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 9일간의 설 연휴를 활용해 해외여행을 즐기고 돌아오는 사람이 적잖다. 오늘(31일)부터 주말까지 귀국행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데, 귀국 후 일상에서 어떤 행동을 실천하느냐에 따라 몸이 시차에 적응하는 속도를 앞당길 수도, 늦출 수도 있다고 전문의들은 조언한다. 과연 시차가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 시차에 빠르게 적응하는 꿀팁은 뭘까.
우리 몸엔 아침에 자연스럽게 눈을 뜨고 밤에는 대낮처럼 불을 밝혀도 잠이 오게 하는 '생체시계'가 작동한다. 이 생체시계를 '하루주기리듬(circadian rhythm)'이라고도 한다. 먼 나라의 밤낮 주기와 내 하루주기리듬이 어긋나면 원래 잠자던 시간에 몸이 깨어있고 빛에 눈이 노출된다. 또 깨어있던 시간에 빛이 차단돼 사람의 일주기리듬이 불안정해지고 교란돼 잠들기가 힘들어진다. 원하는 것보다 몸이 더 일찍 일어나고, 과도한 주간(낮) 졸음을 유발하기도 한다.
시차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라면 귀국행 비행기를 타기 전부터 한국 시각에 맞춰 조금씩 수면 주기를 조절해보는 시도가 필요하다. 이때 △적절한 시간대의 햇빛 노출 △멜라토닌 섭취가 시차 적응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신원철 강동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시차를 해결하려면 도착한 도시의 낮 시간대에 몸을 햇빛에 노출시키고, 밤 시간대에 빛을 피해 일주기리듬을 재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표준 시간대는 그리니치 표준시(Greenwich Mean Time; 영국 런던을 기점으로, 뉴질랜드 웰링턴을 종점으로 설정한 협정 세계시의 기준 시간대)보다 9시간 빠르다. 일부 국가를 제외하면 한국인 여행객 다수가 우리나라보다 시간이 더 늦은 나라로 여행을 떠난다. 성원재 한양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이런 이유로 해외 여행지에 도착하면 한국보다 더 늦게 일몰을 맞이하고, 여행지 시간 기준으로 일찍 잠들면 수면시간이 늘어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서쪽 나라로 여행 가면 동쪽으로 이동하는 것보다 하루주기리듬을 재정립하기가 더 쉽다. 햇빛에 더 오래 노출되면 밤에 꿀잠(숙면)을 부르는 멜라토닌을 생성하는 데 도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행지에 도착했을 땐 야외 활동을 적절히 하면서 햇빛을 적정량 쬐는 게 중요하다.
단, 여행 첫날만큼은 야외 일정을 너무 무리하게 짜지 말아야 한다. 시간대가 우리와 크게 차이 나는 도시에서 햇빛에 갑자기 과도하게 노출되면 생체시계가 큰 혼란을 겪기 때문이다. 현지에 도착해 1~2일간은 물을 충분히 마시는 것도 생체시계가 보다 잘 조정되는 데 도움 된다.
해외에서 우리나라로 돌아올 땐 반대로 '빠른 일몰'을 맞이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한국 시각 기준으로 늦게 잠들게 되고 일출을 빠르게 맞는다. 이 과정에서 '수면 박탈'이 발생하고, 시간대가 변경되면서 수면 주기도 바뀐다. 하루주기리듬을 맞추려면 귀국할 때 우리나라의 시간대를 설정해놓고, 이 시간대에 맞춰 낮엔 깨어있고, 밤이 되면 잠을 자는 방법이 권고된다.
귀국 후 오전이나 점심시간에 맞춰 산책과 가벼운 신체활동, 적절히 햇빛을 쐬면 생체리듬을 맞추는 데 큰 도움 받을 수 있다. 낮잠은 자더라도 20분이 적당하며, 길어도 30분을 넘기지 않도록 시간을 제한해야 한다. 그보다 길게 자면 그날 밤에 잠드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알코올·카페인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생활 리듬을 설정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적절히 제한해야 한다. 시차 재적응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도착 후 멜라토닌 또는 빠르게 작용하는 안정제를 복용해 적절한 수면 시작을 기대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