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주택도시기금(이하 주택기금) 4기 운용사로 선정된 KB증권에 제시한 운용 수수료율이 기존 대비 절반도 안 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대신 국토부는 기본금 20억원을 약속했지만 수수료율이 크게 줄어 KB증권이 운용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5년간 기금 유치에 번번이 실패했던 KB증권이 주택기금 4기 전담 운용 증권사로 선정되기 위해 무리하게 운용수수료를 낮춘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지난달 NH투자증권이 관리했던 주택기금을 넘겨받아 향후 4년간 수탁증권사를 맡게 됐다. KB증권이 이관받은 주택기금 규모는 7조원대로 파악된다. 국토부가 제시한 주택기금 운용 보수는 기본금 20억원과 수탁고의 2.1bp(1bp=0.01%포인트)다. 앞서 3기 전담 운용사인 NH투자증권이 관리했을 때의 수수료율은 수탁고의 4.8bp였는데 이보다 2.7bp가 낮아졌다. 기본금이 있는 대신 수수료율이 반토막 났다.
이를 토대로 단순 추산하면 KB증권의 주택기금 수탁 수수료는 총 34억7000만원에 이른다. 수탁고 7조원을 기준으로 수수료율 2.1bp 적용한 운용보수 14억7000만원과 기본금 20억원을 합산한 값이다. 기존 수수료율 4.8bp를 적용한 운용보수(33억6000만원) 대비 1억1000만원 높은 수준이지만 운용사의 수익성 측면에서 수탁고가 10조원 이상으로 불어나면 수수료율만 제시했던 기존 체계 대비 불리한 산정 방식이다.
새로운 수수료 체계는 국토부가 주택기금의 잔액 감소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결과물로 분석된다. NH투자증권이 공시한 연기금 자산(주택기금 포함)은 2021년 말 20조3613억원, 2022년 말 11조9387억원, 2023년 말 5조8712억원, 2024년 말 3조8323억원 등으로 급감했다. 그러다 지난해 말 6조8448억원으로 증가했고, 올해 1분기 말에는 6조5158억원으로 재차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의 잠정 집계에 따르면 주택기금 여유자금은 2024년 말 28조5839억원에서 지난해 말 23조2018억원으로 5조3821억원 감소했다. 이 기간 주택기금의 재원인 청약저축과 국공채의 원금상환은 늘었다. 청약저축은 2024년 말 13조6473억원에서 지난해 말 16조4601억원, 국공채 원금상환은 15조3830억원에서 18조6395억원으로 각각 증가했다. 또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서는 지난 6월 말 청약통장(주택청약종합저축·청약저축·청약부금·청약예금) 총 가입자 수는 약 2583만4000명으로 전년 동기대비 약 54만2000명 줄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KB증권의 기금운용센터에는 임원급 인사가 대거 포진했다고 들었는데 NH투자증권의 운용 잔고가 3조원대까지 줄면서 수익이 쪼그라들었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 기금운용은 KB증권의 역량을 입증하는 시험대"라며 "앞서 주택기금 운용사였던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은 해외 대체투자에서 손실이 나 패널티를 받고 기금유치에 실패했고 관련 부서도 공중분해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주택기금 운용사를 따낸 KB증권의 투자일임(투자자가 증권사에 자산운용을 위탁하는 계약) 잔고는 현재 크게 늘어났을 것으로 보인다. KB증권의 지난 3월 말 연기금 잔액은 3억9200만원에 그쳤다.
KB증권 내 주택도시기금운용센터는 김성희 센터장(전 사모펀드운용부 부서장)이 맡는다. 센터 인력은 총 22명으로 현재 수수료는 센터 내 인건비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김 센터장은 삼성자산운용에서 연기금투자풀과 산업재해보상기금을 운용해오다 2021년 KB증권에 합류했고, 지난 5년간은 초대형 기금 유치에 실패해 성과를 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