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17배 오른 미국의 좀비기업, 연봉 1달러 CEO가 한일

반준환 기자
2026.04.19 10:10

[반준환의 미국 스몰캡(20)]망하기 직전에서 AI 최대 수혜기업으로 탈바꿈…스털링 이야기(下)

[편집자주] 숫자 뒤 스토리를 읽어야 진짜 투자가 보입니다. 한국주식도 미국 스몰캡 생태계를 알면 α를 낼 수 있습니다. 기술의 언어를 투자의 언어로 풀어내는 전문기자와 글로벌 특화분석 원리서치의 투자 나침반으로 여러분을 안내하겠습니다. 반보(半步)만 앞서면 남들이 모르는 길이 보일겁니다. 난해한 기술주 투자, 이제 쉽고 재미있게 즐겨보세요.

(上편에서 계속)

스털링의 더 큰 대박은 데이터센터 공사수요가 폭발한 것이다. 2022년 11월30일 오픈AI가 챗GPT를 선보이면서 AI 시대가 공식개막했다. 챗GTP는 불과 5일 이내에 사용자 100만명, 2개월 만에 1억명을 기록하면서 인류 역사상 가장 빠른 사용자수를 기록했다. 이후 빅테크들은 AI 데이터센터 건설에 천문학적 돈을 쏟아붓기 시작했고 스털링은 그야말로 돈을 쓸어 담았다. 쿠틸로는 인터뷰에서 "AI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예측하지 못하고, 그저 고마진 e커머스 부지 조성 회사를 샀을 뿐이었다"고 털어놨다.

2022년 6월 스털링은 사명변경(Sterling Construction Company → Sterling Infrastructure)을 하면서 "차별화된 3개 부문의 인프라 솔루션 제공자로, 고객에게 부가가치 서비스를 더 확대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가진 회사로 탈바꿈했다"고 발표했다.

쿠틸로의 대박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2025년 9월 스털링은 CEC Facilities Group을 5억500만달러(약 7323억원)에 인수했다. CEC는 데이터센터·반도체팹 같은 특수전기·기계 설비 전문 업체다. 이로써 스털링은 부지조성 인프라 업체에서 전력특화 업체로 부상했다. 스털링은 E-인프라 부문 영업마진은 2025년 4분기 24.1%를 찍었다. 일반 토목 건설사(5~7%)의 4~5배다.

2026년 3월에는 CEC가 모듈형 제조 시설을 추가 임대하면서, 특수전력 시스템을 사전제작할 수 있는 능력까지 확보했다. 데이터센터 건설의 병목인 숙련 전기 기술자 부족을 공장 자동화로 해결하겠다는 발상이다.

주가 5달러에서 450달러 돌파… 숫자가 증명한 기적

AI 데이터센터는 일반 건물과 차원이 다르다. 엄청난 하중의 서버 랙과 냉각 시스템을 버티려면 완벽하게 계산된 지반 공사와 거대한 콘크리트 기초가 필요하다. 또한 막대한 전력과 용수를 공급하기 위한 고도의 지하 관망 설계가 필수적이다. 스털링은 바로 이 '데이터센터의 주춧돌'을 놓는 압도적인 기술력과 트랙 레코드를 갖춘 기업으로 진화한 것이다.

2025회계연도 기준 E-인프라 부문은 전체 매출의 약 70%를 차지한다. 3년 전만 해도 이 비중은 절반을 넘지 못했다. 과거 1% 남짓이던 영업이익률은 E-인프라 사업의 폭발적 성장에 힘입어 두 자릿수로 수직 상승했다. 조 쿠틸로 취임 직후 5달러 안팎이던 주가는 2026년 4월 현재 450달러선을 돌파하며 90배에 달하는 경이로운 상승을 기록 중이다. 시가총액은 140억 달러(약 19조 원)를 넘어섰다.

스털링이 최근 발표한 2025년 4분기 실적은 월가를 다시 한번 놀라게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9% 급증한 7억5560만달러, EPS(주당순이익)는 78% 뛰어오른 3.08달러를 기록했다. 쌓여있는 수주 잔고만 30억달러(약 4조1000억 원)에 달해 향후 수년간의 확실한 먹거리까지 챙겨뒀다.

올해 전망도 좋다. 아마존은 2026년 약 2900억원(2000억달러) 규모의 설비투자를 집행하겠다고 밝혔고, 구글은 2610억원(1800억달러), 메타는 1670억~1960억원(1150억~1350억달러)을 쓰겠다고 공언했다. 5대 하이퍼스케일러(아마존·알파벳·메타·마이크로소프트·오라클)의 2026년 설비투자 합계는 약 1000조원(6900억달러)에 달한다. 이 천문학적 돈의 상당액이 스털링의 전공인 부지조성과 전력망 조성에 투입된다.

삼성전자·TSMC 美 반도체공장 투자에도 숨어있는 스털링 효과

스털링이 주목받는 것은 미국 내수 100% 기업이라는 점. 애당초 중동재건 수혜주에서는 거리가 있었지만, 이게 오히려 긍정적인 변수가 됐다. 현재 쌓여있는 수주 잔고만 20억달러(약 2조8000억원)가 넘는다. 기업들의 미국 내 공장짓기 경쟁이 격화되면서 스털링이 쥐고 있는 마진 협상력은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스털링 주가는 지난 5년간 약 1700% 상승했다. 2021년 3월 약 24달러(3만4800원)였던 주가가 2026년 4월 현재 약 456달러(6만6120원)까지 올랐다. 이는 같은 기간 엔비디아(1340%), S&P 500(75%)을 모두 압도하는 수익률이다. 특히 2025년 한 해에만 약 80% 올랐다가 2025년 11월 사상최고가에서 25% 조정받은 뒤, 2026년 4월 다시 사상최고가 근처까지 반등하는 흐름을 보였다.

애널리스트 커버리지는 소수지만 매우 긍정적이다. 스털링은 거래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미드캡 종목이어서 대형 투자은행의 커버리지는 제한적이다. 다만 커버리지를 개시한 증권사는 대부분 매수(Buy) 의견이다. 전통 건설사의 PER은 10~15배 수준이지만, 데이터센터·반도체 팹 같은 미션 크리티컬 인프라 기업은 25~35배에서 거래된다. 스털링의 현재 선행 PER 30배 초반은 '건설사 멀티플에서 인프라 테크 멀티플로 옮겨가는 중간 지점'이라는 해석이다.

한국 투자자가 스털링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세 가지다. 삼성전자는 텍사스 테일러에 486만㎡ 규모의 반도체 공장을 건설 중이다. 총 투자액 170억달러(24조6500억원)에 달하며, 향후 최대 440억달러(63조8000억원)까지 확대될 수 있다. 2026년 말 가동 목표로 현재 90% 이상 공정이 진행됐다.

삼성 테일러 팹의 시공은 다른 기업이 하고 있으나 이 주변에 들어서는 부품사·공급망 시설, 소울브레인 TX 등 한국 관련 기업의 후속 투자는 스털링이 강점을 지니고 있다. TSMC의 애리조나 팹 프로젝트도 마찬가지다. 미 상무부가 공재한 자료를 보면 2024년 삼성 테일러 공사만으로 텍사스 지역 경제에 86억달러(12조4700억원)의 효과가 발생했고, 직접·간접 건설 일자리가 총 1만8636개 창출됐다. 이 건설 붐 전체가 스털링의 사업 기회다. SK하이닉스의 인디애나 HBM 패키징 플랜트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 반도체 리쇼어링 사이클의 뒤에는 항상 스털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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