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심교의 내몸읽기]

생수병 속 물을 마시고, 티백을 우린 차를 마시는 평범한 일상이 공포로 다가왔다. 이런 일상에 가득한 미세플라스틱이 사람의 몸 이곳저곳을 망가뜨릴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최근 잇따르면서다. 이런데도 중국 젊은 층에선 플라스틱을 씹으면 살을 뺄 수 있다는 황당한 다이어트까지 인기를 끈다. 과연 미세플라스틱은 뭐고, 우리 몸에 어떤 악영향을 미칠까.
미세플라스틱은 크기가 5㎜ 이하로 매우 작은 플라스틱 조각이다. 플라스틱이 쪼개지면서 만들어지는데, 머리카락 굵기(약 70μm)보다 훨씬 작아, 세포 속으로 쉽게 침투할 수 있다. 박진화 한양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1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미세플라스틱은 음식·물·공기를 통해 인체에 흡수될 수 있다"며 "미세플라스틱이 사람의 혈액·폐·대변·태반 등에서 검출된 사례가 보고된다"고 설명했다.
미세플라스틱은 어디에 많이 들어있을까. 최근 연구에 따르면 매일 마시는 티백 차에서 다량의 미세플라스틱이 방출됐다. 이란·영국 공동 연구진이 학술지 '푸드 케미스트리(Food Chemistry)' 등에 발표된 19편의 논문을 종합 분석해 도출한 연구결과, 마른 티백 한 개에 미세플라스틱 13억개가 검출됐다. 특히 티백을 뜨거운 물에 넣으면 미세플라스틱이 최대 147억개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티백 소재에 따른 차이도 확인됐다. 나일론이나 PET(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로 만든 티백은 끓는점에 가까운 물에서 특히 많은 입자를 방출했다. 이들 입자는 티백 자체뿐 아니라 제조 과정에서 유입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병에 담긴 액상 차, 버블티도 용기·뚜껑·빨대 등을 통해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될 수 있지만, 연구진은 "여러 음료 가운데 티백 차가 미세플라스틱을 가장 많이 방출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플라스틱 소재 생수병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나왔다. 미국 컬럼비아대 연구팀이 생수 브랜드 3종을 분석했더니, 1ℓ짜리 생수병에서 미세플라스틱이 평균 24만개가 발견됐다. 국내도 예외는 아니다. 2024년 9월 국립환경과학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에서 유통되는 생수 제품 30개 가운데 28개(93%)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플라스틱은 자외선에 닿으면 잘게 쪼개진다. 특히 생수병이 뜨겁고 햇빛이 내리쬐는 장소에 보관되면 미세플라스틱이 급증했다. 최근 국제학술지 '유해물질저널(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중국 쓰촨대 연구팀은 열·햇빛에 노출된 차량 내부에 생수병을 넣어두고 한 달간 방치했다. 이후 생수 성분을 들여다봤더니 미세플라스틱 농도가 10.03ppm까지 검출됐다. 이는 500㎖ 기준 생수 한 병에 미세플라스틱이 5㎎ 들어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미세플라스틱이 인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 전문가들은 미세플라스틱이 사람 몸에서 산화 스트레스를 유발할 가능성을 우려한다. 미세플라스틱이 체내에서 불안정한 분자를 생성해 DNA와 세포 구조를 망가뜨리고, 이런 손상이 반복되면 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플라스틱 입자가 프탈레이트·중금속 등 유해 물질을 흡착해 체내 더 깊숙이 운반하는 '매개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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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플라스틱 중에서도 크기가 1㎜ 이하로 매우 작은 게 '나노플라스틱'이다. 