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골든타임

김세관 기자
2025.07.10 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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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6월11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주식시장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현장 간담회에서 참석자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고범준

유리창 하나가 깨진 채 방치되면 건물 전체가 빠르게 황폐해진다. 작은 무질서를 그대로 둔다는 건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결국 더 큰 혼란으로 번지게 된다. 사회심리학적 접근인 '깨진 유리창 이론'이 주는 메시지다. 이 논리는 주식시장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고질적인 저평가를 나타내는 용어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다. 과거엔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었다. 최근엔 부실한 기업 체력(펀더멘탈), 대주주 중심의 불투명한 지배구조, 무분별한 기업 분할과 상장 등 복합적인 내부 문제가 더 자주 거론된다.

무엇보다 불공정거래에 대한 느슨한 대응이 시장 신뢰를 크게 갉아먹어 왔다. 허위 공시로 투자자를 속이거나,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활용해 자금을 조달한 듯 주가를 띄우는 행위들이 반복됐다. 하지만 처벌 수위는 낮았고, 재발 방지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실제로 불공정거래 전력이 있는 이들의 재범률은 30%에 달한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경영진의 과거 주가조작이나 배임 이력을 꼭 검색해 봐야 한다' 말이 진지하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씁쓸한 현실이다.

깨진 유리창인 불공정거래를 사실상 하나둘 방치했더니 시장 전체에 피해가 퍼져나간 꼴이다. 한국거래소(이하 거래소)에 따르면, 최근엔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불공정거래 사례가 늘고 있다. 2023년 43건에서 지난해 59건으로 뛰었다.

그런 의미에서 새 정부가 출범과 동시에 '불공정거래 근절'을 자본시장 개혁의 핵심 과제로 내세운 것은 시의적절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일주일만인 지난달 11일 거래소를 직접 찾아 불공정거래 행위자 엄벌을 얘기하면서 "주식시장에서 장난치다간 패가망신한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결과적으로 시장은 강한 인상을 받았다.

정부의 후속 움직임도 빨랐다. 9일 금융위원회·금감원·거래소가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을 함께 운영하기로 했고,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과 함께 대주주·경영진 등 중대 불공정거래 행위자를 외부로 공표하는 방안도 강화한다고 밝혔다. 거래소의 시장감시체계도 계좌 기반에서 개인 기반으로 전환한다. 감시 시스템을 개인 기반으로 바꾸면 감시·분석 대상이 크게 감소해 효율성이 높아진다는게 정부 설명이다.

불공정거래를 빠르게 잡고, 주가조작범에 대한 처벌은 대폭 강화하겠다는 새정부의 강한 의지를 파악할 수 있다. 물론 기울어진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 쉽지는 않다. 한 번 무너진 시장 질서를 하루아침에 바로 세우기는 어렵다. 정부의 의지만으로도 부족하다. 시장 참여자 모두가 공감하고 동참해야 변화가 뿌리내릴 수 있다.

그렇기에 지금이 중요하다. 정권 초기이면서 정책 추진력이 살아 있는 지금이야말로 시장의 낡은 관행을 바로잡고 유리창을 다시 갈아 끼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이 골든타임은 반드시 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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