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5G(5세대 이동통신) 서비스가 순항하고 있다. 상용화 개시 두 달도 안 돼 가입자 수가 60만명 넘었다.
상용화 초기에는 서비스 품질 논란과 지나치게 비싼 단말기 가격 탓에 쓴소리도 많았다. ‘비싼 LTE(롱텀에볼루션)’라는 비아냥도 여기저기서 들렸다. 하지만 정부와 통신사들이 서비스 품질 향상에 힘을 쏟고 5G 단말기 지원금 경쟁 속에 가입자 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 이 같은 속도라면 연내 목표한 100만 가입자 달성이 7~8월이면 가능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정도면 초기 흥행에 성공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통신사들은 고민한다. 자율주행, 스마트시티 등 5G가 국가경제에 미칠 긍정적 변화나 이용자들의 삶의 질을 높여줄 수 있는 서비스 개발을 위해서는 규제완화와 산업활성화가 필수로 전제돼야 하는데 이에 대한 정부의 정책 진척은 더디기만 하다.
일례로 ‘5G통신정책협의회’ 활동이 그렇다. 9개월의 논의기간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결과물을 내놓지 못한 채 활동을 끝냈다. 5G통신정책협의회는 제로레이팅, 네트워크 슬라이싱 등 5G 시대의 전향적인 통신정책 방향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해 9월 출범했다. 협의회가 내놓은 결론은 이전에 논의된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그간 이뤄진 논의안보다 후퇴했다는 평가까지 나올 정도다.
우선 협의회는 망중립성 원칙과 관련해 “기존 원칙을 유지하되 5G 발전을 저해하지 않는 방향을 견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망중립성은 네트워크사업자가 누구나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게 사업자 혹은 서비스별로 차별해선 안 된다는 원칙으로 5G 시대에 보다 현실화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협의회의 입장은 망중립성에 대한 찬성과 반대입장 모두를 담은 것으로 원론적인 수준에 그친 결론이다.
또 자율주행차와 의료용 네트워크, 스마트폰용 네트워크 등을 나눠 별도 속도를 제공하는 ‘네트워크 슬라이싱’이 5G 시대 대세가 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이에 대해서도 논의 시점이 시기상조라고 판단했다. 글로벌 민간 표준단체(3GPP)의 표준화 과정을 보고 다시 논의하겠다는 것으로 앞으로 적잖은 혼란이 예상된다.
이제 첫발을 내디딘 5G 서비스가 세계 최고 수준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네트워크 품질 향상 외에 혁신 서비스 및 킬러콘텐츠 개발 등이 필수다. 하지만 지금처럼 뚜렷한 정책방향이 없는 상황에서는 모두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다.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넘어 세계 최고 5G 서비스를 위해 제대로 된 정책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