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가망신 지켜보자" 개미 환호…'1000억' 주가조작, 원금도 몰수할까

지영호 기자
2025.09.24 06:00
주식시장 불공정거래 압박 수단/그래픽=이지혜

주가조작 근절을 위해 출범한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의 1호 사건으로 1000억원대 주가조작 사건을 적발하고 강제조사에 착수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직후 자본시장 정상화 의지를 피력하면서 "주가조작하면 패가망신"이라고 언급한 만큼 해당사건에 대한 엄격한 처분이 뒤따를 전망이다.

2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1000억원을 투입해 230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은 대형 작전세력은 형사처벌과 별개로 금전적 비금전적 제재가 뒤따를 전망이다.

이번에 적발된 주가조작단은 종합병원·한의원·대형학원 등을 운영하는 재력가와 금융회사 지점장, 자산운용사 임원, 유명 사모펀드 전직 임원 등 7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지난해 초부터 1년9개월 간 조직적으로 가장·통정매매 등을 통해 주가를 조작했는데 현재도 1000억원대 주식을 운용하고 있다.

이들에게 적용되는 가장 즉각적인 제재는 금융계좌 지급정지다. 지난 4월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으로 불공정거래에 사용됐다고 의심되는 계좌에 대해 최장 1년간 지급정지를 할 수 있도록 했는데 이번이 첫번째 케이스다. 범죄수익을 은닉하는 사례를 원천 차단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혐의자에 대한 초기 압수수색도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합동대응단에 합류한 금융위원회의 강제조사권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결과다. 이날 합동대응단은 주가조작단 적발 발표에 앞서 혐의자들의 자택, 사무실 등 10여개 장소에 대해 전방위 압수수색을 실시해 주요 증거를 다수 확보했다고 밝혔다.

과징금 부과 가능성도 커졌다. 지난해 1월부터 불공정행위에 따른 부당이득의 최대 2배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게 되면서다. 실제 금융위는 이날 제도 도입 1년8개월여만에 첫번째 불공정행위 1호 과징금 부과사례를 공개했다.

그동안 자본시장에선 시장질서 교란행위에 대해서만 과징금을 부과하고 3대 불공정거래 행위인 △미공개 △시세조종 △부정거래에는 보다 엄중한 형사처벌을 적용하도록 했다. 하지만 엄격한 입증 책임 등의 이유로 기소율이 낮고 유죄 판결을 받더라도 처벌 수위가 낮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이승우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 단장이 23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09.23. myjs@newsis.com /사진=최진석

불공정거래 행위가 입증되면 시장에서 퇴출당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사례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도입된 신분제재에는 불공정거래 행위자에 대해 금융투자상품 거래와 상장사 임원 선임을 최대 5년간 제한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개미들은 대부분 환호하는 모습이다. 주식 종목토론방 등에서는 "주가가 더 오를 것 같다", "패가망신 되는지 끝까지 지켜보자"며 응원하는 분위기다. 다만 과징금 2배로는 주식시장의 불공정행위를 근절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런 이유로 국회에서는 과징금을 부당이득 3배 수준으로 늘리는 등의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이와 별도로 이 대통령의 '원금 회수' 발언이 실현될지도 관전 포인트다. 이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현재는 주가조작을 해서 이익을 본 부분만 몰수하고 있는데 투입된 원금까지 모두 몰수하게 하라고 했다"며 "이미 그 제도가 있지만 너무 잔인해서 안 하고 있었다고 하더라"고 했다.

주가조작 원금 몰수는 자본시장법과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을 근거로 한다. 범죄 수익금뿐 아니라 범죄 행위에 관계된 재산을 몰수하는 내용으로 주가조작 근절을 막는 강력한 제도다. 하지만 제도가 도입된 2021년부터 지금까지 원금까지 몰수한 사례는 나오지 않았다.

증권업계는 주식시장 정상화의 흐름에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금융당국이 속도전에 매몰돼 오판하는 사례가 없도록 공정성과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는 의견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불공정행위에 대한 시장 기대치에 부응하는 속도의 제재가 나온다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면서도 "사법당국이 판단할 영역이 있는 만큼 추후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사건 초기 금융당국의 판단이 매우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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