터 전문 기업이다. 페이팔 공동창업자인 피터 틸이 설립을 주도했고, 현재 회장직을 맡고 있다. 팔란티어는 AI와 빅데이터 기술을 접목해 실질적인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소프트웨어(SW)를 제공한다.
데이터 수집 및 분석 플랫폼 '고담'으로 미국 국방부와 중앙정보국(CIA), 국가안보국(NSA), 연방수사국(FBI) 등 정부기관을 고객사로 확보하면서 빅데이터 SW 영역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쌓았다. 이어 민간용 플랫폼 '파운드리'를 출시해 B2B(기업 간 거래)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지난해 거대언어모델(LLM)을 접목한 'AI 플랫폼(AIP)'을 출시하면서 본격적인 실적 성장세에 진입했고, 전 세계적인 AI 투자 열풍의 중심에 서는 계기를 마련했다.
팔란티어는 대표적인 트럼프 수혜주로 꼽힌다. 2기 트럼프 정부에서 신설되는 정부효율부가 정책 수행을 위한 핵심 도구로 팔란티어의 SW를 채택할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정부효율부는 연방정부의 예산 및 인력 감축과 관료주의 해체를 핵심 목표로 삼을 방침이다. 김수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인력 감축을 위한 시스템 자동화에서 AI가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며 "미국 공공기관에 SW를 공급하기 위해선 반드시 국가 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공공기관 중 특히 국방부와 관계가 깊은 팔란티어는 SW 기업 중 가장 많은 인증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팔란티어를 이끄는 틸 회장이 친(親) 트럼프 인사이기도 하다. 틸 회장은 2016년 대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에게 125만달러를 기부한 오랜 지지자다. 트럼프 당선인과 두터운 친분관계인 틸 회장은 J.D 밴스 공화당 상원의원을 부통령 후보로 직접 추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틸 회장과 페이팔을 공동창업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트럼프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거듭나며 정부효율부 장관으로 내정됐다. 또 다른 페이팔 마피아인 데이비드 색스 전 페이팔 COO는 AI·가상자산 차르로 발탁됐다.
주가 폭등으로 과열 신호는 확연하게 포착된다. 현재 팔란티어 주가수익비율(PER)은 400배, 12개월 선행 PER은 169배에 달한다. 주가매출비율(PSR)은 64배에 육박한다. 지속해서 고평가 우려가 나오는 엔비디아 수치(PER 54배, 선행 PER 31배, PSR 30배)를 월등하게 초과한다.
미국 주식정보사이트 핀비즈에 따르면 이달 18일 기준 팔란티어를 분석한 애널리스트 22명 중 매수 의견은 3명에 불과했다. 12명은 홀드, 7명은 매도 의견을 냈다. 평균 목표주가는 44.87달러로 현재 주가의 57% 수준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