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에서 AI(인공지능) 3대 강국을 목표로 내세웠다. AI가 가장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분야가 제약바이오다. 정부에서 제약바이오에 집중해 투자해줬으면 좋겠다. 그 과정에서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디지털 전환을 위한 촉진자 역할을 할 것이다."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이 지난 8일 서울 서초구 협회 내 집무실에서 진행한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그 어떤 산업 분야보다 훨씬 큰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분야가 제약바이오"라며 이같이 밝혔다.
노 회장은 "올해가 협회 설립 80주년인데 최근 제약바이오 산업이 상당히 큰 전환점을 맞았다"며 "2024년 데이터를 보면 우리나라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이 3233개로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3위로 많고, 기술수출 건수도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다. 블록버스터급(연 매출 1조원 이상) 의약품이 나오기 시작하고 있다. 제약바이오 산업을 성장시키려는 정부와 산업체의 의지가 결부돼 이렇게 나타난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다만 "제약바이오 시장은 반도체 시장보다 2.5~3배 정도 더 큰데 우리나라는 아직 세계에서 이 시장에 적절하게 진출하지 못했다"며 "우리나라의 GDP(국내총생산) 대비 R&D 비중이 높지만 절대적 액수에서 보면 크지 않아 강화할 필요가 있다. AI기술과 신약개발 노력, R&D 지원이 결합하면 엄청난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협회가 AI 분야의 기술개발을 이끌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노 회장은 "최근 가장 신경 쓰는 분야가 AI"라며 "산업체의 디지털 전환을 촉진하는 촉진자로서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피력했다. 이어 "제약선진국과 차이를 가장 빠르게 메울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해 작년 초 'AI신약융합연구원'을 만들었고 재작년에 'K-멜로디'(연합학습 기반 신약개발 가속화 프로젝트) 사업 추진기관으로 협회가 선정됐다"며 "추가로 AI자율주행연구소 사업도 하려고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AI와 로봇팔 등을 활용해 새 합성물을 찾고 실험할 수 있는 사업을 하겠다는 것인데, 오는 9월 완공 예정인 '미래관'을 활용하는 안을 구상 중이다. AI 신약 관련 인재양성에도 힘을 쏟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노 회장은 제약바이오 산업 발전을 위해 '네거티브 규제', '투명한 약가 정책' 등이 시급하다는 견해를 내놨다. 그는 "규제 성격이 강한 제약바이오 분야에서 신약, 혁신형 의료기기 등 최첨단 분야에서는 과감하게 네거티브 시스템을 도입하면 산업계에서 엄청난 가치를 생산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네거티브 규제는 금지된 것이 아니면 모두 허용하는 포괄주의 방식이다.
노 회장은 또 "제약바이오 분야는 약 가격을 정부에서 정해 가격 정책이 중요한데, 지금까지는 신약 가치를 인정하기보다 복제약 위주로 약가를 인하하는 쪽에 방점이 찍혀 있던 게 사실"이라며 "신약의 새 가치를 인정하려 노력하고 가격 인하 정책 위주보다 산업 전체가 균형 있게 발전할 수 있는 합리적 범위의 가격 정책이 필요하다. 혁신형 제약사들이 좀 더 용기를 갖고 R&D에 투자할 수 있도록 약가 정책을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건안보 차원에서 국산 원료의약품 우대 정책을 펴야 한다고 봤다. 노 회장은 "정부에서 원료의약품 자급도를 높이기 위해 필수의약품에 한해 국산 원료의약품을 쓸 경우 약가 우대를 해주기로 했는데 우대 범위를 전체 의약품으로 늘리거나 인도처럼 원료의약품 생산 시 직접 보조금을 줘야 한다"며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자급이 깨질 때 국민들에 미치는 영향력을 최소화하기 위한 쪽의 적극적인 정책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약바이오 산업을 위한 정부 컨트롤타워 가동도 당부했다. 노 회장은 "새 정부가 구성되면서 총리실 산하 바이오헬스혁신위원회 활동이 중단돼 있고, 작년 말 지난 정부에서 만든 대통령 직속 국가바이오위원회도 사실상 활동을 못 하는 상황"이라며 "어떤 형태가 됐든 통일된 컨트롤타워는 필요하다. 제약바이오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계획하에 조속히 컨트롤타워를 가동했으면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