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과기정통부 ‘TF 사용설명서’

류준영 기자
2017.11.07 07:49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아직도 왜?, 어떡할래?, 뭘 키울까?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출범·운영 중인 분야별 업무혁신 TF(태스크포스)의 이름들이다.

과기정통부는 대내외 환경변화에 민첩하고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앞서 3개 TF와 함께 R&D(연구·개발) 빅데이터 활용, R&D 프로세서 혁신, 일자리 예측, 일하는 방식 혁신, 주니어 보드 등 총 8개의 TF를 운영하고 있다.

TF의 활동계획을 보면 발상이나 내용 모두 참신하다. 이를테면 ‘아직도 왜?’ TF는 소프트웨어(SW) 생태계 혁신을 맡고 있다. 주로 불합리한 수·발주 제도, 과도한 개발자 파견 요구, 사업결과물 활용 제약 등의 문제를 해결할 대안을 제시한다.

‘어떡할래 TF’는 우주개발 및 대규모 시설투자사업 일정 조정, 유사·중복사업 통폐합 등 재정 효율화를 이끌어 핵심 국정과제 투자를 확대하는 역할을 맡았다. ‘뭘 키울까 TF’는 성장동력 정책의 성과 및 한계 등에 대한 논의를 통해 새 정부 혁신성장동력 정책 방안을 마련하는 일을 한다. TF의 구성은 정부 관계자 뿐 아니라 업계·학계·유관기관·발주자·법률전문가 등 매우 다양하다.

TF 조직 형태는 일장일단이 있다. TF가 운영되면 현장의 목소리를 더 많이 듣게 돼 내부 인력만으로 정책을 기획·설계할 때보다 실수를 더 줄일 수 있다. 반면 외부 훈수가 많아져 진도 빼기가 쉽지 않을 수 있고, 실무적인 비용과 노력도 배로 든다.

TF의 역할이 정책의 성과 보장을 운운할 성격은 못되나 확실한 건 혁신에 소극적인 정부 관료들의 자세를 바꿔놓는 데 이만한 자극제도 없어 보인다. 실제로 클린턴 미국 전 대통령은 민간 전문가, 부처 공무원이 머리를 맞댄 여러 팀을 구성해 개혁 프로그램을 짜 적잖은 성과를 얻은 바 있다.

과기정통부가 다수의 TF를 한꺼번에 발족한 이유는 미래부 시절 정부 주도로 만든 1, 2차 정부 R&D 혁신정책 등이 현장에 제대로 착근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 같은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오랜 기간 관련 정책을 추진했음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개선 효과가 나타나지 않아 근원적 해결책을 만들기 위해 TF를 조직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과기정통부는 “TF는 어디까지나 현장의 목소리를 담는 그릇”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TF 운영을 두고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도 흘러 나온다.

가령, 과기정통부만의 큰 밑그림이 제시되지 않은 상태에서 TF가 내놓은 내용으로 향후 정책 노선을 퍼즐 맞추듯 임시로 채워나가는 지금의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책 불균형 등의 문제가 초래돼 정권 내내 ‘갈지자(之) 행보’를 보일 수 있다. 자신들이 세운 정책을 합리화하기 위한 여론몰이 수단으로 TF를 악용할 수도 있다. 이런 부작용을 막을 견제와 검증이 필요하다. 모쪼록 과기정통부가 양질의 정책들을 배출할 수 있는 밀알 조직으로 기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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