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선 2019년부터 20~30대 누구나 무료로 국가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는 정책이 시행됐다. 이 나이대는 건강 관리에 힘을 쓰는 MZ세대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들 나이대에 더 필요한 검진 항목 위주로 검사 항목을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1일 서울 중구 방사선보건원에서 열린 '한국형 건강검진 현황과 발전방안' 심포지엄(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한국건강학회 주최, KMI한국의학연구소 후원)에서 서울대병원 건강증진센터 박상민(가정의학과) 교수가 '빅데이터 기반 MZ세대 건강검진 전략' 주제발표에서 강조한 메시지다. 이날 박 교수를 따로 만나 MZ세대를 위한 검진 체계 개편의 필요성과 방향을 들었다.
"국가건강검진위원회에 따르면 ▶건강검진으로 인한 이득이 손해보다 크고 ▶비용 대비 효과가 크고 ▶검진에서 질병을 일찍 발견할 경우 치료할 수 있어야 국가건강검진을 시행할 가치가 있다. 이런 측면에서 MZ세대인 2030 세대에서도 국가건강검진을 받는 게 받지 않을 때보다 득이 실보다 더 크고 효과적이란 사실이 이미 국내 빅데이터에 근거해 입증됐다. 특히 '심혈관 질환'과 관련한 검진 항목에서 효과가 크게 나타난다. 이를 입증한 근거 중심 연구가 정책에 반영돼 우리나라에선 2019년부터 모든 만 20~30대로 국가건강검진 대상 범위를 확대했다. 그전까지는 학생, 전업주부가 국가건강검진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것과 대조된다."
"나이대에 따라 타깃으로 삼아야 할 건강 문제가 다르다. 이에 맞춰 타깃 삼아야 할 검진 항목도 바꿀 필요가 있다. 그런 점을 세심하게 고려한 검진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 20~30대에서 유병률이 높거나 의미 있는 검사 항목은 주로 '심혈관 질환'과 관련돼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전국 20~39세 남녀 268만2045명의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실시한 코호트 연구에 따르면 이들의 첫 검진 때 총콜레스테롤 수치가 240㎎/㎗ 이상으로 높은 경우 10년 이내 관상동맥 질환과 뇌혈관질환이 발생할 위험도가 각각 21%, 24%씩 커졌다. 또 20~39세 남녀 248만8101명을 대상으로 10년간 추적한 관찰연구에 따르면 2017년 개정한 새 고혈압 기준(130/80㎜Hg 이상)을 적용할 경우 검진에서 1단계 고혈압으로 진단받은 후 심혈관 질환이 발생 위험도는 남성이 25%, 여성이 27% 높아졌지만, 이들이 항고혈압제를 먹으면 그 위험도는 남성이 12%, 여성이 13.5% 낮아졌다. 40~60대는 검진 항목이 암 검진과 만성질환 관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70~80대는 신체 기능 유지 검사에 무게를 더 실어야 한다."
"MZ세대의 건강검진이 다른 연령대보다 중요한 이유가 있다. 젊을 때 혈압, 콜레스테롤, 체중 관리를 시작하면 이 효과가 더 오래, 지속해서 유지되기 때문이다. 이걸 '레가시 이펙트(legacy effect)'라고 부른다. '유산 효과'라고도 하는 레가시 이펙트는 병을 초기부터 관리하면 그 효과를 오래 누릴 수 있다는 뜻이다. 만성질환을 일찍 관리하기 시작하면 그 효과가 생애주기에 따라 길게 유지된다. 2030 세대가 중·장·노년층보다 건강관리에 더 철저해야 하는 이유다. 따라서 나이대별 맞춤형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 이 나이대에 굳이 방사선 노출이 심한 영상 검사를 많이 받기보다는 심혈관계 검사 등 2030 세대를 타깃으로 한 검사를 더 잘 개발하고, 건강 증진할 수 있는 서비스로 연계하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MZ세대는 질병의 예방, 관리, 조기 발견에 검진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
심혈관질환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흔한 사망 원인이다. 박상민 교수가 속해있는 서울대병원 건강증진센터는 2020년 심혈관 질환의 사망 위험을 예측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당시 연구팀은 이곳 건강증진센터에서 12년간 축적한 안저(눈 바닥) 촬영 사진 1만5408개의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죽상동맥경화증'을 찾아내는 인공지능 모형을 만들었다. 죽상동맥경화증은 혈관 내막에 콜레스테롤이 쌓이고 세포가 증식해 생긴 '죽종'으로 혈관이 좁아지는 병이다. 뇌졸중·심근경색·말초혈관질환 등 심혈관계 합병증을 유발한다.
이 질병은 자각 증상이 거의 없어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과거엔 발병 여부를 진단하려면 고가의 영상 검사법(경동맥 초음파)에 의존해야 했다. 이에 박 교수팀은 눈이 혈관 건강을 직접 볼 수 있는 유일한 장기라는 점에 착안해 안저 검사로도 경동맥 경화 여부를 정확하게 평가하는 인공지능 진단법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박 교수는 해당 연구를 바탕으로 동맥경화를 빠르고 정확하게 진단하는 인공지능이 탑재된 새로운 안저영상 진단기기를 개발 중이다.
"그렇다. 우리 연구팀은 안저 검사에서 심혈관 질환을 예측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반의 심혈관 질환 예측 관련 마커를 개발했다. 서울대병원 건강증진센터는 2020년 당시 환자 3만2227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인공지능 안저 동맥경화 점수가 향후 심혈관 사망 위험도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안저 동맥경화 점수가 고위험인 경우 심혈관 질환 사망률이 8배나 증가했다. 인공지능 안저 동맥경화 진단법은 망막 혈관 등의 해부학적 요소를 이용해 동맥경화를 예측하는 방식이다. 기존엔 눈 질환만 타깃으로 삼은 안저검사가 눈 질환뿐만 아니라, 동맥경화와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을 예측할 수 있는 '예상치 못한 기회'인 셈이다. 앞으로 검진 관련 기술이 발전하면 이처럼 기존의 검사법을 또 다른 질병의 예측에도 활용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