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배우 김지미(향년 85세)가 최근 대상포진에 걸린 뒤 건강이 악화하며 별세했단 소식이 전해지면서, 대상포진 증상과 후유증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대상포진은 어릴 때 앓던 수두바이러스가 잠복해 있다 성인이 된 뒤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다시 활성화하며 나타나는 질환으로, 방치할 경우 극심한 신경통과 안면마비 등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어 조기 진단과 예방이 중요하다.
대상포진은 주로 옆구리, 얼굴, 눈 주변에 많이 발생하지만, 신경이 있는 곳이라면 몸통과 다리 등 전신 어디에나 생길 수 있다. 대표적 증상은 '통증'이다. 보통 몸 한쪽에 국한돼 나타나며 화끈거리거나 찌르는 듯한 통증이 1~3일간 지속된 뒤 같은 부위에 붉은 반점과 작은 물집이 무리 지어 띠 모양으로 생긴다.
국내 대상포진 환자 수는 급증세를 보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따르면 2022년 71만2035명이던 대상포진 환자는 지난해 76만2709명으로 5만명 넘게 늘었다. 특히 50~60대 환자가 35만6000여명으로 약 47% 비중을 차지했다.
대상포진 후유증은 발진이 생긴 지 한 달 넘게 통증이 지속되는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 대표적이다. 눈·귀·얼굴 등 신경에 발생할 경우 반영구적 시력·청력 손상과 얼굴 근육 마비 등이 동반될 수 있다. 증상이 발생한 곳의 피부에 벌레가 기어가는 느낌, 바늘로 콕콕 찌르는 느낌 등 감각 이상과 사소한 자극에도 극심한 통증을 느끼는 이질통, 통각과민 등이 지속될 수 있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으로 가려움, 화끈거림, 찌릿한 자극 등이 반복되면서 옷을 입거나 샤워할 때마다 불편을 호소해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지기도 한다. 이 통증은 '옷깃만 스쳐도 견디기 어렵다'고 표현할 만큼 심하며 수년 또는 평생 지속돼 수면 장애, 우울, 심각한 일상생활 제한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고령, 심한 급성 통증, 면역 저하 등이 있을수록 대상포진 후 신경통 발생 위험이 급격히 커진다.
이구상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이러한 통증이 장기화되면 수면 부족·불안·우울·사회적 위축 등 정신·정서적으로도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실제 일부 환자 중에선 우울증과 불안장애로 치료받는 사례도 있다. 발병 위험을 상당 수준 낮출 수 있도록 백신 접종과 함께 평소 기본적 면역 관리를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상포진은 예방접종으로 발병 위험을 상당 부분 낮출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 50세 이상 성인 또는 만 18세 이상이며 심각한 면역 저하가 동반된 성인(암·장기이식·면역억제제 투여)에서 대상포진 백신 접종이 권고된다. 최근 나온 재조합 대상포진 사백신은 2회 접종으로 10년 이상 90% 이상의 대상포진 예방과 대상포진 후 신경통 예방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충분한 수면과 균형 잡힌 식사, 규칙적 운동, 과로·과음·흡연을 줄이는 등 평소 기본적 면역 관리도 이뤄져야 한다.
대상포진에 걸렸다면 가능한 한 빨리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해야 한다. 발진과 물집이 생기고 72시간 안에 '아시클로비르' '발라시클로비르' 등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하면 피부 병변 치유 속도가 빨라지고 장기 신경통(대상포진 후 신경통) 위험도 줄일 수 있다. 다만 안면신경, 눈 주변, 귀, 생식기 부위 등 중요한 부위에 대상포진이 생기거나 합병증 위험이 높은 면역저하자·고령자·임신부의 경우 입원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이 교수는 "대상포진은 환자 몸속에서 재활성화된 바이러스이지만 물집이 터진 부위와 직접 접촉하면 수두에 걸린 적 없는 아이·임신부·면역저하자에게 수두를 옮길 수 있다"며 "수포가 완전히 마르고 딱지가 떨어질 때까지는 발진 부위를 깨끗하게 가리고 어린이·임신부·중증 만성질환자와의 밀접 접촉을 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