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겸 방송인 김종국이 전정신경염을 앓고 있다고 밝히면서 이 병에 대한 대중의 궁금증도 커졌다. 김씨는 최근 유튜브에서 "균형 감각을 잃게 되고 세상이 빙글빙글 돈다"며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이틀 동안 아무것도 못 먹고 물도 못 마셨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 병의 원인이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과연 전정신경염은 어떤 병이고, 왜 생길까.
9일 박시내 대한이과학회 회장(서울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전정신경에 염증이 생겨 심한 어지러움과 메스꺼움을 느끼고 몸이 균형잡기 힘들어지는 질환이 전정신경염"이라고 설명했다.
귓속엔 몸이 균형을 잡을 수 있게 도와주는 평형기관이 있다. 이 평형기관엔 '전정기관'과 '반고리관'이 있다. 전정기관에서 수집한 평형감각의 정보는 전정신경을 통해 뇌로 전달된다. 전정신경염은 이 전정신경에 어떤 이유로 염증이 발생할 질환이다. 염증 때문에 전정말단에서 보낸 신호가 갑자기 단절되면서 환자가 어지럼증을 경험한다.
전정신경염이 있으면, 갑자기 주변이 계속 빙빙 돌아가거나 물체가 흔들리는 듯한 심한 어지러움이 발생한다. 이런 어지러움은 몇 분 만에 멈추지 않으며, 짧게는 몇 시간, 길게는 수일간 이어진다. 심한 어지러움과 함께 메스꺼움·구토를 동반한다. 정상 쪽을 향하는 눈떨림(안진)이 발생하며, 눈떨림 방향을 따라 세상이 도는 것 같은 어지럼증을 느끼고, 구역·구토가 나타난다.
전정신경염 환자는 어지러움이 심해 제대로 걷기 힘들어한다. 며칠 동안 누워 지내야 할 수도 있다. 오한·권태감 같은 가벼운 감기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증상은 며칠이 지난 후 점차 좋아지지만, 몇 주에서 몇 개월간은 덜 심한 정도의 어지럼중이 지속하기도 한다.
박 회장은 "전정신경염의 원인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면서도 "현재까지는 전정신경염이 바이러스 감염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전정신경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에 이상이 생겨 염증이 발생한다는 이론도 있다.
전정신경염을 진단할 땐 심한 어지러움이 전정신경염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원인으로 발생한 게 아닌지 감별해야 한다. 박 회장은 "멈추지 않고 계속되는 어지러움의 원인은 뇌졸중 같은 뇌혈관 질환일 수도 있고, 메니에르병이나 만성 중이염과 같은 다른 이비인후과 질환일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심한 어지러움이 몇 분 이상 지속된다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 원인을 찾아야 한다.
전정신경염 발병 초기엔 눈동자의 움직임이 진단에 많이 활용된다. 말더듬, 안면 마비, 하지 마비 같은 다른 신경 증상이 없는 전형적인 전정신경염은 자세한 진찰만으로도 뇌혈관 질환과 구분할 수 있다. 그러나 확실하게 감별할 수 없는 경우도 적잖다. 종종 뇌 MRI(자기공명영상)를 시행하기도 한다. 회복기에도 어지러움이 지속되면 평형 기능을 평가하기 위해 여러 검사를 추가 시행하기도 한다.
전정신경염에 대한 치료는 발병 초기 며칠 간의 '급성기', 이후 서서히 호전되는 '회복기'에 따라 다르다. 급성기엔 어지러움·메스꺼움·구토가 심하므로 이런 증상을 억제할 수 있는 진정제 같은 약물을 적극적으로 투여한다.
박 회장은 "급성기가 지나 증상이 나아지기 시작하면, 가급적 진정제를 사용하지 않고 활동하도록 권유한다"며 "일찍 활동을 시작하는 건 몸의 평형 기능의 적응과 회복을 촉진하고 어지러움을 극복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는 필요 이상으로 진정제를 너무 오래 투여하면 어지러움이 더 오래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김종국도 자신의 회복기 경험담을 공유하며 "어지럽고 힘들어도 움직여야 한다. 활동해야 전정기관이 스스로 균형을 찾아간다"며 "오히려 움직이면서 회복해야 빨리 좋아진다"고 설명했다.
회복 기간은 환자의 나이·상태에 따라 몇 주 걸릴 수도 있다. 적절한 치료를 받았는데도 어지러움이 수개월 지속되면 꾸준한 전정 재활 치료가 회복에 도움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