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의 왕' 티라노사우루스가 팔을 문다면? 아마 거대한 그랜드피아노 13대가 팔에 떨어지는 충격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무시무시한 포식자지만 의외로 귀여운(?) 구석도 숨어있다. 바로 거대한 몸체와는 영 어울리지 않는 짧은 팔이다. 몸길이가 약 12m에 달하는 티라노사우르스의 팔 길이는 고작 1m, 키 175cm인 사람으로 치면 약 14cm에 불과한 수준이다.
'박진영의 공룡열전' 저자는 티라노사우르스의 팔을 가리켜 "박수도 못 치고 모기에 물린 턱을 긁을 수도 없는 길이"라며 "대신 수컷들이 암컷을 긁거나 안을 때 사용했을 것"이라고 소개한다. 알고보면 꽤 '로맨티시스트'라고 할 수도 있겠다.
홀로 생활하던 '아웃사이더'(outsider) 공룡도 있다. '세 개의 뿔'로 더 잘 알려진 트리케라톱스다. 이유는 "너무 많이 먹어서"다.
트리케라톱스는 하루에 약 125kg의 식물을 먹는 것으로 추정된다. 샐러드바에서 양상추샐러드 1200그릇을 먹는 꼴이다. 한 끼라도 편하고 배부르게 식사를 하기위한 나름의 궁여지책이었던 셈이다.
'박진영의 공룡열전'에서 공룡은 더이상 뼈만 남은 화석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도마뱀 화석을 전공한 고생물학자인 저자의 글 속에서 공룡의 삶은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저자 박진영은 티라노사우르스와 트리케라톱스를 비롯해 브라키오사우르스, 데이노니쿠스, 이구아노돈, 스테고사우르스 등 중생대를 대표하는 공룡 6마리를 소개한다.
1억 6000만년 동안 지구를 지배한 공룡이 실제로 어떻게 생겼는지, 어떻게 자라고 살았는지, 19세기 초부터 현재까지 공룡에 대해 어떤 연구가 진행돼왔는지 다양한 일대기가 펼쳐진다.
특히 티라노사우루스를 두고 벌어진 '시체청소부' 대 '난폭한 사냥꾼' 논쟁, 새와 너무 닮은 데이노니쿠스로 인해 제기된 '공룡-새 기원설' 등 공룡 분야에서 한 획을 그은 유명한 논쟁과 가설도 함께 담았다. 공룡을 더 알고 싶어하는 이들의 호기심을 가득 채워주기에 제격이다.
무엇보다 '공룡'이라고 하면 '둘리'와 '쥬라기월드'만 아는 이들에게도 쉽게 읽히는 것이 장점이다. 딱딱하고 어려운 학술용어 대신 영화제목을 비튼 소제목과 저자가 직접 그린 공룡 일러스트로 친숙함을 더했다.
"나의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은 공룡"이라고 할 정도로 공룡에 푹 빠진 저자는 마치 옆집 친구를 소개하듯이 일상적인 사례를 활용해 공룡을 맛깔나게 소개한다.
이 책이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어린 시절 이후 제대로 된 공룡 이야기를 만날 수 없던 갈증을 독자의 눈높이에서 풀어주기 때문이다.
이강영 경상대학교 물리교육과 교수는 "어린이들이 볼 공룡 책은 넘쳐나는데 성인이 되어서는 옆에 두고 읽을 책을 찾기가 어려워 공룡은 가끔 영화에서나 만나는 사이가 돼버린다"며 "(이 책은) 어딘가 당연히 있었을 법하지만 정작 찾기는 어려웠던 책"이라고 추천했다.
이정모 서대문자연사박물관장 역시 "드디어 공룡 책다운 공룡 책이 나왔다"고 치켜세웠다.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며 책장을 한 장씩 넘기다보면 결코 '과찬'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박진영의 공룡열전=박진영 지음. 뿌리와이파리 펴냄. 328쪽/1만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