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투자자들이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회사채발행사들에 요구하는 가산금리 폭을 키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회사채 오버금리 낙찰 5건 가운데 4건이 민평 대비 +20bp 이상 가산금리(오버금리)에 팔렸다. 전월에는 오버금리 23건 중 +20bp 이상이 5건(22%)에 그쳤다. 회사채 발행을 위한 사전 수요조사 과정에서 기업과 기관투자자 양쪽 모두 신중한 분위기로 돌아섰다.
증권가는 특히 이달이 분기말이란 점에서 시장 향배에 관심을 기울엿다. 과거 코로나 19, 레고랜드와 관련한 신용경색 위기가 저마다 분기말에 찾아왔던 전례가 있다.
12일 전자공시시스템(DART)과 현대차증권 등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들어 지난 6일까지 회사채시장에서 민간 채권 평가사금리 대비 가산금리(오버금리)로 발행이 결정된 회사채는 5건으로 전체 수요예측건수(13건)의 38.5%를 차지했다. 전월에는 71건 가운데 23건(32.4%)으로 이달 비중이 높아졌고 +20bp 이상 오버가 다수를 차지하게 됐다. 지난달 오버금리 23건 중 15건(65%)은 +10bp 이하에 그쳤다. +20bp 이상은 5건이었다. 반면 이달 오버금리 5건 가운데 4건(80%)이 +20bp 이상이었다. 이달 오버금리는 트렌치(만기)별로 대한항공, 통영에코파워, 하나에프앤아이에서 각각 1건씩 나왔고 삼성FN리츠는 2건이었다, 오버 금리 5건의 가산금리 폭은 +9bp~+30bp로, 이 중 +20bp 이상이 4건(80%)이었다.
대한항공은 지난 3일 수요예측에서 3년물이 개별 민평 대비 +20bp에 낙찰됐다. 삼성FN리츠(A+)도 1.5년물 +29bp, 2년물 +24bp에 낙찰됐고, 통영에코파워(A+) 2년물은 밴드 상단인 +30bp에 낙찰됐고 경쟁률은 1배에 턱걸이했다. 절대금리를 기준으로 수요예측을 실시한 신한지주 신종자본증권(AA-, NC5)은 희망 밴드 상단인 4.20%에 낙찰됐다. IB(투자은행)업계는 연기금, 보험사 등이 유동성 경색에 직면한 것이 아니라 전쟁에 따른 심리 문제에 영향을 받았다고 본다.
대다수 기업들은 차환(refinancing) 일정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발행 수요가 두절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조달 금리가 높아지면서 발행 물량을 늘리는 문제에 신중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연기금, 보험사 등 기관 투자가들도 수요를 뒷받침하긴 하지만 금리를 깐깐하게 요구하고 있다.대형 증권사 DCM(채권자본시장) 본부장은 "리테일 채권 수요는 주식시장 강세로 줄어들었고 기관 쪽은 채권형 상품에 대한 기본 수요가 여전히 있지만 지금이 집행 시점이 맞는지 판단을 계속 내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대형 증권사 임원은 "시중에 돈이 마른 것은 아니고 기관 투자자들의 심리적 요인이 더 강하다"며 "원인이 펀더멘털 문제가 아니라 전쟁 같은 단기 이벤트일 가능성이 있어 기업 입장에서는 굳이 나쁜 금리로 발행할 이유가 없다. 가격이 안 맞으면 안 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회사채시장에선 미·이란 충돌이 장기화될 경우 CP(기업어음) 및 PF(프로젝트파이낸싱)-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 금리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과거 코로나19 및 레고랜드 사태 등 신용 경색 국면은 분기말에 발생했다"라며 "공교롭게도, 이번 미-이란 간 무력 충돌이 2월말에 발생하면서 이로 인해 1분기말인 3월 단기 금리 움직임에 시장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라고 했다. 다만 김 연구원은 "레고랜드 사태 이후 시행됐던 시장 안정화 조치가 계속 연장되면서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어 정부의 빠른 대응이 가능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