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만에 제도권 진입 비대면진료…의사는 잠잠한데 '이곳'이 충돌

박정렬 기자
2025.12.03 15:43
비대면진료 '의료법 개정안' 개요/그래픽=김지영

시범사업 등의 형태로 진행돼오던 비대면 진료가 마침내 제도권 안으로 들어왔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 의정 갈등을 거치며 제도 필요성이 확산했고 법제화라는 결실을 보게 됐다. 다만 의사단체 이외에 약사·중개 매체(플랫폼) 간 갈등이 불거져 실제 시행까지는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3일 국회와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날 비대면 진료의 제도화를 위한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2010년 18대 국회에 처음으로 이와 관련한 의료법 개정안이 제출된 이후 15년 만에 비대면 진료가 제도권에 편입됐다. 병원에 가지 않고 진료를 보는 게 합법화된 것이다.

이번 비대면 진료는 대한의사협회가 요구한 △대면 진료 원칙 △의원급 의료기관 중심 △재진 환자 중심 △전담 기관 금지 등이 반영됐다. 제1형 당뇨병이나 희귀질환자 등은 예외를 뒀지만 원칙적으로 의료계와 합의를 고려해 법을 개정한 만큼 의사단체의 반발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의약품 공급을 둘러싼 약사단체와 플랫폼 업체 간 갈등이 심상치 않다. 과거에는 약 배송을 둘러싸고 이견을 보이던 데서 이번에는 약 공급을 두고 충돌하며 이와 관련한 약사법 개정안은 이번 본회의에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최보윤 국민의힘 의원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간담회의실에서 열린 비대면진료 법제화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지난해 3월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인 닥터나우는 의약품 도매업체 비진약품을 자회사로 설립했다. 약 배송이 금지된 가운데 비대면 진료를 받은 환자가 처방받은 약을 찾아 떠도는 '약국 뺑뺑이'를 줄이기 위해 제휴 약국에 약을 직접 공급하는 한편 실시간 재고를 파악해 공개해 왔다.

그러나 이를 두고 대한약사회와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등은 환자 유인·알선 등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반발했다. 플랫폼이 의약품 유통에 관여하면 특정 약국을 우대하거나 특정 제약사 제품 처방 및 판매를 독려하는 '신종 리베이트'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닥터나우 등 플랫폼과 벤처기업협회 등은 '혁신 족쇄' '국민 편익' 등을 주장하며 대립했다.

양측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비대면 진료 플랫폼의 의약품 도매업 겸업을 금지하는 내용의 약사법 개정안은 '시한폭탄'처럼 남게 됐다. 언제 국회 본회의에 재상정될지 몰라 복지부도 규제 수위 등을 놓고 난감한 모습이다. 복지부는 플랫폼의 약 도매업 행위에 대한 판단에 대해 "당장은 보류됐으나 다음 본회의에 약사법 개정안이 상정될지 두고봐야 한다"며 말을 아꼈다.

복지부는 1년 후 법이 시행되기 전까지 현재 진행 중인 시범사업을 단계적으로 개편해나갈 계획이다. 의·약계, 환자·소비자, 플랫폼 업체 등과 규제·육성 방안을 협의할 것으로 알려진다. 이번 의료법 개정안에도 플랫폼 규제를 위한 신고제·인증제 도입, 의료광고 사전심의 대상 추가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플랫폼 사업자의 의무사항에 △약사법에 따른 담합 행위를 알선·유인·사주하는 행위 금지 △의료기관 등에 환자를 소개·알선·유인하는 대가로 금전 등 경제적 이익을 요구하거나 받는 행위를 금지하는 등 제재 사항이 담겼다.

그러나 이런 제재 수위에 대해서도 약업계와 플랫폼간 입장이 엇갈린다.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의료법에 플랫폼 규제 근거를 마련한것처럼 약사법 상 제약사의 '리베이트 금지 대상'에 플랫폼을 추가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오히려 도매업을 하지 않는 플랫폼까지 포괄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돼 더욱 효과적"이라 주장했다. 반면 약업계 관계자는 "플랫폼이 약 도매업에 진출하면 결국 지역마다 '공장형 약국'과 같은 대형 조재 약국를 만들어 물류를 밀어주고 제약사 등이 종속될 것"이라며 "약사법 개정을 통해 플랫폼의 의료 영리화 시도를 애초에 차단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복지부는 "의료법상 플랫폼 규제는 법이 통과돼 시행 시 적용될 것"이라며 "구체적인 사항을 잘 만들어 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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