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부터 시장이 불안하다 보니 기업들이 상반기에 채권을 많이 발행했습니다. 불확실성에 대비한 선조달이었죠."
한 IB(투자은행) 관계자가 기자에게 한 말이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기업 직접금융 조달은 149조932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4% 늘었다. 회사채 발행은 37조8320억원으로 반기 기준 역대 최대였다. 금리가 하반기 더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에도 상반기에 자금 조달에 대거 나선 이유는 정치·경제 불안과 대외 불확실성 때문이었다.
건설 현장에서 잇따라 벌어진 사망 사고는 불확실성을 키웠다. 포스코이앤씨와 DL그룹 사고는 신용등급 강등 우려를 낳았고 주가와 채권수요를 흔들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건설면허 취소 등 강경 제재 가능성을 언급하자 포스코이앤씨 회사채 수요가 급감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A+ 등급이라는 비교적 안정적인 신용에도 정부의 산업재해 관련 강경 대응 가능성에 따라 투자자들은 선뜻 나서지 못했다. 안전 문제가 산업을 넘어 금융시장 신뢰를 위협한 것이다.
다만 시장에선 정부가 아직까지는 구체적 대책보다 경고성 발언에 치우쳐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불확실성이 길어진다면 경고는 힘을 잃고 자금조달 비용 상승은 투자와 고용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금융 변동성을 넘어 실물경제 전반을 흔들 수도 있는 문제다.
인명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인명 사고에 대해 일벌백계는 당연하다. 하지만 다단계 하도급, 공기 단축 압박 같은 건설업계의 고질적 문제를 해소하지 않으면 사고는 되풀이된다. 안전사고에 단호히 대응하는 것만큼 모범적으로 안전을 관리한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정책도 필요하다. 필요시 처벌과 동시에 구조적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중요해진 만큼 정부는 안전 성과를 기업 평가와 금융 조건에 체계적으로 반영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투자 기관들도 안전 리스크를 체계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안전과 시장 안정을 함께 지키려면 정부의 일관된 정책 시그널과 업계의 개선 노력이 동시에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