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이 급증하면서 당뇨병·고혈압 같은 비만 합병증도 빠르게 늘고 있다. 주목할 것은 소득·교육수준이 낮을수록 비만유병률이 높다는 점인데 한 달에 수십만 원을 투자해야 하는 최신 비만치료제(위고비·마운자로 등)는 '그림의 떡'이다. 이처럼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비만환자에게 선택적으로 급여를 적용, 이들의 비만을 '개인의 책임'이 아닌 '국가가 관리'해야 한다는 의학계의 주장이 나왔다.
4일 '세계 비만의 날'을 맞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 5간담회의실에서 열린 '우리나라 비만환자의 미충족 의료수요 반영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대한비만학회(이하 비만학회)의 박정환 대외협력정책위원회 이사(한양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는 "우리나라는 가구소득, 교육수준이 낮을수록 비만유병률이 높았다"며 "우리 사회에서 비만은 유전무죄, 무전유죄란 공식이 성립한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비만 팩트시트'(2019년)에 따르면 가구소득을 4단계로 나눴더니 최고소득 그룹의 비만유병률은 29.2%로 4개 그룹 중 최저였지만 최저소득 그룹은 34.4%로 가장 높았다. 또 대학교 졸업 그룹의 비만유병률은 29.5%였지만 초등학교 졸업 이하 그룹은 45.6%로 1.5배나 높았다.
비만은 2형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지방간, 심혈관질환 등을 몰고 온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는 건강보험 재정에 막대한 부담을 준다. 건강보험통계연보(2018년)에 따르면 국내 만성질환 진료비가 연평균 8.1% 늘었는데, 특히 상위 12개 만성질환 중 비만 관련 질환(고혈압·당뇨병·암·관절염 등) 7개가 올랐다. 그런데도 2022년 한국인 비만율은 38.4%(남성 49.6%, 여성 27.7%)로 2013년(30.6%)보다 9년 새 7.8%포인트 상승했다.
박 이사는 "최근 등장한 비만치료제들은 장기간 유지치료가 필수지만 월 수십만 원 상당의 고가를 환자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면서 "사회·경제적 격차에 따른 건강 불평등이 심화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비만학회가 20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의사처방과 약물치료의 도움으로 체중을 감량했다가 중단한 사람의 29%가 '비용부담'을 그 이유로 꼽았다. 비만학회 이준혁 대외협력정책위원회 간사(노원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는 "그런데도 우리나라 비만정책은 여전히 '예방'과 '생활습관 개선' 중심에 머물러 있다"며 "비만정책 방향을 '치료 중심'으로 바꾸고 장기간 약물치료에 대한 국민건강보험 보장성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제약사가 보험급여 등재를 신청하면 검토해본다는 입장이다. 이날 패널로 참석한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김연숙 과장은 "(위고비·마운자로 등 최근 등장한) 비만치료제에 대한 보험급여 신청사례가 아직 없다"면서도 "제약사에서 이들 약에 대해 보험급여를 신청한다면 정부는 기존 치료제와 형평성, 비용효과성, 안전성, 건강보험 재정, 오남용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질병관리청 만성질환관리과 김유미 과장은 "비만율이 높기로 유명한 미국에서 최근 비만율 상승폭이 꺾였는데 최근 등장한 비만치료제의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며 "10년째 비만율이 상승하는 우리나라도 비만을 예방하는 차원을 넘어 조기개입과 치료까지 통합관리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데 동의한다"고 언급했다.
이번 토론회를 주최한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비만학회와 함께 비만치료의 선택적 급여화를 담은 법안 입법을 추진 중이다. 이날 서 의원은 "현재 비만정책은 실제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의 의료수요와 고통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며 "이에 비만을 지속해서 예방·관리할 정책과 국가가 비만을 책임지는 실질적 제도를 담은 비만예방법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