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 구글의 '쥐꼬리 세금' 논란, 감정적 대응 넘어서야

황국상 기자
2023.04.18 05:57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또 다시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쥐꼬리 세금'이 불거지고 있다. 빅테크 기업의 대표격으로 항상 꼽히는 구글이 이번에도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해 국내에 납부한 법인세가 단 170억원, 국내 인터넷 기업의 대표격인 네이버(NAVER)가 납부한 법인세 8605억원의 50분의 1에도 못 미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부터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네이버 1개사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납부한 법인세 총액은 2조1466억원에 이른다. 카카오와 NHN의 3년간 법인세 지출규모도 각각 6228억원, 1176억원에 달한다. 반면 구글코리아의 3년간 법인세 납부액은 405억원, 네이버의 2%도 안되는 규모다. 페이스북코리아의 3년치 납부액을 모두 합해도 단 113억원에 그친다.

이같은 '쥐꼬리 세금'이 가능했던 것은 빅테크 기업들이 자사의 서비스를 글로벌 전역에 제공하면서 막대한 매출수익을 거두고 있음에도 관련한 세금은 법인세율이 낮은 나라에 납부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구글코리아가 국내에 170억원의 세금만 냈던 이유도 구글의 앱스토어 서비스인 구글플레이와 관련한 한국에서의 매출을 싱가포르법인 실적으로 잡은 탓이었다. 한국에서의 구글플레이 매출실적을 더할 경우 구글이 국내에서 내야할 법인세는 5000억~6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한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할 디지털세가 국내에도 2024년부터 시행된다. G20(주요 20개국) 및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합의로 시장 소재국에도 빅테크 등 다국적 기업에 과세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필라1' 조치가 도입됐기 때문이다. 필라1 조치란 △연간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이 200억유로(약 28조8000억원) 이상에 △이익률이 10% 이상인 기업 중 △통상 이익률(10%)를 초과하는 이익의 25%를 실제 매출을 거두는 나라에 납부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통상 이익률 초과이익의 25%에 대한 세금'은 각 매출 소재국끼리 나눠갖게 된다.

디지털세가 시행되면 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의 '쥐꼬리 세금' 논란이 당장은 잦아들 가능성이 있다. 관건은 어느 정도의 세금을 부과할 것인지 여부다. 자칫 '되로 주고 말로 받는' 상황이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필라1 조치는 비단 구글 등 빅테크 기업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 국내의 삼성전자 등 굴지의 기업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특히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산업구조의 특성상 디지털세 논의는 자칫 부메랑으로 우리 경제에 더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과세당국도 당초 계획과 달리 아직까지 구체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주요국들이 디지털세를 어떻게 도입하는지 지켜본 후 시행시기와 내용을 구체화하겠다는 것이다.

감정적 대응은 당장은 후련할 수 있지만 그 이후의 여파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클 수 있다. 디지털세 이슈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도 디지털세 도입을 전후해 전략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디지털세가 관세장벽의 일종이므로 다른 나라의 과세 보복을 초래할 우려도 있는 만큼 실익을 극대화하는 묘수가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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