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782원? "더 이상 못 만들어" 필수약 공급망 흔들...7월부터 고비

고작 782원? "더 이상 못 만들어" 필수약 공급망 흔들...7월부터 고비

홍효진 기자
2026.05.12 04:03

낮은 약가에 수익성 악화 탓, 로라제팜 등 생산중단
마땅한 대체제도 없어… "고질적 문제 바로잡아야"

공급 중단되는 응급실 주요 약제/그래픽=최헌정
공급 중단되는 응급실 주요 약제/그래픽=최헌정

낮은 약가에 따른 수익성 악화 등의 여파로 응급의약품 공급망이 흔들린다. 지난해 국내 기업들이 연이어 생산중단을 결정하면서 공급이 끊기는 올해 7월부터가 고비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1일 의료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유일하게 로라제팜(제품명 '아티반') 주사제를 생산하는 A제약사는 수익성 저하와 무균 GMP(의약품 제조·품질관리 기준) 강화에 따른 비용문제 등을 이유로 지난해 1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해당 약제의 공급중단을 보고했다. 환자진료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관리하는 '퇴장방지의약품'이지만 앰플당 782원에 그치는 낮은 약가와 이로 인한 생산원가 보전의 어려움 등이 고질적 문제로 꼽힌 것으로 보인다. 공급중단 일자는 오는 6월30일로 예정됐다.

로라제팜 주사제는 공황발작 등 행동제어가 어려운 정신증·신경증 환자에게 가장 많이 처방하는 항불안제다. 같은 성분의 경구용(먹는) 약제가 있지만 먹는 약은 응급상황 발생시 복용유도가 어렵고 체내흡수 시간도 주사제 대비 길다는 한계가 있다. 이에 당장 환자의 행동을 제어해야 하는 상황에선 주사제를 투여한다. 경구용은 효과를 보일 때까지 20~30분 내외가 소요되나 주사제는 투여 즉시 효과가 나타난다.

권준수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사실상 대체할 항불안제(주사제)가 없다고 보면 된다"며 "정신과 환자뿐 아니라 소아뇌전증 등 신경과 환자의 응급 때도 위기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최용재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장(의정부 튼튼어린이병원장)은 "(로라제팜 주사제는) 소아·청소년의 열성경련과 경련중첩증(5분 이상 경련지속)에서 주로 쓰이는 매우 중요한 기초약물"이라며 "재고가 끊기면 1960~70년대 구식 약제를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급이 흔들리는 응급약제는 이뿐이 아니다. 국내 B제약사는 지난해 11월 식약처에 '수탁사의 제형 생산중단'을 이유로 히드로코르티손 주사제(제품명 '코티소루주') 공급중단을 보고했다. 공급중단 예상일자는 오는 7월1일이다.

히드로코르티손은 부신피질기능부전증이나 패혈성 쇼크 등에 사용되는 약제로 내수용 주사제는 B제약사의 제품이 유일하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인제대 일산백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은 "히드로코르티손은 특히 만성 호르몬 불균형 환자 중 상태가 악화한 노인환자에게 많이 쓰인다"며 "응급상황에 따라 꼭 필요한 약제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응급환자에게 기관삽관 시술시 진정유도약물로 쓰는 에토미데이트의 경우 앞서 마약류로 지정된 여파로 국내 공급이 흔들렸지만 임상현장의 우려가 이어지면서 수입사인 비브라운코리아가 공급중단 보고를 철회했다. 에토미데이트는 지난 2월13일부터 마약류로 관리된다. 이 회장은 "마약류 의약품이 되면 급한 상황에서도 환자를 보다가 컴퓨터 앞에 앉아 필요한 약물용량 등을 (시스템에) 입력해야만 쓸 수 있다"며 "현재 에토미데이트 공급 자체는 안정적이지만 마약류 지정에 따른 보관·관리부담도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비슷한 계열이어도 약리작용이 약제마다 달라 '대체하면 된다'고 간단하게 볼 문제가 아니다"라며 "특히 필수의약품은 낮은 약가를 이유로 공급을 멈추는 구조에서 벗어나도록 균형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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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효진 기자

안녕하세요. 바이오부 홍효진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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