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만 수백억' 병원 물려받아도 상속세 300억...산부인과 비명 더 커진다

'빚만 수백억' 병원 물려받아도 상속세 300억...산부인과 비명 더 커진다

정심교 기자, 김온유 기자
2026.08.19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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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대한병원장협의회·대한분만병의원협회·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가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개최한 공동 기자회견에서 신봉식 대한분만병의원협회장이 가업상속공제 대상에서 병원이 빠질 경우 지역 분만 인프라는 무너질 것이라고 주장했다./사진=정심교 기자
19일 대한병원장협의회·대한분만병의원협회·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가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개최한 공동 기자회견에서 신봉식 대한분만병의원협회장이 가업상속공제 대상에서 병원이 빠질 경우 지역 분만 인프라는 무너질 것이라고 주장했다./사진=정심교 기자

정부가 상속세 부담을 줄여주는 제도인 '가업상속공제' 대상에서 '병원'을 빼기로 방침을 정하자, 개인병원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개인병원 상당수가 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등 필수의료를 맡고 있는데, 법이 개정되면 병원장 2세가 막대한 상속세를 내면서까지 병원을 물려받느니 차라리 병원 문을 닫거나 팔 가능성이 커지고 이는 결국 필수의료 붕괴로 이어질 것이란 주장이다.

19일 대한병원장협의회·대한분만병의원협회·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는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가업상속공제 대상에서 병원이 빠지면 상속과 승계의 벽에 막혀 지역의 분만실이 사라지고 소아청소년과가 문을 닫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정부가 지난 4일 입법예고한 개정안은 가업상속공제 대상 업종을 한국표준산업분류 세세분류 기준 727개로 법률에 명시하고, 가업의 정의와 가업상속공제심사위원회를 신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개정안은 병원과 약국, 마트, 버스·택시 운송업, 주차장업, 창고업 등을 가업상속공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지금까지 가업승계 대상에 포함되면 최대 600억원의 세액을 공제받을 수 있었다.

신봉식 대한분만병의원협회장은 "소아와 분만은 더 이상 새로 생기지 않는 진료 영역으로, 남은 길은 지금 있는 병원이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것뿐이고, 그 유일한 통로가 '승계"라며 "현재 전국 산부인과병원 가운데 가업승계가 가능한 병원은 서울 5곳을 포함해 전국에 15곳 정도인데, 이번 개정안이 통과하면 이들 극소수의 병원마저 사라져 분만 뺑뺑이는 지금보다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이상운 대한병원장협의회 회장이 19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가업상속공제 대상 병원 제외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08.19. photocdj@newsis.com /사진=최동준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이상운 대한병원장협의회 회장이 19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가업상속공제 대상 병원 제외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08.19. [email protected] /사진=최동준

실제 서울에서 산부인과병원을 운영하는 A씨는 최근 정부가 세법 개정안을 발표한 이후 고민이 커졌다. 대기업에 다니던 아들을 설득해 의학전문대학원을 보내고, 산부인과를 전공해 가업을 물려주려 했지만 사실상 불가능졌기 때문. 병원이 공제 대상에서 제외되면 아들이 내야 할 상속세만 300억원에 달하는데, 이를 충당할 현금도 없고 산부인과 저수가로 병원 빚만 수백억원이 쌓인 상태다.

아들 B씨는 "아버지가 운영해온 병원이 가업 상속 공제 대상에서 제외된다면 수백억원을 내면서까지 상속받느니 차라리 병원 건물과 부지를 파는 게 훨씬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병원의 개설·변경은 시·도지사의 허가 사항이고, 영리 목적의 자유로운 양도·전매도 제한된다. 자산의 상당 부분은 다른 용도로 쓸 수 없는 의료장비와 특수설비다. 병원 대부분은 목이 좋은 곳에 위치해 있는데,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상속세를 55% 이상 내면서까지 병원을 물려받는 데 대한 실익이 없다고 보고 있다.

현재 전국 병원급 의료기관은 요양병원·한방병원·치과병원 등을 합쳐 3000여 곳이다. 그중 80% 이상이 개인병원, 나머지가 의료법인이다. 이 중 승계가 가능한 건 개인병원에 한한다. 개인병원 10곳 중 1곳이 분만·소아 진료를 담당한다. 문제는 이들 개인병원급 채무율이 200~300%에 달한다는 점. 만성적인 저수가가 채무율을 높이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상운 대한병원장협의회장은 "개정안이 국민 건강의 핵심인 병원을 공제 대상에서 배제하는, 치명적인 악수(악수)를 뒀다"며 "55%가 넘는 과도한 세금 부담으로 승계를 포기하는 병원이 늘면 지방 소아청소년과·산부인과·외과 수술실이 사라지고 지방의료의 비극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19일 대한병원장협의회·대한분만병의원협회·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는 "가업상속공제 대상에서 병원이 빠지면 상속과 승계의 벽에 막혀 지역의 분만실이 사라지고 소아청소년과가 문을 닫게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사진=정심교 기자
19일 대한병원장협의회·대한분만병의원협회·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는 "가업상속공제 대상에서 병원이 빠지면 상속과 승계의 벽에 막혀 지역의 분만실이 사라지고 소아청소년과가 문을 닫게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사진=정심교 기자

이번 개정안에서 가업상속공제 대상 제외업종엔 병원과 함께 △약국 △마트 △주차장업 △창고업 등이 포함됐다. 이 중에서 병원·약국은 면허소지자(의사·약사)만 운영할 수 있는 업종이다.

개정안과 관련, 정부 관계자는 머니투데이에 "면허에 기반한 업종 중 변호사·회계사·세무사 등은 종전에 빠져있었고, 이번 개정안은 업종 간 형평성을 고려해 의사·약사를 제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병원을 제외업종에 넣으면 안동병원 등 지역의료 인프라가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지만, 조사해보니 안동병원은 비영리법인이라 상속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어찌됐든 이번 개정안은 업종간 형평성을 가장 크게 고려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회장은 "병원을 가업상속공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건 단순히 개별 의료기관의 경영권이나 세제 혜택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며 "이로 인해 세대교체와 대가 끊긴다면 이는 대한민국 필수의료의 미래를 좁히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고, 이 자체가 역차별"이라고 반박했다.

신 회장도 "가업승계를 유지해야 하는 중소병원들은 주로 의료 인프라가 취약한 지방에 집중돼 있다. 이들은 소아청소년과와 산부인과 등 필수의료를 지키는 핵심 보루"라며 "이번 개정안이 통과해 지방 중소 분만병원이 문을 닫으면 지방에서 임신부가 출산하기 위해 구급차로 몇 시간 뺑뺑이하던 수준을 넘어, 헬기로 이송해야 하는 지경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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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심교 기자

안녕하세요. 머니투데이 바이오부 의료헬스팀장 정심교입니다. 차별화한 건강·의학 뉴스 보도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現 머니투데이 바이오부 차장(의료헬스팀장) - 서울시의사회-한독 공동 선정 '사랑의 금십자상(제56회)' 수상(2025) - 대한의사협회-GC녹십자 공동 선정 'GC녹십자언론문화상(제46회)' 수상(2024) - 대한아동병원협회 '특별 언론사상'(2024) - 한국과학기자협회 '머크의학기사상' 수상(2023) - 대한이과학회 '귀의 날 언론인상' 수상(2023)

김온유 기자

안녕하세요. 경제부 김온유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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