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호실적을 거둔 에스티팜이 새로운 기전의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1) 치료제를 통해 추가 성장 동력을 확보한다. 탄탄한 올리고 위탁개발생산(CDMO) 실적에 신약 개발로 인한 매출 기여가 예상되면서 목표 주가도 우상향하고 있다.
에스티팜은 기존 약물과 다른 방식으로 HIV를 치료하는 '피르미테그라비르'(STP0404)로 에이즈(AIDS, 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 치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겠다고 6일 밝혔다.
피르미테그라비르는 '알로스테릭 HIV-1 인테그라아제 저해제'(이하 ALLINI)로 기존 약물과 다른 기전의 '계열 내 최초'(First-in-Class) 신약으로 개발되고 있다. 기존 치료제인 인테그라아제 저해제(INSTI)가 HIV를 인간 DNA에 삽입하는 과정을 막는다면 ALLINI는 애초 HIV가 성숙하지 못하게 해 감염성을 잃도록 만든다.
에스티팜 관계자는 "ALLINI의 기전으로 인체 대상 임상 시험에 들어간 후보물질로는 피르미테그라비르가 유일하다"며 "기전이 다른 만큼 기존 치료제가 잘 듣지 않거나 내성이 생긴 환자도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임상 결과는 긍정적이다. 에스티팜은 지난달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감염병 학회 'IDWeek 2025'에서 피르미테그라비르의 임상 2a상 중간 분석 결과를 구두 발표했다. HIV-1에 감염되고도 치료받지 않은 18~65세 성인을 대상으로 항바이러스 활성과 안전성, 내약성, 약동학 특성을 평가했다. 업계에서는 △포스터가 아닌 구두 발표로 선정됐다는 점 △전 세계 감염병 전문가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치료제의 가능성을 소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실제 연구 결과, 치료받은 그룹은 혈장 HIV-1 리보핵산(RNA) 수준이 11일까지 유의미하게 감소했다. 평균 감소치는 1.191~1.552 log10 copies/㎖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1차 효능 지표 충족 기준(0.5 이상)을 훌쩍 넘었다.
안전성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결과를 보였다. 이상 반응 16건 중 3건이 약물과 관련됐을 가능성이 있지만 중대한 반응은 아니었다. 투약을 중단한 사례도 없었다. 혈중 최고 농도는 투약 후 약 4.5~5.5시간에 도달했고 평균 반감기는 11.6~13.7시간으로 나타났다. 10일 동안 반복 투여 후에도 체내 축척은 경미하거나 관찰되지 않았다.
HIV는 에이즈의 원인 바이러스다. 감염 후 전신 면역세포를 파괴하면 면역기능이 현저하게 떨어져 암·신경질환 등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급증한다. HIV에 감염돼도 치료제를 먹거나 맞으면 전과 다름없는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만성질환처럼 평생 치료받아야 하는 데다 신규 환자가 계속 늘어나며 HIV 치료제 시장은 팽창하고 있다. 글로벌 의료 데이터 분석기업 토워즈 헬스케어(Towars Healthcare)에 따르면 글로벌 에이즈 치료제 시장은 2023년 330억달러(약 47조 7600억원)로 해마다 성장해 2029년 400억달러(약 57조 9200억원), 2032년 500억달러(약 72조 4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에스티팜은 고용량(600mg) 임상 대상자 모집·투약을 진행 중으로 내년 상반기 최종 임상시험 결과 보고서 수령을 목표로 하고 있다. 10년 이상 새로운 기전의 신약이 등장하지 않은 HIV 분야에서 피르미테그라비르가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할 경우 기술 이전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명선 DB증권 연구원은 "고수익의 올리고 매출 성장과 함께 피르미테그라비르의 추가적인 연구 성과가 기대된다"며 에스티팜의 목표주가를 12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권해순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전 차이에 따른 내성 극복 가능성과 병용 요법을 통한 효과 극대화 전략은 여전히 유효하다. 기존 항바이러스 제제를 보유한 글로벌 제약사로 기술 이전 가능성이 기대된다"며 목표 주가 13만원을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