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8·13 주택공급 대책 중 하나로 금융권에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자금 확대를 주문하면서 금융투자업계는 "갑자기 정책 기조가 바뀌었다"며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PF 대출 연체율이 30%를 넘어 건전성 관리가 최우선인 상황인데, PF 건전성 규제가 강화된 지 1개월도 안 돼 다시 공급을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PF 관련 규제가 냉온탕을 오가는 통에 금투업계는 부동산PF도 모험자본으로 인정하는 등 추가 규제 완화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13일 금융위원회는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종합대책 일환으로 '부동산PF 보증·자금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주택금융공사 공적보증 강화와 주거사업장 자기자본비율 규제 한시유예로 총 47조8000억원 이상의 PF 자금을 공급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PF 건전성 관리에서 공급 확대로의 정책기조 변화에 금투업계는 갈피를 못 잡겠다는 반응이다. 올해 1분기말 기준 증권사의 PF대출·채무보증은 총 31조2000억원, 이 중 유의·부실우려 익스포저는 3조7000억원에 달했다. PF대출잔액은 9조원으로 연체율은 30.43%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28.38%)에 비해 연체율이 오히려 2.05%포인트 상승했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최근 고금리와 공사비 상승, 부동산 경기 둔화 장기화로 인해 PF 연체율이 상향하는 추세"라며 "대규모 대손충당금을 쌓은 지 얼마 되지 않아 건전성 관리가 최우선 과제가 됐다"고 말했다.
연체율 상향 추세를 고려할 때 이날 발표된 공적보증 강화 등의 대책으론 민간의 리스크 관리부담을 상쇄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나왔다. 주택금융공사가 공사비 지원을 확대하고 보증비율을 100%까지 높이기로 했지만 이보다 리스크 관리부담이 더 크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PF 관련 NCR(순자본비율)과 충당금 규제가 강화돼 이미 시행되고 있다"며 "신규 PF대출이나 선제적 투자 여력이 과거에 비해 많이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부동산PF 자기자본비율 규제가 금융투자협회 리스크관리 모범규준에 반영된 지 한 달도 안 돼 '한시유예' 방안이 나와 업계에서도 갈피를 못 잡고 있다. 금투협회는 지난 7월9일 모범규준 개정을 통해 PF 사업비 대비 자기자본비율을 내년 1월부터 PF 사업성 평가 등에 반영키로 했다. 내년 자기자본비율 5%에서 2030년까지 20%로 단계적으로 상향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금융위가 주거사업장에 대한 PF 자기자본비율 규제를 2년간 유예하기로 하면서 또다시 규준을 바꾸게 됐다.
다른 건전성 강화 규제들도 줄줄이 다시 바꿔야 할 상황에 놓였다. PF 자기자본비율에 따른 위험가중치 차등화, 충당금 적립률 상향 조정 등 다른 규제들도 잇따른 수정이 불가피하다. 금융당국은 금투협회 등 업계와 소통을 통해 모범규준 재개정 등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금투업계는 이미 시행 중인 부동산PF 상한(자기자본 100%) 규제, NCR 등 자본비율 규제가 추가로 완화되지 않는 한 대규모 신규 공급은 어렵다는 의견이다. 다른 금투업계 관계자는 "건설·부동산 시장이 흔들리면서 PF도 중·후순위는 원금 손실이 나게 돼서 그간 적극적으로 들어갔던 중소형 증권사들도 상당히 조심하는 분위기"라며 "아직 정리가 되지 않은 부실우려 사업장을 갖고 있는 증권사들은 기존 물건을 정리하기 전에 충당금 부담, 자기자본비율 규제 때문에 더 들어가기 어렵다"고 짚었다.
추가 인센티브를 통해 민간 금융사들이 부동산PF를 통해 어느 정도의 수익을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사업장별 신용 보강의 정도, 선·후순위 여부 등 구체적 요건에 따라 위험값을 세분화해서 NCR에 반영해주면 좋겠다"며 "특히 금융사들이 단순히 대출·보증 제공자에서 벗어나 지분투자와 수익공유 등의 방식으로 PF 사업에 참여할 수 있어야 주택공급이 활성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증권사는 발행어음 조달금액의 10% 이상을 모험자본 공급에 써야 하는데 부동산PF 또한 모험자본으로 인정해달라는 의견도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