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오면 뭘 써야 하나"…'응급실 필수약' 공급 위기에 '한숨'

홍효진 기자
2026.05.11 15:52

'공황발작·소아 열경련 약' 로라제팜, 공급중단
"대체할 항불안제 없어…응급상황 위기"
히드로코르티손 주사제도 공급중단
패혈성 쇼크 등에 사용…"응급상황에 꼭 필요"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낮은 약가에 따른 수익성 악화 등의 여파로 응급 의약품 공급망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국내 기업들이 연이어 생산 중단을 결정하면서 공급이 끊기는 올해 7월부터가 고비일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11일 의료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유일하게 로라제팜(제품명 아티반) 주사제를 생산하던 A 제약사는 수익성 저하와 무균 의약품 제조·품질관리 기준(GMP) 강화에 따른 비용 문제 등을 이유로 지난해 1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해당 약제 공급 중단을 보고했다. 환자의 진료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관리하는 '퇴장방지의약품'이지만, 앰플당 782원에 그치는 낮은 약가와 이로 인한 생산 원가 보전의 어려움 등이 고질적 문제로 꼽힌 것으로 보인다. 공급 중단 일자는 오는 6월30일로 예정됐다.

로라제팜 주사제는 공황 발작 등 행동 제어가 어려운 정신증·신경증 환자에게 가장 많이 처방하는 항불안제다. 같은 성분의 경구용 약제가 있지만 먹는 약은 응급 상황 시 복용 유도가 어렵고 체내 흡수 시간도 주사제 대비 길단 한계가 있다. 이에 당장 환자 행동 제어가 필요한 상황에선 주사제를 투여한다. 경구용은 효과를 보일 때까지 20~30분 내외가 소요되나 주사제는 투여 즉시 바로 효과가 나타난다.

권준수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사실상 대체할 항불안제(주사제)가 없다고 보면 된다"며 "정신과 환자뿐 아니라 소아 뇌전증 등 신경과 환자 응급 시에도 위기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최용재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장(의정부 튼튼어린이병원장)은 "(로라제팜 주사제는)소아청소년 열성 경련과 경련 중첩증(5분 이상 경련 지속)에서 주로 쓰이는 매우 중요한 기초 약물"이라며 "재고가 끊기면 60~70년대 구식 약제를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급이 흔들리는 응급 약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국내 B 제약사는 지난해 11월 식약처에 '수탁사의 제형 생산 중단'을 이유로 히드로코르티손 주사제(제품명 코티소루주) 공급 중단을 보고했다. 공급 중단 예상 일자는 오는 7월1일이다.

히드로코르티손은 부신피질기능부전증이나 패혈성 쇼크 등에 사용되는 약제로, 내수용 주사제는 B제약사 제품이 유일하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인제대 일산백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히드로코르티손은 특히 만성 호르몬 불균형 환자 중 상태가 악화한 노인 환자에게 많이 쓰인다"며 "응급 상황에 따라 꼭 필요한 약제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응급 환자 기관삽관 시술 시 진정유도약물로 쓰는 에토미데이트의 경우 앞서 마약류 지정 여파로 국내 공급이 흔들렸지만, 임상 현장 우려가 이어지면서 수입사인 비브라운코리아가 공급 중단 보고를 철회한 바 있다. 에토미데이트는 지난 2월13일부터 마약류로 관리 중이다. 이 회장은 "마약류 의약품이 되면 급한 상황에서도 환자를 보다 컴퓨터 앞에 앉아 필요한 약물 용량 등을 (시스템에)입력해야만 쓸 수 있다"며 "현재 에토미데이트 공급 자체는 안정적인 편이지만 마약류 지정에 따른 보관·관리 부담도 있는 건 사실"이라고 전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비슷한 계열이어도 약리 작용이 약제마다 달라 '대체하면 된다'고 간단하게 볼 문제가 아니"라며 "특히 필수의약품은 낮은 약가를 이유로 공급이 멈추는 구조에서 벗어나도록 균형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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