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은 규모만 놓고 보면 세계 주요 기술주 중심 시장 가운데 나스닥 다음가는 시장이다. 그러나 외국인투자자의 인식은 여전히 낮고 글로벌 자금 유입도 제한적이다. 특정 산업 편중과 낮은 정보 접근성, 투명성 부족 등이 코스닥 투자 확대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2일 블룸버그 터미널에 따르면 코스닥 시가총액은 475조원으로 최근 전세계 주요 기술주 중심 시장 가운데 미국 나스닥(5경830조원)에 이어 둘째로 크다. △영국의 AIM(대체투자시장)이 115조원, △일본 TSE(도쿄증권거래소) 그로스마켓이 80조원, △중국 홍콩거래소 GEM(성장기업시장)이 14조원으로 뒤를 이었다.
상장사 수에서도 코스닥 존재감은 두드러졌다. 코스닥 상장사는 1798개사로 나스닥(3338개사)에 이어 세계 2위다. 그로스마켓은 608개사, AIM은 553개사, GEM은 314개사로 코스닥이 나스닥을 제외한 다른 주요 기술 시장보다 2~3배 많은 상장사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코스닥 인지도는 규모에 비해 낮다. 중국에 위치한 글로벌 투자자문사에서 근무하는 외국인투자자 A씨는 "코스닥은 제도와 투자 환경이 복잡하고 정부 정책 영향을 많이 받다보니 이해하기 어렵다"며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JYP엔터테인먼트(JYP Ent.) 같은 일부 엔터테인먼트 종목 외에는 아는 기업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홍콩에 근무하는 외국인투자자 B씨는 "영문 공시가 의무화해 있지 않고 기업지배구조와 소액주주 보호 제도도 불투명하다"며 "이런 환경에서는 대형 기관 자금이 들어오기 어렵다"고 했다.
북미와 유럽 등 해외 금융업계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도 대다수가 "코스닥을 잘 모른다"고 응답했다. 코스닥이 규모에 비해 글로벌 인지도와 정보 접근성이 낮다는 점이 드러난 셈이다.
거래 데이터에서도 이같은 한계가 확인된다. 국내 증시에 본격적으로 외국인 자금이 유입됐던 지난 6월부터 이날까지 외국인투자자는 코스피에서 20조원 넘게 순매수했으나 같은 기간 코스닥에서는 2269억원을 매수하는 데 그쳤다. 외국인투자자와 기관투자자 매매 비중이 늘고 있지만 코스피의 절반 수준인 24% 수준에 그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스닥이 개인투자자 중심 구조를 벗어나기 위해선 신뢰 기반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를 위한 주요 과제로 영문 공시 확대가 꼽힌다.
지난해 코스닥 상장사 영문 공시 건수는 721건으로 전년대비 104건(16.9%) 늘었지만 대부분 코스닥 글로벌세그먼트에 속한 기업이었다. 현재 거래소는 글로벌세그먼트 및 우량 기업을 대상으로 공시 번역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지원 대상을 확대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주주가치를 높이려는 노력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외국인투자자들이 올해 국내증시에 주목한 배경에는 주주가치 제고와 지배구조 개선 등 정책 변화에 있었다. 그러나 지난 9월 기준 기업가치제고 공시를 낸 166개사 가운데 코스닥 상장사는 38곳에 그쳤다.
투자 기반 확대를 위해 코스닥 지수를 추종하는 ETF(상장지수펀드) 상품도 늘릴 필요가 있다. 현재 코스닥 관련 ETF는 23개(시가총액 약 4조원)로 코스피 ETF(142개, 43조원) 대비 크게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투자자 C씨는 "나스닥은 단순한 거래소가 아니라 세계 최고 기술기업을 끌어들이는 브랜드"라며 "코스닥이 외국인에게 투기적 시장 이미지를 벗어나려면 대형 기관이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도 가격 변동이 크지 않을 만큼 유동성과 시장 규모를 확보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위해 일정 규모 이상 기업이 꾸준히 상장되고 국내 기관투자자 참여도 확대돼야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