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미완의 과학기술혁신본부

류준영 기자
2019.06.12 05:30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타부처 R&D(연구·개발) 사업에 1억~2억원 더 얹거나 빼는 일이 뭐 그리 중요한지...이대로 가다간 다음 정부에서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 출범 2년여 시점에서 공과를 논하는 현장 연구자들의 반응은 차디찼고 과학기술 정책 전문가들의 평가는 거칠었다. “역할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등 대체로 업계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래서 사실상 이번 정권의 과학기술혁신 스토리를 완성도 있게 마무리 지어야할 새 사령탑인 김성수 신임 과기혁신본부장(차관급)의 책무는 그야말로 막중하다.

김 신임 본부장에게 우선 중요한 것은 지나치게 예산 심의·조정에 쏠린 업무밀도를 당초 출범의 배경과 목적대로 ‘범부처 과학기술정책 조정’ 및 ‘중장기 비전 제시’로 무게중심을 옮겨놓는 일이다. 예산의 경우 미주알 고주알식의 너무 디테일한 조정을 가하기 보단 부처별로 책임질 부분은 과감하게 맡기고, 혁신본부는 국가가 전략적으로 다뤄야 할 큰틀의 범부처 R&D 사업에 더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게 정부출연연구기관 고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4차 산업혁명 등 기술환경의 변화로 기술간 융합이 가속화되고 성장동력 창출 등에 있어 관계부처 정책간의 연계를 위한 현실성 있는 가교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혁신본부가 전체 산업 동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우리 과학기술의 나아가야할 방향과 미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도 출연연 관계자들은 강조했다. 하지만 30년 간 연구실에 몸담았던 신임 본부장과 잦은 인사 이동으로 전문성이 떨어지는 공무원들이 이 같은 시야와 통찰력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관련 전문인재가 몰리도록 개방직 공개채용을 대폭 늘리면 된다. 과기혁신본부의 전문성 강화도 김 본부장의 숙제 가운데 하나다. 무엇보다 자신의 소신을 담은 행정을 펼치기 위해서라도 이런 결정이 필요하다.

연구현장 상황에 대한 인식을 제대로 하고 출연연들이 처한 현실에 맞는 정책을 펼쳐달라는 주문도 잇따른다. 대표적으로 출연연구기관 예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PBS(연구과제중심제도)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꼽는다. 혁신본부는 지난해부터 이 제도의 개선을 공언했지만 논의의 진전을 전혀 이루지 못했다.

연구계 활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비타민같은 대안도 고려해야 한다. 이를 위해 다

양한 연구계층으로 이뤄진 자문위원회 등을 통해 열린 자세로 의견을 경청하고 정책에 반영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주어진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국가 재도약 발판 마련이란 미션을 완수할 차기 과기혁신본부의 ‘줏대 있는’ 리더십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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