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이탈에 '유명무실' 여야의정協, 연내 재가동 요원…정부 "비공식 소통 지속"

홍효진 기자
2024.12.02 16:12

여야의정협의체, 출범 3주만에 '좌초'…의료계 이탈
정부 "재개 후 논의점 충분히 검토…내년 전공의·의대모집 등 예정대로"
"비공식 소통 지속…12월 내로 기한 정하기 어려워" 연내 재가동 요원
박단 전공의 대표 "2025학년도 의대모집 중단해야…현실적 대책 필요"

이진우 대한의학회장(오른쪽)과 이종태 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이사장이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여·야·의·정 협의체 4차 회의를 마치고 협의체 참여 중단 의사를 밝히고 있다. /사진=뉴스1

정부와 의료계 간 대화 창구였던 여야의정협의체가 출범 20일 만에 좌초됐다. 반복된 회의에도 실질적 성과가 도출되지 않자 협의체에 참여했던 의사단체 두 곳이 불참을 선언했다. 정부·여당은 공식 대화에 대해선 휴지기를 가지면서도 '물밑 논의'를 이어가겠단 입장이다. 그러나 재개 일정도 조율되지 않은 데다 의료계 재참여가 불투명한 만큼 협의체 자체가 유명무실해졌단 우려가 나온다.

2일 정부·의료계에 따르면 지난달 11일 출범한 여야의정협의체에 참여했던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의대협회)가 협의체를 탈퇴하면서 협의체의 공식 대화가 잠정 중단된 가운데, 정부는 "향후 (재개된) 협의체에서 나올 합의점을 충분히 검토하겠다"면서도 "명확히 (다른 방향으로) 결정되는 부분이 없다면 내년 상반기 전공의(인턴·레지던트) 모집·의대 증원 등 기존 정부 계획은 일정대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고수했다.

앞서 여야의정협의체는 전날 4차 전체회의를 열었지만, 참여 중이던 의사단체 두 곳이 탈퇴를 결정하면서 결국 협의체 가동을 잠정 중단했다. 정부·여당은 잠시 쉬어가는 '휴지기'라고 표현한 반면 의료계는 향후 재참여에 대해서도 미온적 태도를 보였다. 이진우 대한의학회장은 "휴지기라는 건 정부·여당의 생각"이라며 "의대 증원 관련 정부 태도와 정책에 변화가 있어야 재참여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공식 대화가 멈추면서 연내 여야의정협의체 재가동은 사실상 요원해졌다. 당초 협의체는 사태 해결의 핵심인 전공의 단체와 의대생, 야당이 빠진 채 출범돼 '반쪽짜리'란 지적이 제기돼왔다. 전날까지 4차례에 걸쳐 회의가 진행됐지만 이견은 좁혀지지 않았다. 그간 대한의학회와 KAMC는 전공의·의대생 복귀를 위해선 내년도 의대 증원 규모를 조정해야 한다며 △수시 모집 결원 정시 이월 중단 △정시 예비 합격자 정원 축소 △학습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의대 지원 학생 선발 제한권 부여 △모집 요강 내 선발 인원 관련 대학 자율권 보장 등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정부는 대학 입시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2025학년도 의대 모집 인원을 바꾸는 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2일 서울의 한 의과대학 모습. /사진=뉴스1

이 가운데 의료계 내부에선 두 단체의 협의체 참여를 두고 갈등을 보이기도 했다. 현재 전공의·의대생을 비롯해 이들 참여가 확대된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에선 내년 의대 증원과 관련, 협의체에서 언급된 '인원 축소'가 아닌 '전면 모집 중단'를 요구 중이다. 내년 의대 신입생 정원을 줄일 게 아니라 아예 뽑지 말자는 주장이다. 의협 비대위 측은 두 단체를 향해 "알리바이용 협의체에서 나오라"며 거듭 협의체 탈퇴를 압박해왔다.

정부는 향후 여야의정협의체의 추진 방향성을 최대한 고려하면서도 예정된 의료개혁 사안에 대해선 큰 변동 없이 밀어붙이겠단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머니투데이와 통화에서 "여야의정협의체는 최종 중단이 아닌 잠정 중단 상태"라며 재개 가능성을 언급한 뒤, "협의체에서 (재개 후) 도출되는 부분을 충분히 검토하고 그 상황에서 명확히 (다른 방향으로) 결정되는 게 없다면 내년 상반기 전공의 모집이나 (의대 증원 등은) 이러한 내용은 일정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의료계가 요구하는 의대 모집 중단에 대해선 "의료계 내부에서도 통일되지 않은 의견으로, 단일한 요구는 아니다"라고 전했다.

다만 연내 협의체의 공식 재개 가능성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의료개혁 특별위원회·의료인력수급추계위원회 구성과 2026년 의대 증원 유예 등 그간 협의체에서 논의된 사안에 대해 의료계 측과 비공식적 소통을 지속하겠다"면서도 "협의체 재개는 이달 안으로 기한을 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협의체 좌초 후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지금의 최선은 2025학년도 의대 모집 정지"라고 재차 요구하며 "(현실적 측면에선) 진료에 매몰된 교수들의 업무 과중을 해소해 전공의를 교육할 여건을 마련하는 한편, 전문의 충원과 전공의 임금구조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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