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유령주식' 판박이…있지도 않은 비트코인 62만개 뿌린 빗썸

성시호 기자
2026.02.08 16:02

2018 '삼성증권 우리사주 배당사고' 재소환

빗썸·삼성증권 사고 개요/그래픽=김다나

빗썸이 60조원대 비트코인 오지급 사고를 내며 가상자산 거래소의 내부통제 취약성이 도마에 올랐다. 특히 8년 전 '삼성증권 유령주식 사태'의 판박이란 지적이 나온다. 증권가는 실재할 수 없는 자산이 계정(계좌)에 입고된 데 이어 매도주문에 따라 시장에 유통된 과정에 주목한다.

빗썸이 지난해 3분기 보고서에서 공시한 비트코인 위탁 규모는 4만2619개다. 빗썸이 자체적으로 보유한 비트코인은 175개다. 오지급 된 62만개의 비트코인은 존재하지 않은 유령 코인인 셈이다. 이용자들은 가상자산 보유수량 검증절차가 정상 작동했다면 이번 지급사고가 사전 차단됐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장부거래 의혹'으로도 번진다. 빗썸이 실제로 거래 중개량만큼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보관 중인지에 대한 의심이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거래소 등 가상자산사업자(VASP)가 위탁받은 가상자산과 동일한 종류와 수량의 가상자산을 실질적으로 보유하도록 규정한다.

빗썸 측은 사과문을 통해 "지갑에 보관된 코인(가상자산)의 수량은 엄격한 회계관리를 통해 고객의 화면에 표시된 수량과 100% 동일하게 유지되고 있다"며 "매 분기 외부 회계법인과 진행하는 자산 실사를 통해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이미 매도된 비트코인 수량도 회사 보유 자산을 활용해 100% 맞췄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지난 2018년 4월 삼성증권의 유령주식 사태를 떠올린다. 당시 삼성증권은 우리사주 1주당 '배당금 1000원' 대신 '자사주 1000주'를 잘못 지급해 직원 2000여명 계좌에 28억주가 지급됐다. 발행주식 총수의 수십 배를 뛰어넘는 주식이 지급된 셈이다. 특히 회수절차 직전 직원 22명이 주식 1208만주 매도를 주문, 16명이 501만주를 체결시키면서 삼성증권 주가는 장중 11% 넘게 급락했다.

삼성증권은 억대 과태료와 함께 일부 영업정지 6개월, 현직 대표이사 직무정지 등 중징계를 받았다. 매도 직원들은 줄줄이 기소됐고, 그중 8명은 2022년 징역형 집행유예와 벌금형 등이 확정됐다. 유령주식이 시장에 풀리는 와중에 제도적 안전장치가 작동하지 않으면서 감독 책임론이 점화했다. 당시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은 한국거래소·한국예탁결제원과 덩달아 거센 항의에 직면했다.

거래구조가 증권사·거래소·예결원 등으로 분산된 증시와 달리 가상자산 시장은 가상자산거래소 한 곳이 계정관리·주문체결·결제 등 사실상 거래 전 업무를 도맡는 구조다. 이 때문에 빗썸은 이번 사고로 재발방지·운영개선 요구가 집중될 전망이다.

민형사소송과 행정처분에 있어선 유령주식 사태로 빗썸 사고의 향방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비트코인을 지급받은 주체가 직원이 아닌 고객이고, 가상자산은 원칙적으로 자본시장법을 적용받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복수의 가상자산 사건을 수행한 모 법무법인 변호사는 "규제가 가장 취약한 '오프체인(블록체인 바깥) 자산관리'의 허점이 나타나 당국의 고강도 점검이 예상된다"며 "삼성증권 직원들은 '알면서도 주식을 팔았다'는 미필적 고의가 인정돼 처벌됐지만, 빗썸 사고에선 입증이 쉽지 않은 데다 지급분 대부분을 회수했기 때문에 (매도자가) 재판까지 가는 사례는 드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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