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 중인 '전자상거래법 전면개정안'에 모빌리티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개인 간 거래(C2C) 플랫폼 규제 조항이 택시·대리운전 기사와 이용자를 중개하는 모빌리티 플랫폼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7일 관계부처와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전자상거래법 전부개정안 제29조를 재화뿐 아니라 용역 거래를 중개하는 플랫폼에도 적용하기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근마켓처럼 중고상품을 거래하는 플랫폼뿐 아니라 택시·대리운전 기사 등 용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빌리티 플랫폼도 전자상거래법 사정권에 들어오는 셈이다.
제29조는 법 적용 대상에 '재화 등의 거래를 목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라고 명시했으나, 여기엔 용역 중개 플랫폼도 포함된다는 게 공정위 측 설명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제29조엔 재화 뿐 아니라 용역 거래를 중개하는 플랫폼도 포함된다"며 "택시기사를 중개하는 모빌리티 플랫폼도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제29조에 따르면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는 재화·용역을 제공하는 개인 판매자의 △성명 △전화번호 △주소 등을 확인하고, 판매자와 소비자 간 분쟁 발생 시 이를 소비자에게 제공해야 한다. 만약 사업자가 판매자의 정보를 제공하지 않거나, 해당 정보가 사실과 다를 때는 소비자 손해에 대한 연대배상 책임까지 발생한다.
현재 모빌리티 업계는 택시·대리운전 기사의 성명은 이용자에게 공개하되 연락처는 안심번호로 전환해 제공 중이다. 그런데 개정안이 통과되면 모빌리티 플랫폼은 택시기사와 이용자 간 분쟁 발생 시 기사의 성명과 연락처, 주소를 제공해야 한다. 공정위는 개인정보위원회의 '개인정보 최소수집 원칙' 권고에 따라 최종 개정안에서 주소는 제외하기로 했으나, 성명·전화번호 외에도 '필수 확인사항'을 대통령령으로 정할 예정이어서 업계 근심이 커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플랫폼은 택시기사와 이용자 사이에서 분쟁 조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며 "그런데 이용자에게 택시기사 연락처를 주면 피해구제 등에 있어 플랫폼의 역할이 사라지는 것은 물론 사적 해결시도 과정에서 분쟁이 더욱 확산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비단 모빌리티 업계만의 우려는 아니다. 전자상거래법 제29조가 용역 거래 중개 플랫폼에도 적용되면서 배달원을 중개하는 배달앱이나 배달대행업체, 청소·가사도우미 중개 플랫폼 등으로 수범 대상이 확대될 수 있다. 스타트업 관계자는 "공정위가 규제 영역을 넓히려는 것 같아 용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도 예의주시하는 부분"이라고 귀띔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와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개인 간 거래에 대한 제29조 자체를 삭제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개인정보 수집은 최소화하고 보호는 강화하는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조처라는 설명이다. 이들 단체는 "개인 간 분쟁은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안전하게 관리될 수 있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플랫폼과 제3의 분쟁 해소 기관이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소비자 보호 강화를 위해 재화·용역 등 모든 거래에는 신원 확인이 필수라는 입장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개인 간 거래에서 소비자 피해사례가 늘고 있어 소비자 보호장치 강화 필요성이 제기됐다"라며 "그동안 서비스를 제공해온 플랫폼은 개정안 없이도 개인 간 거래를 잘 매개해왔으나, 다른 한편에선 소비자 분쟁은 나 몰라라 해 균형점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