나노플라스틱은 세포벽을 통과해 혈액·조직·장기까지 침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일부 연구에선 나노플라스틱이 사람의 혈액·폐·간은 물론 종양 조직에서도 검출된 사례가 보고됐다. 박 교수는 "나노플라스틱을 포함, 미세플라스틱엔 호르몬을 교란하는 유해 화학 물질이 포함됐을 수 있는데 이게 세포의 염증, 산화 스트레스, DNA 손상 등을 유발할 수 있다"며 "이런 요인 모두 암 발생에 기여하므로 결국 미세플라스틱이 암 발생과 연관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미세플라스틱은 다양한 물질과 접촉하며 시간이 지날수록 표면 성질이 바뀐다. 이 과정에서 아민기(-NH₂, 질소와 수소의 결합물)나 카르복실기(-COOH, 탄소·산소·수소의 결합물)처럼 전기적 성질을 가진 화학 구조가 표면에 노출된다. 이렇게 변형된 미세플라스틱이 뇌 신경세포 사멸을 촉진한다는 국내 연구결과가 나왔다. 신경세포가 사멸하면 알츠하이머병(치매 일종), 파킨슨병 같은 신경 퇴행성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지난 1월 환경·보건 분야 국제학술지(Ecotoxicology and Environmental Safety)에 실린 가톨릭의대 의생명과학교실 논문에 따르면 연구팀은 표면 화학 구조가 서로 다른 폴리스티렌 미세플라스틱을 이용해 뇌 속 면역세포 역할을 하는 미세아교세포(뇌속 유해 물질을 없애는 세포)를 중심으로 분석을 진행했다. 실험 결과, 아민기가 노출된 미세플라스틱(PS-NH₂)은 일반 미세플라스틱이나 카르복실기가 붙은 입자보다 훨씬 빠르게 미세아교세포 안으로 침투해, 강력한 염증 반응을 유도했다.
특히, 아민기가 노출된 미세플라스틱이 든 미세아교세포에선 염증 신호 물질(TNF-α, IL-6)이 크게 늘었다. 이는 미세아교세포가 염증을 일으키는 방향(M1형)으로 변화했다는 의미로, 연구팀은 이런 변화의 핵심 원인이 미토콘드리아(세포 내 에너지 공장 역할을 하는 기관) 내에서 과도하게 생성되는 활성산소라는 점을 밝혀냈다. 이 과정을 통해 활성화한 뇌 면역세포는 주변 신경세포에 2차 손상을 입혀 신경세포를 죽게 했다.
류마티스관절염 환자가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되면 병변이 나빠진다는 사실도 최근 연구에서 입증됐다. 류마티스관절염은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자신의 조직을 오해하고 공격해 만성적인 관절 염증을 일으키고, 연골·뼈를 망가뜨리는 자가면역질환이다. 가톨릭대 의대, 포스텍-가톨릭대의생명공학연구원, 대구대 공동 연구팀이 지난해 류마티스관절염 환자의 류마티스관절염 환자들의 활액(관절을 둘러싼 활막에서 분비되는 관절액)을 분석했더니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됐다. 동물실험에서 폴리스티렌 미세플라스틱에 장기간 노출된 관절염 쥐 그룹에서 관절 염증이 눈에 띄게 악화했다.

전문가들은 일상에서 미세플라스틱 노출을 완전히 피하기는 어렵지만 생활 습관을 개선하면 줄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티백 대신 잎차를 사용하거나, 플라스틱 망이 아닌 종이 재질 제품을 선택하는 게 도움 된다. 티백을 넣은 채 전자레인지에 가열하는 행동은 피하는 게 바람직하다. 플라스틱 용기 대신 유리·스테인리스 용기를 사용하고 페트병 생수 대신 정수기나 유리병에 담긴 물을 마시는 게 도움 된다. 플라스틱 빨대 대신 스테인리스·종이 빨대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 젊은 층 사이에서 비닐 랩에 담긴 음식을 씹기만 하고 뱉어내는 이른바 '플라스틱 다이어트'가 확산하고 있어 보건 전문가들이 강력한 우려를 표명했다. '씹는 행위'만으로 칼로리 섭취를 차단하면서도 음식의 질감을 즐길 수 있다는 이유로 SNS에서 유행 중이지만, 이는 단순한 식이요법을 넘어 미세플라스틱을 삼키는 위험한 행동이라는 지적이다. 마드리드 유럽대학교 약학·영양학과 안드레아 칼데론 박사는 "포만감은 단순히 씹는 행위로 채워지지 않는다"며 "오히려 플라스틱이 잘게 부서지면서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될 위험을 높인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