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가 가장 빨리 드러나는 부위가 피부다. 팔다리를 중심으로 거뭇거뭇 멍이 잘 드는 것도 피부 노화를 비롯해 먹는 약으로 인한 '노인 자반증'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강한 충격에 멍이 생기는 젊은 층과 달리 나이가 들면 사소한 자극에도 혈관이 다쳐 멍으로 드러날 수 있다. 한양대병원 피부과 주민숙 교수는 "주머니에 손을 넣고 빼는 사소한 동작이나 옷 소매를 끌어 올리다가 손등과 손목에 멍이 생기는 환자도 있다"며 "별다른 충격이 없는데 팔다리에 멍이 생기면 대부분 노인자반증"이라고 설명했다.
노인 자반증의 가장 큰 원인은 노화와 자외선 노출이다. 노인 자반증은 광선자반증이라고도 불리고 유독 팔과 다리에 증상이 두드러지는 데 이는 모두 피부 변화가 자외선과 관련됐기 때문이다. 멍이 드는 이유는 피부 아래 혈관이 터지기 때문이다. 주 교수는 "혈관이 터지는 원인은 △혈관과 이를 둘러싼 조직 문제 △혈소판 이상 △지혈 시스템 이상이 원인이 되는데 노인자반증은 첫 번째 원인에 해당한다"며 "콜라젠과 같이 혈관을 둘러싼 조직이 광노화로 인해 변형되면서 혈관을 충분히 지지해주지 못해서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계란을 푹신한 쿠션 위로 떨어트리면 깨지지 않지만, 딱딱한 시멘트에서는 터지는 것과 비슷한 원리라고 보면 된다. 지혈에 영향을 미치는 아스피린, 항혈소판제 등을 복용하거나 스테로이드를 장기간 쓰고 발라도 증상이 더 심하게 나타난다.
오랜만에 만난 가족이 팔다리에 멍투성이면 걱정이 앞설 만하다. 외부 충격에 따른 멍과 노인 자반증은 여러 다른 점이 존재한다. 첫째, 충격으로 인해 생긴 멍은 눌렀을 때 아프고 통증이 있지만, 노인 자반증은 무증상이 특징이다. 둘째, 충격으로 인해 멍이 생길 때는 보통 중심부가 충격의 정도가 가장 심해 색이 진하고 주변부로 갈수록 흐릿하다. 각 부위에 따라 멍이 사라지는 시차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노인자반증은 색이 전체적으로 균일하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서도 전체적으로 균일하게 사라지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혈관염, 암과 같이 멍이 잘 생기는 다른 병도 있지만 이 역시 구분이 가능하다. 크기가 1㎝ 이상의 멍이 5개 이상 온몸에 존재할 때나 코피나 잇몸출혈이 심한 경우, 관절에 피가 차는 증상 등이 동반될 때는 혈소판 이상이나 지혈 기능 이상의 가능성을 의심해야 한다. 반면 별다른 충격을 받거나 통증 등 동반 증상이 없는데 멍이 생겼거나 팔다리 특히, 무릎과 팔꿈치 아래에만 멍이 존재할 때는 노인자반증일 가능성이 크다. 주 교수는 "혈관에 염증이 생기는 혈관염일 때도 멍이 잘 생기지만 이때는 해당 부위가 약간 튀어나와 병변이 만져진다는 차이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노인 자반증은 피부질환의 '신호탄'이다. 의학계에서는 노인 자반증을 뼈에 구멍이 나는 '골다공증'(osteoporosis)에 빗대 '피부엉성증'(영어로는 dermatoporosis로 공식 용어가 없어 의역함)이라 부른다. 골다공증이 생기면 뼈가 잘 부러지고 회복이 잘 안되는 것처럼, 피부도 자반증이 드러날 땐 그만큼 약해져 잘 찢어지고, 회복이 더디고, 이에 따라 감염과 혈종 등의 증상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주 교수는 "노인 자반증은 'dermatoporosis'의 첫 사인"이라면서 "팔다리에 멍이 잘 든다면 때를 미는 등 불필요한 자극은 절대 피하고, 보습을 충분히 하면서 팔다리를 중심으로 자외선 차단제를 충분히 바르거나 긴팔, 긴바지를 입어 증상이 더 악화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한 경우 피부 노화 회복에 도움이 되는 연고를 바르거나 고주파 레이저 등으로 해결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