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이 '붉은 깃발'인데 우버나 에어비앤비 같은 성공사례가 나올 수 있나요. 규제 당국 한마디면 하루 아침에 폐업 위기에 몰리는 상황인데…."
한국 경제의 신성장동력으로 꼽히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들이 성장을 가로막는 규제 장벽에 존폐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규제 혁신에 적극 나서겠다던 정부도 주요 사안마다 이해관계자들의 반대에 부딪혀 이렇다 할 성과를 못내고 있다.
◇70% 구조조정에, 영업중지 위기…규제에 발목 잡힌 스타트업='한국판 우버'로 불리던 승차공유 스타트업 '풀러스'의 구조조정 사태는 규제에 성장이 막힌 대표 사례로 꼽힌다. 자가용 출퇴근자(드라이버)와 목적지가 같은 이용자를 연결해주는 서비스로 주목받은 풀러스는 지난해 네이버, SK 등 굵직한 투자자들로부터 220억원의 자금을 유치하기도 했다.
하지만 원하는 시간을 선택해 카풀을 제공하는 '출퇴근 시간 선택제'에 대해 서울시가 경찰 조사를 의뢰하고, 택시업계가 강하게 반발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지난 6월 결국 사업 부진으로 직원 70%를 구조조정하고 김태호 대표이사가 사임했다.
또 다른 차량 공유서비스 '차차'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국토교통부가 차차에 대해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위반 판단을 내리면서 서울시가 차차의 영업 중지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차차는 고객이 렌터카를 대여해 대리운전 기사에게 운전을 맡기는 형태로, 앱을 통해 호출하면 차량이 승객이 지정한 장소에서 목적지까지 데려다 주는 서비스다.
김성준 차차크리에이션 대표는 국토부의 위법 판단 직후 "차차는 법무법인 법률 자문과 국토부 세부사항 질의를 통해 위법하지 않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국토부 규제 결정으로 스타트업 생존권이 위태로운 상황에 처했다"는 내용의 호소문을 발표했다.
◇규제 풀겠다더니…논의조차 어려워=아산나눔재단과 구글 캠퍼스 서울이 지난해 7월 발표한 '스타트업 코리아' 보고서는 세계 유망 스타트업들이 한국에 진출할 경우 10곳 중 7곳은 불법 사업자로 전락할 수 있다는 조사결과를 내놨다. 국내 규제 장벽이 스타트업들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실제 세계 최대 숙박공유 서비스 에어비앤비는 국내에서 불법과 합법을 넘나들고 있다. 관광진흥법은 관광숙박업으로 등록하지 않고 자신의 주거공간을 유료로 빌려주는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한다. 개인이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 등록을 했더라도 내국인을 상대로는 영업할 수 없다. 현재 에어비앤비에서 이뤄지는 내국인 간 숙박공유 중 대부분이 불법 행위로 간주된다. 숙박공유와 관련해 새로운 서비스가 탄생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는 얘기다.
상황이 이렇자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스타트업은 범법자가 아니다. 더 이상 규제 혁신을 방치하고 변화를 지연시키지 말라"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문제는 적극적으로 규제 혁신을 실천하겠다고 공언했던 정부 차원에서도 오랜 기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 신규 사업자와 기존 사업자 간 마찰로 제대로 된 논의조차 못하고 있다.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이하 4차산업위)는 카풀 앱 관련 사안에 대한 '규제·제도혁신 해커톤(마라톤 토론)'을 진행하려 했으나 지난해 12월 택시업계 반발로 무산된 이후 아직까지 논의 테이블에 올리지조차 못하고 있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정부가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 시행을 약속했지만 실제로 적용되지 않고 있다"며 "국회에 제출된 규제 샌드박스 관련 법안들부터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이해당사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며 "갈등 우려가 있지만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논의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