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나이에 건망증이 심한 경우를 가리켜 '영츠하이머'(젊음(Young)과 알츠하이머(Alzheimer)의 합성어)라 한다. 노트북을 켰는데 하려던 일이 생각나지 않거나 도어락 비밀번호를 까먹어 애를 먹을 때 흔히 '젊은 치매'를 걱정하곤 한다. 하지만, 40대 이하의 건망증은 퇴행성 뇌 질환이 아닌 '숨은 원인'이 존재하는 경우가 더 많다. '영츠하이머'의 원인과 해결책을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승훈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알츠하이머병은 대표적인 퇴행성 뇌 질환이다. 연령, 성별, 고혈압이나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 우울증 등 여러 원인이 작용하지만 가장 중요한 위험 요인은 고(高)연령이다. 전체 환자의 95%가량이 65세 이상이다. 이보다 어린 나이에 발병하는 치매를 '초로기 치매'라 하지만, 이름처럼 거의 노년에 문턱에 접어드는 45세 이상이 해당한다. 알츠하이머병이 40대 이하 젊은 층에 드문 이유는 치매 발병 기전에서 찾아볼 수 있다. 알츠하이머병은 '베타 아밀로이드'와 '타우'라는 단백질이 관여한다. 베타 아밀로이드가 뇌에 쌓이면 뇌세포의 골격을 형성하는 타우 단백질의 구조적 변화가 발생해 뇌 기능이 급격히 저하되는 것이다. 이때,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은 뇌에 문제를 일으킬 만큼 쌓이는 기간이 15~25년 정도로 길다. 20대부터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쌓여도 겉으로 치매 증상이 나타나는 때는 40대 이후가 된다.
20~30대 젊은 층의 건망증은 치매보다 잘못된 습관, 숨은 질병으로 인한 경우가 흔하다. 먼저 과도한 음주다. 술을 마시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부위가 뇌다. 뇌세포가 파괴되고, 뇌와 신경계의 필수 영양소인 비타민B1 흡수를 방해해 독성 반응을 유발·악화해 뇌 기능 저하를 촉진한다. 심한 스트레스, 우울증도 집중력을 떨어트려 일시적인 기억력 저하를 유발할 수 있다. 수면 부족도 심한 건망증의 원인일 수 있다. 이승훈 교수는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하면 낮 동안 집중력이 저하되는 것은 물론, 수면 중 기억의 재구조화나 장기기억으로의 전환이 제대로 안 돼 건망증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밖에 어릴 때와 달리 부주의나 건망증으로 드러나는 성인 ADHD, 빈혈 또는 갑상샘 질환일 때도 집중력·기억력 저하가 나타날 수 있다.
젊은 건망증을 해결하려면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해야 한다. 금연, 금주하는 동시에 건망증의 원인이 질병 때문이라면 이를 치료하는 게 우선이다. 마음 챙김도 중요하다. 수면장애, 과로로 인한 피로감, 스트레스와 우울증, 불안 등의 감정변화를 다스려야 한다. 충분한 휴식과 규칙적인 수면 습관, 명상 등이 도움 된다. 이승훈 교수는 "뇌세포는 근육과 같아서 기억하고 사고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그 기능이 떨어진다"라며 "아무 생각 없이 유튜브나 TV를 보는 것을 줄이고 친구·가족과 대화하며 지금, 현재에 집중하려 노력한다면 건망증을 이기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