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료가 붕괴 중? 동의 못해" 시골 의사가 내놓은 '뜻밖의 대답', 왜

정심교 기자
2025.11.13 17:39
13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미디어포럼에서 조희숙 강원도 공공보건의료지원단장(강원대 의학전문대학원 의료관리학교실 교수)이 '붕괴 위기 지역의료, 무엇이 문제인가'란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정심교 기자

"지역의료 생태계가 붕괴하고 있다고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역의료에 생태계 자체가 없었기 때문입니다."(조희숙 강원도 공공보건의료지원단장)

13일 대한민국의학한림원과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가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공동 주최한 '지속가능한 지역의료 생태계 구축을 위한 해법 모색' 미디어포럼에서 지역의료 현장에 몸담은 한 의사의 뼈아픈 지적이 나왔다.

조희숙 강원도 공공보건의료지원단장(강원대 의학전문대학원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붕괴 위기 지역의료, 무엇이 문제인가'란 주제발표에서 "강원도를 포함한 지방 도시엔 지역의료의 체계 자체가 없었다. 지역의료가 무너지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됐지만, 이 말에 동의할 수 없는 이유"라고 쓴소리를 뱉었다.

그는 "2004년 KTX가 개통되면서 수도권 대형병원 쏠림 현상은 심화했다. 이미 10여년 전부터 지방 소재 암 환자의 30%가 진료받기 위해 서울 대형병원으로 향했다"며 "암은 당장 죽고 사는 응급상황까지는 아니므로 암 환자의 서울행이 '급한 불'까지 여겨지지는 않았고, 그래서 공론화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13일 대한민국의학한림원과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가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공동 주최한 '지속가능한 지역의료 생태계 구축을 위한 해법 모색' 미디어포럼에서 패널들이 지역의료의 문저점과 개선할 점에 대해 의견을 내고 있다. /사진=정심교 기자

하지만 2020년부터 언론을 통해 '응급실 뺑뺑이'와 이로 인한 사망률이 늘고 있다는 현상이 잇따라 보도되면서 지역의료 위기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그때야 뒤늦게 형성됐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특히 '응급실 뺑뺑이'가 수도권보다 비수도권에서 급증한 이유로 정부가 '의사 수 부족'으로 짚었고, 그 대안으로 '의대 증원'으로 제시했는데, 이를 두고 조희숙 단장은 "외래·입원 환자는가 서울로 가면서 지역은 병원 경영난이 심각한데, 이런 상황에서 의료진이 응급실만 지킬 수 없다"며 "설령 응급실이 있더라도 배후진료과 의사가 없고, 응급실 환자의 전원도 힘들어 응급환자를 받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 예로 강원도 내 지방의료원 5곳의 병상 가동률은 20~30% 선에 그치고, 광역시 소재의 부산의료원조차 지난 10월 의료진의 급여가 50%만 지급될 정도로 자금난에 시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월 이재명 정부는 주요 보건의료 정책으로 이른바 '지필공'(지역·필수·공공의료)을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그는 "정부의 방향성은 동의하지만, 돈을 얼마나, 어떻게 쓸지 구체적인 청사진이 제시되진 않았다"며 "수가를 올리는 것도 한계가 있고, 국민이 낸 건강보험료를 지역의료 살리기에 쓰려고 해도 전 국민의 동의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며 "중앙정부가 '국가 차원의 투자'를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우봉식 전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장(한국회복기재활연구소 소장)은 이날 "공공병원을 지역에 새로 짓기보다는 차라리 원정 진료한 의사에게 지원금을 주고, 전공의 수련을 지역 의료기관과 연계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정심교 기자

독일의 보험의사제도를 벤치마킹해 국내 도입하자는 제언도 나왔다.

이날 '선진국의 지역의료 정책'에 대해 주제발표한 우봉식 전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장(한국회복기재활연구소 소장)은 "독일은 지역의료 정책으로 지역 보험의사 단체인 지역의사협회(KVs)를 통해 지역 내 의사 배치를 총괄 관리한다"며 "지역의사협회에 가입돼있지 않으면 의사는 사회보험 진료를 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일종의 '개원 총량 관리제'로, 의사가 부족한 지역에서 의사가 새로 개원하거나 기존 의원을 승계하면 지역의사협회가 해당 의사에게 일회성 보조금(6만~10만 유로)을 일시불로 지급한다.

우 전 원장은 "공공병원을 지역에 새로 짓기보다는 차라리 원정 진료한 의사에게 지원금을 주고, 전공의 수련을 지역 의료기관과 연계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지역의료가 원활하게 작동하려면 지역에 의사가 몇 명이 필요한 걸까. 이에 대해 박은철 대한민국의학한림원 부원장(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은 "지역에서 의사 부족으로 인한 문제를 없애려면 지역의사가 최소 5000명은 있어야 한다"며 "문제는 지역에서 일할 의사를 그만큼 구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은철 대한민국의학한림원 부원장(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은 "지역에서 의사 부족으로 인한 문제를 없애려면 지역의사가 최소 5000명은 있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사진=정심교 기자

그는 지역의료가 몰락해가는 주요 원인으로 '공중보건의 제도의 허점'을 꼽았다. 박은철 부원장은 "우리나라는 군대에서 군의관을 먼저 뽑고, 나머지 중에서 공중보건의를 뽑는 구조"라며 "군대에서 의대만 졸업한 '일반의'보다 실력을 더 갖춘 '전문의'를 먼저 차출하면서 지역에서 일할 공중보건의 가운데 전문의 수가 급감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공중보건의는 2008년 1278명에서 의정갈등이 심했던 지난해 249명으로 크게 줄었는데, 이마저도 일반의가 203명인 데 반해 전문의와 인턴(전문의가 되기 위한 전공의 신입)은 46명에 불과했다. 게다가 군의관·공중보건의의 복무 기간(36개월)이 육군·해병 일반 사병(18개월)의 2배에 달한다는 점에서 기피 현상도 심화했다.

올해 의료정책연구원이 의대생 246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군의관·공중보건의의 복무 기간을 24개월로 줄인다면 군의관·공중보건의로 군에 복무하겠다는 응답자가 전체의 92.2%(2277명)에 달했다. 이를 근거로 박은철 부원장은 "의대 졸업생들이 또래보다 2배 이상 시간을 들여서 군의관·공중보건의를 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며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공중보건의 복무 기간을 현재의 36개월에서 24개월로 빨리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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